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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에도 ‘어머니 손맛’ 열풍
집에서 만든 듯한 '홈메이드 푸드' 시장 웰빙 붐 맞춰 인기
햄버거·아이스크림 등 주문 후 즉석 제조, 신선감 훨씬 커


6월 24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명동 중국 대사관 부근의 햄버거 전문점. 초록색 간판과 전원주택 정원처럼 키 낮은 꽃으로 둘러싸인 가게 외양은 유럽풍 까페를 연상시키듯 낭만적이다. 햄버거 전문점이지만, 탁 트인 공간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며 햄버거와 함께 생과일 음료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엔 여유로움이 넘친다.






“ 햄버거라고 급하게 먹고 나갈 필요가 없잖아요. 주문을 하면 바로 햄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보이니까 조금 기다려도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고요.” 직장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선 이미영(24) 씨. 버거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한 뒤 까페 모퉁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느긋하게 주문한 요리를 기다린다.

이곳은 미리 만들어놓은 햄버거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조리하여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특징. 이씨는 “ 햄버거는 즉석 제품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이 전문점의 햄버거는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즐거워 한다. 조리 시간은 대략 5~10분. 패스트푸드 점에 비하면 3~4분 더 정도 걸리지만,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보채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 오렌지나 레몬 등 생과일 주스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눌러 짜서 순수 100% 원액으로 잔에 담고, 햄버거 속 야채도 매일 새벽 배달되는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쓰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더라도 특히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을 찾는 젊은 여성 단골이 많다”는 게 이 전문점 점장인 박병화 씨의 말이다.


- 손님 앞에서 직접짜는 100%주스

지난해 10월과 11월 서울 명동과 압구정동에 오픈한 ‘ 프레쉬니스 버거’엔 주말이면 보통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릴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7월에는 동부이촌동과 대학로, 삼성동 코엑스에 잇달아 체인점이 들어설 정도로 급성장 추세다. 이 회사 마케팅팀 이창건 과장은 “ 바쁜 일상에서도 여유를 찾고 건강을 챙기려는 웰빙 열풍을 타면서 햄버거 전문점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며 “가정에서 만들어주는 ‘별미’같은 홈메이드 햄버거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만두소와 라면 스프 등 불량 먹거리 쇼크가 계속되는 탓일까. 가정식처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당장 몸에 안 좋은 ‘ 정크 푸드’(junk food)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패스트푸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먼저 상륙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상징인 햄버거가 ‘홈메이드 푸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반기를 들고 “ 신선한 재료로 자기 집 부엌에서 갓 요리한 듯한 음식을 먹자”는 바람이다. 프레쉬니스 버거를 비롯해 하워드앤마리오, 내쉬빌 스테이크 하우스, 크라제 등 홈메이드식 햄버거를 제공하는 ‘버거 까페’에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든다.

이와 같은 ‘ 홈메이드 푸드’는 명확한 정의는 내리기 어렵지만, 소비자 주문 후 일정한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음식을 통칭하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개념이다. 가정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음식을 뜻하지만, 통상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일상적인 음식과는 구별된다. 이유식, 케이크, 초콜릿 등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음식이나 음료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도 즉석에서 만들?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신촌이나 명동 등 젊은이들이 붐비는 거리에서는 철판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키위, 체리, 딸기, 멜론 등 원하는 과일과 우유를 暠??넣고 갈아 생과일 주스를 만든 뒤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급속냉각기가 달린 철판 위에 부어 만드는 방식. 싱싱한 생과일과 식물성 유지방을 혼합하여 만들어 다이어트를 원하는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명동 앞 철판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2)씨는 “ 즉석에서 생과일을 갈아 만들어서인지,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과일 향이 강하게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떼르 드 글라스, 프렌치 키스 같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역시 녹차, 쑥, 호박 같은 건강 재료를 즉석에서 직접 갈아 만드는 건강 아이스크림. 저지방ㆍ저칼로리 등을 내세워 아이스크림이 몸에 해롭다는 이미지를 해소하며 홈메이드 식문화를 넓혀가고 있다.

요즘 홈메이드 푸드 업종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업종이 이유식이다. 그 동안의 이유식은 할인점 등에서 구입하는 분말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방부제 같은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 맞춤형 이유식이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맞춤형 이유식도 큰 관심

홈메이드 이유식 전문 업체인 베베쿡(www.bebecook.com)은 매일 새벽 다양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이유식을 각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1주일분 이유식 가격은 초기ㆍ중기ㆍ후기 등 이유식 단계에 따라 17,000~72,000원. 보통 시중에 유통되는 분말식 이유식보다 3~4배 비싼 가격이지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 이의종 마케팅 팀장은 “ 맞벌이 주부와 전업 주부 구분 없이 큰 호응을 얻는 추세”라며 “하루 주문 고객이 1,8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회원은 1만 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매년 40~50%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홈메이드 푸드를 즐기는 동호회도 생기고 있다. 과거에는 포도주 같은 과일주를 만드는 동호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맥주도 직접 만드는 먹는 생경함을 추구한다. 홈메이드 맥주는 이제 더 이상 일부 유학파 등 호사가가 즐기는 문화가 아니다. 2002년 개설된 인터넷 동호회 ‘ 맥주만들기’(cafe.daum.net/microbrewery)의 회원은 무려 9,600여 명. 이들이 맥주를 구입하여 먹지 않고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어 먹는 이유는 취향에 따라 계피향, 소나무향, 치즈향까지 개성 있는 맛의 맥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타민B가 풍부한 살아있는 효모 맥주를 만들 수 있어 웰빙 바람을 타고 주목 받고 있다.

홈메이드 맥주를 만드는 도구 및 재료를 판매하는 김지훈 미스터 비어(www.mrbeer.co.kr) 사장은 “ 미국의 경우 직접 맥주를 만들어 먹는 동호인이 대략 150만 명일 정도로 대중적”이라며 “ 나만의 것을 즐기려는 신세대를 중심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도구를 갖추는 비용은 제외) 맥주 8L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 비용은 대략 3만원. 시중에서 맥주를 구입하여 먹는 것보다 1.5배 이상 비싼 셈이지만, 맥주 한 잔에도 건강과 여유를 느껴보는 즐거움은 값으로 따질 것이 아닌 듯 싶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6-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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