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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自我를 찾는 명상여행
도심 한복판서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정신적 웰빙 체험

‘고리타분한 전통 수련에서, 간편한 웰빙 체험으로’. 명상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전통 세계가 “ 도를 아십니까?”식의 접근법을 벗어 던지면서, 전통 정신 세계에 대한 편견 역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어 선 명상체험 센터는 마음 수양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서울 관훈동 종로경찰서 뒷편에 쭉 늘어 선 ‘ 인사동 전통 문화 거리’. 한정식 음식점이 줄 지어 늘어서 있는 골목 모퉁이를 돌면,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시야에 들어온다. ‘ 편의점에 온 사람들이 라면을 먹듯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명상을 즐길 수 있다’는 명상 편의점 ‘아루이 선’(www.arui.org)이다.


- 맨발로 생명의 에너지 느끼기





“왼손은 하늘을, 오른손은 땅을 향하여 편 채 걸어가세요. 깊이 숨을 내쉬면서 무거운 마음을 발바닥을 통해 내려보내세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통 한옥을 개조하여 조선 시대 선비의 집을 연상케 하는 65평 공간. 활짝 열려진 대문 안으로 들어 서니, 방문객들이 마당 한 가운데에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우주를 형상화한 팔문원 무늬의 돌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는 사람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왼손으로는 하늘의 기운을 받고, 오른손으로는 땅의 기운을 받으며 걷는다는 동작이다. 참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듯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발씩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상 지도사들은 강조한다.

“누구나 하는 걷기가 어떻게 명상일 수 있냐고요? 조급한 마음으로 종종걸음 치거나 쫓기듯 걷는 것은 명상일 수 없지만, 맨발로 생명의 에너지인 기(氣)를 느끼면서 천천히 걸어 본다면 아늑한 기쁨과 휴식이 차오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옥 내부의 명상 체험실은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총망라해 놓은 일종의 명상 전시장이다. 그림 명상, 돌 명상, 곡물 명상, 찰흙 명상, 음악 명상, 만다라 그리기 명상, 팔문원 체험, 독맥 명상 등…. 어쩜 그리 종류도 다양하고 신기한 것도 많은지, 유아가 놀이방에라도 들어 왔을 때의 호기심이 그러할까.

촉감(곡물)명상 코너에는 보리ㆍ수수ㆍ기장ㆍ현미ㆍ쥐눈이콩ㆍ조 등 곡물이 놓여 있는데, 눈을 감고 한 가지씩 곡물을 쥐어 봐서 독특한 기운을 느껴보는 곳이다. 온화하고 양육하는 목(木) 기운, 기장은 화합하고 뭉치는 힘의 기운인 토(土) 기운 등을 갖고 있는 곡물의 특성을 이용, 체질을 감별하는 ‘ 오링 테스트’의 한 방법으로도 활용되는 게 이채롭다.

자, 과연 ‘기(氣)’가 무엇일까? 도대체 뭘 느끼라는 건지? 막막해 하는 기자의 속내를 알아챘다는 듯, 명상지도사 이정권 과장이 아로이 선체조(Seon Exercise)를 지도해 준다. 손을 오므렸다 폈다 반복하는 ‘잼잼’과 맨손 체조와 비슷한 어깨 털기, 온몸 털기를 10여 분간 실시. 이후 신기하게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하고 아래 위로 움직여 보았을 때 무언가 손 안에서 움직이는 기운을 느꼈다. 명상 수련을 거듭하게 되면, 굳이 이렇게 몸 풀기를 하지 않아도 언제든 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인사동의 전통한옥에 꾸며진 명상편의점 아루이 선. 각종 돌 위를 걸으며 명상체험을 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 돌ㆍ곡물 등 이용한 기 체험

“ 돌이나 곡물 등 자연과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기(氣)가 있어요. 얼마 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체험을 했을 때는 16명 중 10명이 짜릿짜릿한 기운을 느꼈지요. 이렇게 몸에 탁한 기운이 적은 어린 학생들이나, 수련을 많이 한 사람들일수록 기를 보다 뚜렷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헤드폰을 끼고 내레이션만 듣고 있으면 편안하게 명상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그림 명상과 음악 명상, 뷰티 명상 등을 이용하는 것이 초보자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체험실 옆 탁 트인 공간인 대청마루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 대주천 명상’이나 ‘ 건곤일척 명상’ 등 적당한 명상 수련을 따라 할 수 있고, 명상 지도사의 도움으로 팔무원 체험실(우주 본체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인체의 독소를 제거해 주는 일 라이트(황토)로 되어 있는 체험실의 내부에는 공기를 정화해 주는 허브와 옥이 가득하여, 명상을 하지 않아도 몸의 피로가 풀리는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특유의 강점. 바닥에 깔린 하얀 조약돌과 통나무 아랫둥지로 만들어진 탁자가 놓인 안온한 공간에는 잔잔한 명상 음악이 흐른다. 공무원 이모(45)씨는 “ 그냥 까페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명상인 것 같다. 차를 마시는 데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까페에서는 내장의 기운을 붇돋아 속이 상한 것을 치유해 준다는 백련차를 비롯해 해맑음차, 행복우린차, 산호수 흙차 등 각종 전통 양생법에 기초한 선(仙)차를 즐길 수 있다. 찻값 6,000원에서 1만원을 내면, 녹차와 송화 가루로 빚은 다식도 맛볼 수 있다. 외국어 통역이 가능한 전문 명상지도사가 상주하고 있는 터라, 외국인을 위한 관광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직장인 이재욱(28)씨는 한국 관광을 온 재미교포 및 벽안의 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명상을 즐겼다. 한국 고유의 전통 명상 문화를 외국의 친구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런 눈치였다.


- “머리 맑아지고 편안해져요”

“도심 속에 이런 명상 센터가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몇 해전부터 말로만 들어왔던 명상을 이번에 처음 경험해 봤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편안해 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외국 친구들도 한국의 고유한 명상 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다음 번에는 여자 친구와 함께 와서 정식 수련을 경험하고 싶어요.”명상의 원리만 터득하면 집이나 직장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하루 30~40분씩 꾸준히 지속하는 게 효과가 높다.

도인이나 수련자들만의 문화로 국한돼 있던 명상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이붕(38) 대표와 선문화연구회 8명이 뜻을 모아 같은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것이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점과 올 2월 개점한 일본 도쿄 2호점에 이어, 지난 3월 24일 문을 연 인사동은 3호점이다. 하반기에는 규모를 한껏 확충해 충북 진천에 3,000평 규모의 ‘ 명상 마을’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 하늘과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중시하였던 옛 선비들의 수련법이나 자연주의 건강법이 모두 ‘ 명상’이라는 개념 하에 합일된다”며 “ 우리 고유 명상 브랜드인 선(仙ㆍseon)을 세계에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명상의 대중화’를 기치로 한 명상 편의점이 웰빙 열풍 속에서 독특한 풍경을 그려 내고 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6-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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