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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열린 미술 꿈 꾸는 <색 동호회>
미술관 옆 아름다운 사람들
전문작가와 미술애호가를 하나로 묶어주는 '잔치마당'


주말 인사동 거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명색이 문화의 거리인 이곳에서 전시장 근처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턴가 미술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면서, 일반인들에게 미술이란 도무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게 된 탓이다.

하지만 이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동네와 미술애호가 사이에 든든한 다리를 놓아주는 동호회가 있다. 직업도 나이도 각양각색이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인터넷 미술동호회 ‘색동호회’(http://sac.new21.org)가 그곳이다. 그림 감상은 물론, 작품 창작과 단체전시 기회까지 제공하는 색동호회의 문을 두드려보자.




작가회원 최범진 씨가 동호회원들에게 유리공예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미술동호회로는 드물게 8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색동호회는 1996년 7월 유니텔 미술동호회로 출발했지만, 통신동호회라는 한계를 벗기 위해 2001년 12월부터 인터넷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동호회 정모 리더 이병일(33) 씨는 “미술이라고 하면 왠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일 것 같지만, 동호회 활동을 해보면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동호회 기반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짬을 내서 들어가 볼 수 있어 활동도 편하다”고 설명한다. 초창기엔 PC통신에 익숙한 젊은 대학생들 위주로 운영됐지만, 세월이 흘러 그 때의 주역들이 30, 40대가 된 지금도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참여할 만큼 골수회원들의 애착이 강한 곳이 이곳이다.


- 스케치 여행 등 통해 결속력 강화

색동호회에서는 현재 1천7백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미술전공자이거나 비전공자이거나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미술을 지향한다. 매달 정기모임 장소를 굳이 전시장에서 시작하는 것도, 바쁜 직장인들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미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한 정기모임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스케치 여행, 문화공연 번개 등의 특별행사를 매개로 동호회원들이 하나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미술실기모임, 미술봉사모임, 미술사 이론및 문화연구 스터디모임 등 소모임도 수시로 진행된다. 온라인 모임이 정보 교류와 회원 친목을 다지는 공간이라면, 오프라인 모임은 혼자서 하기 힘든 예술적 체험을 여럿이 나누며 즐거움을 더하는 뜻깊은 자리인 셈이다. PC통신을 기반으로 한 타 미술동호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동호회가 당당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이처럼 다채로운 참여프로그램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색동호회 회원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행사는 1997년부터 매년 진행되어 온 단체전시회 ‘색’전이다. 매달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것도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감상자에 그치지 않고 동호회원 스스로 창작에 뛰어들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동호회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행사이기에 정기전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색’전은 색동호회 회원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비용도 7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동호회 전시라면 은근히 낮춰보는 갤러리 담당자들 때문에 전시회를 추진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림을 향한 열정이 결실을 맺는 전시 오픈 날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또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며 동호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 '도시樂' 주제 제 8회 '색'전 준비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다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친 동호회원들

특히 오는 7월 28일부터 1주일 간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열릴 제8회 ‘색’전은 ‘도시樂?繭遮?이름으로 주제기획전을 표방해 눈길을 끈다. 단순히 동호회원들이 모여 전시한다는 데 의의를 두기보다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인 셈. 색동호회 홈페이지 운영자 박송원(32) 씨는 “미술관에 관객은 없고 작가와 평론가만 있는 ‘그들만의 잔치’를 벗어나서, 대중과 유리된 미술 대신 ‘함께 하는 미술’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단체전 개최동기를 설명했다.

전체 회원 중 일반인들의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PC통신을 넘어 인터넷으로 동호회 활동기반을 넓혀가면서 최근에는 아마추어 동호인뿐 아니라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회원들도 알음알음 모여들어 동호회 구성원이 더욱 풍부해졌다. 색동호회 대표시삽 성하영(26) 씨는 “현재 회화, 공예,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회원들이 기획전이나 미술관 전시를 할 때 다른 회원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는다”며 “혼자 전시장에 올 때보다 훨씬 알차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궁금한 점들은 직접 질문할 수 있어 좋다”고 전문작가와 일반회원이 공존하는 동호회의 장점을 소개했다.

현재 유리공예작가로 활동 중인 최범진(38) 씨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연히 동호회에 구경 왔다가 열혈회원이 된 경우. 최범진 씨는 “보통 작가들이 작업실에서 작업만 하다보니 인간관계나 활동 영역이 좁아질 수 있는데, 동호회에서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털어놓는다. 교과서적인 미술이 아닌, 생활 속 친숙한 미술이 가능하리란 느낌을 동호회원들의 열정 속에서 느낀 것. 지난 4월에는 아예 자신의 유리공예 스튜디오로 회원들을 초대해 워크샵도 가졌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할 자격을 가지려면 복잡하고 난해한 미술사조를 술술 꿰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에 시달리지 말자. 오히려 어설픈 지식은 순수한 눈과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데 장애물이 될 지도 모른다. 뭔가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낯선 세계로 뛰어들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조용한 갤러리 안에 성큼 들어서는 게 멋쩍다면, 색동호회 사람들과 더불어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감상하며 작품 이야기도 듣고, 끈끈한 친목도 다지는 일석이조 문화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6-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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