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조직 앞세운 온라인전쟁 게임, 한·중 게이머들 집단 난투극사이버 머니 노린 중국의 무차별 침공, "배후에 한국인" 충격

한·중 피 튀기는 사이버전쟁, 떼거리 습격에 태극전사 응징
살인조직 앞세운 온라인전쟁 게임, 한·중 게이머들 집단 난투극
사이버 머니 노린 중국의 무차별 침공, "배후에 한국인" 충격


한·중 게이머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첨예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살인 조직인 ‘ 척살대’를 조직해 무차별 PK(player killing)를 가하는 등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집단 난투극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어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온라인 전쟁 게임 섀도우베인(www.shadowbane.co.kr)의 한 서버에서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게이머들이 단체로 전쟁을 벌인 것. 현장에 있던 게이머들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했다. 닥치는 대로 상대 캐릭터를 살해하는 통에 곳곳에 선혈이 낭자했다.

- 한국 유저 공격, 보복 감행

중국 게이머들이 떼로 몰려와 한국 유저들을 습격한 것이 전쟁의 발단이었다. 갑작스런 기습을 받은 국내 게이머들은 별다른 저항 한번 해보지 못 하고 쫓겨 다녔다. 당시 전투에 참여했다는 대학생 김모씨(26)는 “ 중국 길드의 병력 운영이나 전술 운영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며 “ 마치 잘 훈련된 군대 조직처럼 체계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후, 국내 게이머들은 ‘ 연합 전선’을 구축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 게이머들의 습격 사실을 뒤늦게 접한 상당수가 참여했다. 그러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술 운용 능력에서 밀리는 국내 게이머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온 라인 게임인 리니지2(www.lineage2.co.kr)에 오면 상황은 더 하다. 요즘 이곳에서는 중국 게이머들을 암살하기 위한 ‘ 척살대’가 조직됐다고 한다. 중국 게이머들이 하루 2~3교대로 돌아 가며 목 좋은 자리를 지키는 통에 게임다운 게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 형성된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게이머들은 “ 아이템이나 사이버 머니가 많이 나오는 사냥터에는 으레 중국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며 “ 이들을 무시한 채 사냥터에 들어 갔다가는 어김없이 PK를 당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국 게이머들이 아이템을 스틸하거나 상대 캐릭터를 죽이는 행동을 전혀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 국내 게이머 사이라면 ‘ 먼저 때린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암묵적인 합의 아래 게임을 진행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 같은 기초적인 예절조차 모른다는 게 게이머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사실 게임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요즘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신생 온라인 게임 업체인 KBK의 이동준 대표는 “ 최근 들어 중국 게이머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며 “ 스틸이나 PK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그릇된 문화 때문에 회사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무차별 횡포 이면에는 첨예한 '돈의 논리'가 숨어있다. 비신사적인 수법으로 국내 게이머들을 쫓아낸 중국인들은 닥치는 대로 사이버 머니를 수집한다. 이렇게 해서 벌어 들인 사이버 머니가 브로커에 의해 현금으로 세탁되는 것이다.

- 사이버머니 세탁 위해 한국서버에 접속

리니지를 운영중인 엔씨소프트 김주형 팀장은 “ 사이버 머니를 돈세탁하기 위해 중국 게이머들이 상당수 한국 서버에 접속하고 있다”며 “ 중국 게이머들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업자까지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상당수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건너 갔다. 이곳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조선족이나 현지인을 고용해 작업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연길의 한 작업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대학생 이모씨(25)를 만나 작업장의 운영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조선족 자치구인 길림성과 북경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상당수가 기업화돼 있다는 것. 그는 “ 컴퓨터 8~10대 정도를 놓고 영업을 하는 소규모 작업장은 보통 길림성 행정 중심지인 연길에 많?모여있고, 종업원만 1백명이 넘는 대형 작업장도 북경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장은 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할당량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중에는 북경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람이 책임지는 양은 보통 30~40만 아덴(리니지 게임의 화폐 단위) 정도. 일부 작업장의 경우 한 사람에게 80만 아덴까지 할당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12시간을 꼬박 일해도 할당량을 채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아이템 대 현금 가격의 비율은 대체로 3만 아덴에 10만원선이다. 좋은 무기를 확보해 이겨 보려는 게이머들에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검(劍) 정도는 현금을 투입해 확보한다. 회사를 그만 둘 정도로 게임에 중독된 사람중에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강력한 성(城)을 확보하기 위해 비싼 무기를 구매하다 보니, 아예 직장을 팽개치거나 자살과 살인 등 극단적인 일탈로 나아가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 스틸·살인 서슴치 않는 무차별 횡포

중국 게이머들이 국내 서버에 접속해 무차별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씨는 “ 목표량을 채우기 전에는 잠도 잘 수 없다"며 “ 어떻게든 할당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금기로 돼 있는 스틸이나 PK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어기준 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게임 환경을 보면 즐기기보다는 돈벌이에 더 혈안이 돼있는 것 같다"며 “ 건전한 게임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엔씨소프트는 최근 리니지의 중국 IP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측은 이 조치로 인해 중국 게이머들 중 상당수가 게임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그때 뿐이었다. 한동안 주춤하던 중국 게이머들의 활동이 최근 다시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 구매나 주민번호 도용을 통한 차명 계좌로 접속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의 게이머가 아이디를 등록한 뒤, 작업장에 판매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 경우 이들을 차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차명 계좌로 접속하는데 무슨 수로 막겠느냐”며 “회사에서는 그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게이머들의 자정 노력에 기대를 걸어 보는 수밖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4-05-26 20:32


이석 르포라이터 leesuk7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