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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경마 죽이기 게임?
매출급감 마사회 경영개선책
로또 열풍·불황으로 수익 악화, 업소용 스크린 게임 규제 움직임에 업계 반발


‘스크린 경마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사회에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마사회는 최근 스크린 경마장을 규제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검찰과 문화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보냈다. 스크린 경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게 마사회측이 보낸 공문의 골자다.

그러나 스크린 경마 업주들은 마사회의 이같은 조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허가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규제를 하냐”는 게 이들의 볼멘 소리다. 업주들은 “사행성으로만 치면 마사회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며 “로또복권으로 인한 수익 감소 책임을 외부탓으로 돌리려는 속셈”이라고 성토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업소용 게임기를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영등위에서도 터져 나온다. 영등위는 최근 마사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업소용 게임기 세부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영등위 내부에서조차 개정된 규제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요즘 죽을 맛, 왜 이제와서…”





지난 3일 서울 성수동 인근의 R스크린경마 게임장. 이곳 업주 김모씨(48)는 ‘요즘 죽을 맛’이라고 토로한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 스크린 경마 업체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싼 세금 내며 기계를 살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규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처음부터 규제를 한다고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인근에 위치한 또다른 업주 안모씨(54)도 비슷한 상황이다. 안씨는 두달 전 지인 8명과 함께 스크린 경마장을 차렸다. 경마장 창업을 위해 투자한 돈은 10억원. 동업자중 상당수가 사업을 실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안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어렵게 가게를 차렸다. 여러 차례의 심의를 거쳐 정부로부터 허가도 받았다. 그러나 안씨는 정부의 느닷없는 규제로 인해 두 배의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우선 오는 15일부터는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 안씨는 “며칠 전 공무원들이 찾아와서는 간판에 있는 ‘경마’자와 말 그림을 빼라는 지시를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정부측은 앞으로 규제의 고삐를 더욱 쥘 전망이다. 스크린 경마의 폐해가 이미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12마리 출전시 단승, 연승, 복연승에 모두 베팅하면 최대 37만5,000원까지 베팅이 가능하다”며 “고액 베팅으로 인한 피해 민원이 끊이지 않아 관련 부서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조만간 마권구매 대행, 경마게임장, 사설경마 등에 대한 제도적 규제장치 마련을 주문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건의안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이 안건을 농림부에 보고한 뒤, 17대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영등위도 최근 1구간 베팅금액 200원(종전 2,500원), 최대 베팅금액 2,000원(최대 37만5,000원)을 골자로 하는 경마게임기 세부규제안을 마련했다. 영등위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 중 경마, 경륜, 빙고 게임에 대해서만 베팅 제한이 없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며 “업계 종사자와 전문가들의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쳐 이같은 세부 규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현실성 없는 법안” 업자들 반발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조치에 의문을 표시한다. 법안 자체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경마게임장을 대변하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 회장은 “영등위와 마사회의 규제안?게임의 본질을 외면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경마 게임의 경우 이론상으로는 37만5,000원까지 배팅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당금액이 아ジ?높아도 돌아오는 것은 문화상품권 한 장뿐이다. 나머지는 게임에 베팅하는 점수로만 누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누가 거액을 베팅하겠냐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일부 업소들이 편법을 이용해 사행성을 부추기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들 때문에 선량하게 영업을 하는 나머지 업소들까지 죽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이같은 지적은 경마게임 세부 개정안을 내놓은 영등위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등위 위원은 “영등위의 세부 심의 기준안 제정 노력은 제작년에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가 이 안건을 반려시켰다”고 귀띔했다. 그는 “로또복권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이 줄면서 책임을 떠맡을 타깃이 필요했다”며 “스크린 경마가 마사회의 제물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영등위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실제 마사회는 로또복권 붐이 불어닥친 2002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 매출이 매년 19~20%씩 감소하고 있다. 올해 1ㆍ4분기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보다 10.7% 줄어든 1조2,135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비수기인 겨울철보다도 수익이 떨어진 셈이다.

개정 건의안을 준비 중인 한국마사회법도 모호하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과 한국 마사회법이 충돌할 경우 마사회법이 우선하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라면 이는 마사회를 위한 특례나 마찬가지다. 경마게임장을 겨냥한 셈이다. 마사회는 사행행위 특례법에서 벗어나는 대신 경마게임장을 이 법에 적용시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마장 같은 유사한 용어의 광고물 사용 규제’ ‘사설경마 신고자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 등의 내용은 사실상 경마 게임장을 겨냥하고 있다. 수 차례에 걸쳐 경마 발전의 걸림돌로 제기돼온 가혹한 세제 부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외부탓 돌리는 마사회도 문제

마사회측도 부분적으로 이같은 점을 인정한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스크린 경마 업체들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률적으로 규제를 할 경우 나머지 선량한 업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사 업소가 속출하고 있는데 팔짱만 끼로 앉아있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한다. 그는 “마사회를 사칭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향후 관련 업계와의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사회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대응하기를 조언한다. 한 경마 전문가는 “스크린 경마는 정부 허가에 의해 합법적으로 탄생한 산업인 만큼 규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마사회가 현재의 매출 하락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leesuk72@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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