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앙세와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는 화려한 싱글들스튜어디스 김경순, 박은정, 김은규

서른 잔치, 그녀는 준비된 주인공
피앙세와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는 화려한 싱글들
스튜어디스 김경순, 박은정, 김은규


요즘 미혼의 30대 커리어 우먼들이 주변에서 눈에 띄게 늘어 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연애와 결혼보다 자기 성취에 몰두한 여성들이 어느 정도 자기 꿈의 초반 단계를 이루어 냈다 싶은 게 바로 30세를 지나면서이기 때문.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인정 받기 시작할 나이다.

끝없이 변신할 줄 아는 양파껍질 같은 아름다운, 때문에 그는 자아 성취와 결혼 사이에서 서성댄다. 이젠 결혼하고 싶다는 느낌이 절로 나는 6월을 코앞에 둔 그녀들은 문자 그대로 ‘ 경계인’이다. 변신의 피로감이 몰려 오는 30대 초반, 이제는 인생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주위로 눈을 돌려 남자를 찾아 보려고도 해 본다. 그러나 또래의 괜찮은 남자들은 일찍이 결혼에 목을 건 젊은 여자들이 다 채가는 등 어째 인생이 영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만 같다.

‘ 너무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것은 아닐까.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행여 너무 강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사회 생활 10여년 경력의 커리어 우먼에게 남자들도 조금은 주눅이 들만도 하겠지. 요즘 남자들은 그저 남자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 맹’하면서도 가족만을 챙기는 단순 무식형의 여자를 결혼의 파트너로 삼는 경향이 많다는데….’ 잠 못 이루는 밤, 그녀들의 독백은 끝이 없다.

가끔, 결혼해 불행하게 사느니 혼자 멋지게 사는 게 낫다고 최면을 걸어보지만, 명절이나 휴가 때 홀로 버려진 듯한 초라한 느낌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는 걸 번번히 확인해 오고 있는 그들. 그렇다고 그 동안의 시간들을 버티게 해 준 희망을 팽개칠 수도 없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만남을 내던져 버리기란 앓는 이를 뽑는 것보다 더 가슴쓰리다. 그 싱그러운 고통의 6월, 서른 살 넘은 노처녀 스튜어디스 3인의 일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 김경순
따뜻한 가슴의 완벽주의자
안정적인 사랑을 원한다

비행기 탑승 10년 경력의 스튜어디스 김경순(33)씨는 팀 내에서 ‘ 김 주니어(junior)’로 통한다.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 석, 그리고 일등석의 서비스를 두루 거치면서 이젠 팀 시니어(seniorㆍ부사무장) 멤버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경순씨. 그러나 매사 하는 일에 있어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다 보니 아직도 ‘ 주니어’처럼 손수 나서 일 처리에 분주한 까닭에 붙은애칭이 바로 ‘ 주니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무척이나 자긍심을 느낀다. 10년 비행이라는 경력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하는 일에 자부심이 없다면 결코 버틸 수 없는 것이 이 세계의 원칙”라는 것이 그의 야무진 설명. 그는 체크 걸이다. 후배가 화장실 세팅을 해 놓고 가더라도 다시 들어가 마지막 점검을 한다. 아니, 꼭 해야만 안심이 된다. 휴지는 삼각형으로 잘 접혀 있는지, 꽃병에는 물이 반쯤 들어 있는지 직접 꽃병을 손으로 흔들어볼 정도.

그런 그를 두고 후배들도 처음엔 기분이 나빠하거나, ‘ 혹시 워커홀릭(workholicㆍ일벌레)은 아냐’하며 우려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그를 깊이 알고 나면 금새 반응은 달라진다. 몸에 밴 ‘ 원칙주의 천성(天性)‘ 덕에 주위 사람들은 존경(?)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편에서는 ‘ 못 말린다’는 시선이 던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경순씨는 선배가 후배를 나무라거나, 꼬투리를 잡아 야단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숫기 없는 성격 때문인지 매사 꿋꿋이 혼자 최선을 다하며 그저 자신이 모든 일에 마지막 손질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다.

뒤끝이 결코 없는 것으로 소문난 그에게는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생활 철칙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은 경순씨와 함께 비행하기를 자청할 정도다. 그 자신 또한 같은 조가 돼 함께 비행하게 된 것을 기뻐하는 후배를 볼 때가 그는 제일 흐뭇하단다. 그런 그도 비행 경력 초기 3년까지는 그만 때려 치고 대구 집으로 짐 싸서 내려갈 생각을 수 없이 했다. 비행 생활도 고달프지만 그보다는 스케줄이 없을 때 홀로 독수공방(?)해야 하는 서울 생활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

그러나 그것도 한 3년 정도. 이젠 비행 생활 자체가 타고난 천직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결혼을 하더라도 일은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 그의 생각이다. “ 수도승 같은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한 관심도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다소 등한시 했던 것이 사실이죠. 그만큼 결혼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경순씨는 결혼에 대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꿈꾸는 것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조급한 마음은 없는 까닭이다.

결혼 적령기나 나이 먹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단다. 겉으로는 “ 남자를 보는 눈이 높지 않다”고 대뜸 말하는 그녀지만 자신의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에 수긍한다. 그는 ‘ 노랑색 사랑’을 하고 싶단다. 안정적이면서 따듯하고 변하더라도 큰 변화가 감지 되지 않는, 그런 튀지 않는 사랑을 원한다. 그는 신랑 선택에서도 남들과는 다소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외모나 스타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뭣보다 “ 사고 방식과 가치관이 비슷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만 아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남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다. 보육원 방문 등을 하는 사내 봉사 동아리 BOA(Bread of Asiana)의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기꺼이 봉사 활동에 함께 참여, 그 가치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그녀가 바라는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남다른 노력(?) 없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보인다.

▣ 박은정
일이 곧 생활의 전부
자상한 남자 만나고 싶어

경순씨와 입사 동기인 박은정(32)씨도 결혼에 대해서는 결코 서두름이 없다. 딸 5명중 둘째인 그는 손아래 동생이 최근 결혼을 했지만 다른 동생까지 먼저 결혼 하더라도, ‘ 꼭 이 사람이다 싶은 인연이 아니라면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다. “ 입사 10년째인 사내 동기 중 절반 가까이가 서른을 넘긴 싱글 이예요. 나이가 들수록 결혼하기란 힘들죠. 이젠 사랑 만으론 결혼하기 어렵다는 걸 느껴요. 얼마나 빨리 하느냐 보단 느낌이 와 닿는 결혼 상대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결혼 적령기에 사귀던 남자 친구와 갑자기 헤어진다면 당분간 마음에서 결혼을 접기 십상이다. 특히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일에 더 매달리게 되고 그만큼 결혼은 늦춰지기 마련이다. 매순간 긴장감 속에서 비행 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손님들을 만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으로 일관해야 하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자 윤리다. 그러다 보면 비행을 마치는 순간, 모든 것을 스스로 잊어 버려야 한다. 고의적으로라도 치매(?) 현상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항상 수준급의 서비스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것이 이 업종의 생리.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결혼에 둔감해지다 보면 오히려 일하는 것 자체가 편해진다. 일이 곧 생활의 전부가 되고 결혼은 선택이 된다. 웬만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를 마음먹기도 쉽지가 않다. 은정씨도 그런 경우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보는 눈도 그 만큼 더 까다로워지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신중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젠 사람을 척 보면 관상까지 볼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도(?)가 隱뇩?이 사람은 겉으론 남들과 잘 어울리고 친근감을 쉽게 내비치지만 결코 속내를 보이지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영락없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소개팅을 받더라도 첫 인상과 첫 느낌이 와 닿지 않으면 다시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 잘난 느낌이란 게 뭔지 사람을 고르는 일에서 자꾸만 까다롭게 만든다. 하지만 은정씨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결혼정보업체에 이름을 등록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몇 년간은 여유롭게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짝을 찾아보고 싶단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누가 뭐래도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데서 쉽게 주눅들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문다.

“ 노래 가사 치고 틀린 말이 없어요. 요즘 남자들은 감정도, 정열도, 인물도 없고 다 똑 같은 애송이 같아요. 나이가 어리면 더 고맙죠. 더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은정씨는 인기 TV연속극 ‘ 여름향기’의 주인공 류진과 같이 자상하고 배려할 줄 아는 남자를 6월에는 꼭 만나고 싶다고 여운을 남겼다.

▣ 김은규
양손에 일을 쥔 프로
야망으로 날 매료시켜야

■ 김은규(호랑이띠)
■ 집:서울
■ 전공:경영학
■ 키:170cm 몸무게: 53kg
■ 특기로 삼고 싶은 종목: 골프
■ 생활신조: 벽을 쌓지 말고 길을 만들자.
■ 이상형: 정열을 갖고 일하며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 6월 희망사항: (서비스 컨설팅)강의에 최선을 다한다.
■ 결혼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힘이 되는 보완관계.

경순ㆍ은정씨의 후배인 김은규(29)씨는 한 창 물(?)이 오를 대로 오른 8년차의 중견 스튜어디스. 어쩌면 일에 있어선 선배들 보다 더 욕심이 많은 은규씨. 그는 사내 서비스 컨설팅 팀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비행이면 비행, 강의면 강의 몸을 둘로 쪼개도 버거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서비스 컨설팅 팀이란 아시아나 항공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종합 서비스 교육 기관으로. 각종 서비스 업체들의 교육 컨설팅을 맡고 있는 사내 벤처.

비행을 하고 나면 다음날 온종일 쉬어도 몸이 피곤하지만 은규씨는 책을 싸 들고 부천 아시아나 항공 본사로 향한다. 30대까지는 일에 열중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올해로 1년 반 정도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6월부터는 수협 창구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는 비행과 강의 활동 중 하나만을 택할 것을 권했지만 둘 다 욕심이나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은규씨로선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입장. 그렇다고 결혼을 할 생각도 없어보인다고 하면 은규씨에게 혼난다.

순간순간 짬을 내서 마주하는 선이며 소개팅에선 또 다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정말로 욕심 많은 범띠 여성이다. 변호사나 의사 등 ‘ 사(士)’자 출신의 남성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없어 보이면 매력이 없어 보인다는 그는 추진력 있고 야망이 큰 남성을 선호한다. “ 6년 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엄마는 ‘ 이번이 은규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겠구나’고 시원섭섭한 듯 말하실 때면 마음이 벌렁거려요. 하지만 결혼이 목표가 될 수는 없잖아요.”

그는 결혼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살며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신데렐라의 꿈은 꿔보지 않았다. 아니, 결코 생각할 수 도 없다. 결혼이 자신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까진 그저 생활의 일부라고 여길 정도다. 그러나 그는 “ 결혼하면 아이도 많이 낳고, 아이에게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 당장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올해 중에도 결혼하고 싶다”는 이중성을 숨기지 않는다.

일이면 일, 결혼이면 결혼, 결코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생의 승부처인 셈이다. 삼십줄을 곁에 둔 여자의 마음이란 다 그런 것. 이중적 입장과 뚜렷한 목표 의식, 삶의 여울목을 원숙미의 힘으로 관통해 가는 그녀, 아름다운 그대의 이름은 ‘ 서른 살의 결혼하고 싶은 당신’이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6-02 10:05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