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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전자정부, "앓느니 동사무소로 간다"
'속 터지는 사이버 민원' 전자정부 출범 1년 반, '신분확인'부터 산 넘어 산
소액결제 불가, 프린터 연결 PC 호환에도 문제점


물리적 공간에 이어 사이버 공간에 들어선 또 하나의 정부, ‘대한민국 전자 정부(www.egov.go.kr)’가 출범 1년 반 시점에서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4월 20일 전격적으로 주민등록등초본 등 5종의 민원서류에 대해 온 라인 발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하루 100명 남짓하던 전자정부 일일 가입자 수가 4,000~5,000여명으로 폭증한 것도 변화하고 있는 전자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환영(歡迎)이다. 4월 20일부터 시작된 시민들의‘전자정부 러시’에 힘입어 전체 가입자도 5월 3일 현재 40만을 훌쩍 넘어섰다.

2002년 11월 전자정부 홈페이지가 오픈되고 나서부터 지난 4월 19일까지 토지 대장, 개별 공시 지가 확인서, 국민 기초 생활 수급자 증명서 등 3종의 민원서류 온 라인 발급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했지만, 토지 대장을 제외하면 온 라인 발급 민원건은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 주민등록 등ㆍ초본, 건축물 대장 등ㆍ초본, 농지 원부 등본, 장애인 증명서, 모자 가정 증명서 등 5종이 추가돼 모두 8종의 민원 서류를 온 라인으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일 평균 3,500여건의 민원 서류가 온 라인으로 출력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며 세계 최강 IT국가를 넘보는 한국. 사이버 민원인이 되어 대한민국 전자 정부를 방문했다.


- 공인 인증서 불현호소 민원 급증



전자 정부 홈 페이지의 메인 페이지. 여느 홈 페이지와는 달리 플래시 배너 광고(동영상 광고)가 없어 화면은 지체 없이 열리고 이동한다. 국가 행정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홈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해 보이지는 않는다. 화면 한복판의 큼직하고도 깜찍한 아이콘들 때문. 필요한 정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면서도 관공서의 딱딱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

메인 페이지 우측에는 일일 평균 30만명 이상의 접속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 ‘온 라인 민원신청’ 버튼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클릭해서 직접 주민등록 등본과 토지 대장을 온 라인으로 발급 받아 보기로 했다. 전자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로그 인 과정이 필수. 가입 절차를 밟자 요구하는 신상 정보 수위와 절차는 여느 포털 사이트와 비슷했다.

민원 서류의 특성상 악용의 소지가 다분해 발급 전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 주민등록 등ㆍ초본, 농지 원부 등본, 장애인 증명 등 3종의 민원 서류가 본인 확인을 요하는 것들이다. 전자 정부의 문턱은 이 지점에서 체감된다. 본인 확인을 금융결제원의 공인 인증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 집에서 일을 보고자 한다면, 먼저 통장을 가지고 은행으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

홈페이지 이용 불편 게시판에도 공인 인증서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인들이 상당수다. 행정자치부 한 관계자는 공인 인증서로 신분 확인을 거치는 방법 외에 다른 손쉬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다른 도리는 없어 보인다.

공인 인증서를 발급 받아 PC에 설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각종 보안 프로그램이 세팅되고 온 라인 상태에서 프린터 점검에 들어 간다. 법적 효력을 가지는 민원 서류를 출력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DPI 이상의 출력 해상도를 지원해야 하는데, 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5월 초 현재 시중에 유통되었거나 유통 중인 752종의 프린터가 지원된다. 여기서 ‘ 지원되는 프린터가 그렇게 많아?’라는 물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놀랄 일은 못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용 불편 게시판에는 ‘ 프린터 추가 요청’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200원짜리 등ㆍ초본 발급에 5,000원?

“집에서 주민등본 뗄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프린터를 새로 사야 할 판”이라는 볼멘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프린터는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더러는 격분한다. 복사 방지와 위ㆍ변조 방지 기술을 구현해서 출력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민원 서류 온 라인 발급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해상도 300DPI 이상의 프린터임에도 불구하고 출력이 안 된다면 725종에서 누락된 것이므로 온 라인상으로 프린터 추가 신청을 하면 된다. 새 기종이 추가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통상 5일 정도로 보고 있다.

주민등록咀뺑낳?신청서를 채운 후 공인 인증서에 암호를 입력하자 결제 화면으로 넘어갔다. 신청인의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민원 수수료 결재 방법은 신용 카드, 계좌 이체, 전자 화폐, 무통장 입금 등 모두 네 가지. 신용 카드로 결제하려 하자 “ 1,000원 미만은 신용 카드 결제 불가”라며 거부됐다. 소액 결제 건에 대해서는 카드사와의 협의가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게 행자부 해당부서 직원의 말. 꼭 신용 카드로 결제를 원한다면 사이버패스(www.cyberpass.com)에서 전자 화폐를 충전한 뒤 결제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마저도 충전 금액 하한선이 5,000원. 결국 신용 카드로 결제를 할 경우, 200원짜리 주민등록 등ㆍ초본을 인터넷으로 발급 받는데 5,000원이 든다는 얘기다.

결제 액수와 무관하게 카드 결제 승인을 한번 내는 데 드는 비용이 인건비와 금융비를 제하고도 210원이라고 하니, 카드사는 전자정부와 타협을 거부할 만도 했을 터. 그러나 법원에서 발급하는 등기부 등본의 온라인 출력에 드는 비용은 700원. 1,000원 미만의 소액이지만, 등기부 등본의 경우는 신용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용자들의 볼멘 소리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로 연결된 프린터일 경우 프린터가 연결된 메인 PC와 서브PC의 OS(운영체제) 호환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PC의 OS가 ‘윈도우XP Professional’일 경우 프린터가 연결된 메인PC의 OS도 ‘윈도우XP Professional’이어야만 네트워크 프린터로 민원서류를 출력 받을 수 있다.

- 안내데스크 도움 받으면 ‘40분’ 걸려

민원서류 발급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각종 어려움들을 해결해 주는 안내 데스크의 부족한 인력도 아쉬운 부분. 안내 데스크(02-3703-3182)의 도움을 받는데 처음에는 40분, 그 다음에는 15분이 걸렸다. 온 라인 민원 서류 발급 절차가 복잡한 탓에 안내 데스크에서 차근차근 일러주는 대로 따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내 데스크의 한 직원은 “전화 한번 받으면 10분은 기본 20~30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한데, 6~7명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보통 이상의 컴퓨터 실력과 웬만한 인내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는 섣부른 전자 정부 방문을 삼가는 게 좋을 듯 싶다. “ 오전 시간 다 잡아 먹은 전자 정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결국 동사무소행을 택하는 사람들의 말 없는 충고다.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05-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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