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업계 비지니스 이뤄지는 요트 어렵사리 승선 시선 한몸에누드 퍼포먼스. 거리낌 없는 분위기에 당혹감·부러움 교차

[이색지대 르포] ‘그들만의 선상파티, 별천지였죠’
포르노 업계 비지니스 이뤄지는 요트 어렵사리 승선 시선 한몸에
누드 퍼포먼스. 거리낌 없는 분위기에 당혹감·부러움 교차


한국을 대표하는 에로배우로 대학 강단에까지 섰던 정세희, 그가 바라본 유럽의 포르노 문화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최근 유럽 7개국을 돌며 각종 포르노 박람회와 포르노 제작업체 등을 방문, 유럽 포르노 문화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정세희를 만나 소감을 들어 봤다.

“ 유럽 7개국을 돌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돌아 왔습니다. 너무나 개방적인 사회, 특히 노출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참 부러웠어요. 그리고 두 번의 요트 파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세희가 손꼽은 최고의 경험은 두 번의 요트 파티였다. 세계 최대 포르노 제작사인 ‘ 프라이빗’이 주최한 칸 요트 파티와 유럽 최대 포르노 웹사이트인 ‘유로 웹테인먼트’가 개최한 마요르카 요트파티가 바로 그것.

유럽의 포르노 비즈니스는 주로 이런 형식의 요트 파티를 통해 이뤄진다. 때문에 이런 요트 파티에는 유럽 최고의 포르노 스타들과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즐비하게 참여한다. 바로 이 곳의 포르노 이벤트인 요트 파티에 한국을 대표하는 에로 배우 정세희가 참여한 것이다.

유럽 포르노 업계 2세대를 이끌고 있는 베스 밀턴(Berth Milton)의 ‘ 프라이빗’. 스페인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 플레이보이’를 제치고 전 세계 섹스 산업 업체 가운데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된 기념비적인 업체다. 프라이빗이 자신들의 전용 호화요트에서 펼친 누드 파티는 칸 영화제 기간과 동시에 열렸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 그들만의 공간’인 이 요트 파티, 정세희 역시 입장이 쉽지 않았다.


- 유일한 동양인…제작자 등의 집요한 공세까지

“ 어렵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요트에 들어간 뒤에는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이유에서인지 관심의 초점이 제게 집중됐지요.” 정세희를 가장 반긴 이는 프라이빗에서 잔뼈가 굵은 제작자 알렉산드로 델 마르(Alessandro Del Mar)였다. 이날 요트 파티를 주관한 알렉산드로는 정세희를 보자마자 큰 관심을 보이며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이에 정세희가 영문으로 제작해 간 본인의 팜플렛을 보여주자 그는 “ 단독으로 포즈를 취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해 왔고, 정세희는 화끈한 누드 퍼포먼스로 이런 관심에 화답했다.

“ 이날 요트 파티에서 가장 많은 플래시를 받은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게다가 단독 포즈가 끝나자 스페인 최고의 포르노 배우 미야 다이아몬드가 무대위로 올라왔어요. 갑자기 제 입술을 훔치고 가슴을 애무하는 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이런 뜨거운 분위기에 가장 놀란 사람은 단독 포즈를 요청했던 엘렉산드로 본인이었다. 심지어 “정세희를 차기작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며 공개적인 캐스팅 제안을 했을 정도다.

“출연 제안을 받고 당혹스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에로 배우이자 누드모델이지 포르노 배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설명한 뒤 제안을 거절했지요.”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열린 유럽 최대 포르노 웹사이트 ‘유로 웹테인먼트’의 요트 파티는 더욱 규모가 컸다. 두 대의 요트에서 나눠 이벤트가 열렸을 정도인데 이 가운데 정세희가 올라탄 요트만 해도 2층짜리 대형 요트였다. “ 너무 여유로웠어요, 배가 출항하자 라틴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고 와인과 맥주, 위스키 등이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달궈졌지요. 그리고 배가 망망대해 한 가운데 멈춰 서자 두 백인 여자가 갑판 위에 올라와 옷을 벗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파티가 시작된 거죠.”


- 자유의 표정을 한 섹스의 현장

마요르카의 요트 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세상이었다는 게 정세희의 설명이다. 한 쪽에서는 누드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캠코더와 카메라를 든 한 무리가 여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에선 전라 상태의 犬碩湧?일광욕을 즐기고 獵? 그리고 2층에 마련된 바에서는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는데 방금 누드 퍼포먼스를 마친 여배우가 전라 상태로 바에 올라와 편하게 와인을 마시는 모습에 너무 놀랐다고.

“ 자유 공간 그 자체였어요. 누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고 카메라를 든 이들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어요. 그냥 옷을 벗은 채 요트 위의 낭만을 즐기다가 순서가 되면 가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더라고요.”

단연 정세희는 이날 파티에서도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날 역시 요트파티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 정세희는 누드, 퍼포먼스를 벌이지는 않고 조용히 파티를 즐겼다. 너무 자연스럽게 누드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지만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부담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

두 번의 요트 파티를 통해 수많은 유럽 포르노 스타들과 만난 정세희가 그들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자칫 움츠려 들거나 기가 죽지는 않았을까. “한명뿐인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바람에 여배우들이 혹시 질투심을 갖거나 라이벌 감정을 갖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들은 프로였어요.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금방 친해졌어요.”

특히 정세희는 그들의 배려가 매우 고마웠다고 얘기한다. 훤칠한 백인 포르노 배우들에 비해 작은 키로 인해 포즈를 잡는데 불편해하자 무릎을 꿇어 포즈를 잡아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다고.


- “성인 콘텐츠의 산업화 절감했죠”

정세희가 느끼고 돌아온 두 번의 요트파티는 유럽 포르노 문화의 진수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한국 사회와는 너무 다른 그들의 문화에 정세희까지 이질감을 느꼈을 정도라니 한국 사회가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다만 포르노를 비롯한 성인 콘텐츠 시장이 점차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밌는 경험 하나. 첫 번째 요트파티였던 ‘ 프라이빗’ 주최 칸 요트파티의 경우 칸 국제 영화제 기간에 열린 것이었다. 때문에 칸 해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넘쳤다. 칸 요트파티 다음 날 관광 삼아 칸 해변을 거닐고 있는 정세희에게 두 명의 사진기자가 나타나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루 사이에 유럽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었다는 행복감에 빠져있는 정세희에게 이들 사진기자들은 명함까지 쥐어줬다. 이들의 정체는 과연 누구였을까.

“ 기자가 아니고 거리의 사진사들이더라고요. 물론 그들이 찍은 사진은 돈을 내야 찾을 수 있는 거였고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진사들에게 깜빡 속았던 거죠 뭐.”

황영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4-07-07 11:55


황영석 르포라이터 chemistion@my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