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그리며 뛰고 또 뜁니다40명 선수단 한결같은 목표는 1군 무대 서는 것열악한 환경서도 선의의 경쟁 펼치며 최선 다해

[우리시대의 2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2군
잠실야구장 그리며 뛰고 또 뜁니다
40명 선수단 한결같은 목표는 1군 무대 서는 것
열악한 환경서도 선의의 경쟁 펼치며 최선 다해


어느 분야에서나 실력과 능력, 친화력 등으로 인정을 받는 ‘1군’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과정을 지나며 시련을 먹고 사는 ‘2군’이 있다. 1ㆍ2군의 벽이 두터워 도저히 넘나들 수 없는 사회보다는 열심히 노력해 2군이 1군 되고 그 반대도 가능한 사회가 정직한 사회, 경쟁력이 있는 사회다. 변화와 변동이 많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내일을 꿈꾸며 사는 2군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현장으로 가 본다. 편집자 주

송재박 감독(왼쪽)과 김민호 수비코치가 훈련을 마친 선수들을 불러 점검하고 있다.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2군의 전용구장이 있는 경기 이천.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두산의 1군 선수들의 주무대가 잠실 야구장이라면 2군 선수들은 초록 산야에 묻혀 있는 훈련장을 겸한 이천 전용 연습구장에서 경기하고 훈련한다.

어느 조직에서나 ‘잘 나가는’ 부류와 ‘고개 숙인’ 부류가 있기 마련이지만 1군과 2군으로 딱 나눠 오르내리기 경쟁을 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1군과 2군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를 젊은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 갈까.

갓 20세부터 서른을 넘긴 고참 선수까지 40명이 한 솥 밥을 먹는 두산 2군 선수들의 한결 같은 소망은 1군 무대에 서는 것이다.

지난 1일 오후1시부터 예정됐던 현대 유니콘스 2군과의 홈 경기가 전날 내린 비로 취소되며 40명 선수들은 던지고 치고 달리며 체력을 다지는 훈련으로 더운 숨을 내뿜었다. 열심히 훈련하면서도 1군의 즐비한 경쟁자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경쟁자는 현재의 국내 선수, 외국인 용병뿐이 아니다. 구단에서 전력향상을 위해 돈 주고 다른 구단의 선수를 데려오는 변수도 있다. 그러면 1군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다.


- 1군의 쟁쟁한 선수들 항상 뇌리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2군 선수 뿐이겠는가 만은 두산 2군의 최고참 문희성(32ㆍ1루수) 선수는 “뭔가 부족하니까 이 곳에 온 것이고 그것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현실을 핑계로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196㎝의 거구로 야구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그는 1루수 경쟁자였던 용병 우즈와의 악연으로 1ㆍ2군 행을 되풀이했다. 우즈가 안 좋으면 1군, 우즈가 잘 치면 2군 행, 이런 식으로 경쟁의 구비구비를 넘어왔다. 부상으로 다시 한 달 넘게 2군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같은 위치에서 잘 하고 있는 1군 선수들 이름을 꼽으며 회복돼도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반드시 1군 무대에 설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구장 내 간이식당으로 날라온 감자탕으로 점심을 먹고있다.

올해 두산 2군의 새 식구가 된 이경민(20ㆍ투수ㆍ경동고 출신) 선수는 “2군에서 15명의 투수들이 경쟁할 만큼 살아 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모두 같은 입장에 있지만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지만 삭막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경민 선수는 1군 진입 목표를 올 8월로 잡고 있다.

‘잘 하고 있는 경쟁자들, 하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좌절하지 않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자부심 가진 프로가 되겠다’는 의지와 프로 세계의 경험이 그 대답처럼 들렸다.

2군 선수들은 관중이 없는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아쉬워하면서도 2군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소득으로 생각한다. 1군의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빠삐용처럼 될 수 있는 한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2군 생활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자세가 역력하다.

1군과 2군의 차이는 크다. 수 억대 연봉 선수가 1군에 즐비한데 반해 2군의 최저 연봉은 2,000만원 안팎. 2군 경기에는 관중도 없다. 기껏해야 열성 팬 클럽 회원 몇 명, 인근 주민 등 많아야 5~10명 정도다. 이날 오전 3시간 가까운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구장 한 켠에 마련된 간이식당에서 인근 음식점에서 자동차로 날라온 감자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 10명도 안되는 관중 앞에서 경기

휘황한 조명아래 야간경기로 열리는 1군과 달리 2군 경기는 주로 낮 1시, 3시 경기가 대부분이어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차로 이동하며 오전10시쯤 아침 겸 점심을 사 먹는다. 선수단 차량도 겉 모습은 같지만 1군은 좌석간 거리가 넓은 우등고속버스형 2대, 2군은 일반고속버스형 1대에 40명의 선수들이 감독, 코치와 함께 빼곡히 탄다. 숙소와 음식, 지급되는 용품에도 차이가 있기는 마찬가지. 스스로 운동복을 세탁해야 하는 2군 선수들 중에는 빤 옷이 다 마르지 않아 젖은 옷을 입고 경기장에 나가기도 한다. 야구화도 1군과 달리 2군은 바닥에서 물이 들어올 정도가 돼야 새 신을 신을 수 있지만 이런 것에 불만하는 선수는 없다. 1군 행이란 한 목표로 뛰는 2군에도 부상이나 기량 저조로 매년 25%가량인 10여명이 퇴출된다. 새로 영입되는 신인선수와 물갈이되는 것이다.

1군 행을 꿈꾸던 선수들을 방출(웨이브 공시)하거나 퇴출해야 하는 것도 2군 비애의 또 다른 단면이다. 김일상 2군 매니저(40)는 “10년 넘게 2군 선수들을 지켜보며 시련을 딛고 반드시 일어서겠다는 정신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알게 됐다”며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구단의 장기적인 계획, 지원과 지도자의 열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수단 버스에 가지런히 실린 운동화와 가방들.

2군 선수들의 아버지 격인 송재박(49) 감독은 “2군 경영의 목적은 1군 요원을 양성하는 것이며 40명의 선수 중 1군에 갈 가능성이 보이는 10~20%(4~8명)의 선수에 집중하고 있다”며 “선수를 키우는데 정답은 없는 만큼 꿈과 희망을 갖고 2군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게 하고 가능성을 발견해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2군의 40명 중 절반이 1군 경험자들이다. 40명 중 1군 선수의 부상, 컨디션 저하로 언제든지 불려 올라갈 수 있는 ‘1.5’군도 4~5명에 이른다. 두산 2군 감독의 목표는 1년에 한 명의 무명 혹은 신인 선수를 1군에 진출시킨다는 것이다. 2군이 꽃피운 열매들도 많다. 심정수 선수(현대)를 비롯, 김상진(투수), 손시헌(유격수), 이도형(한화 포수), 조경택(한화 코치)을 비롯 올해 이승준 유재웅(유격수) 등 2명이 1군에 올라갔다.


- 절반의 선수들은 1군 경험자

1군으로 올라가느냐, 2군에 머무르느냐, 최악의 경우 2군 퇴출이냐의 갈림길에서 꿈을 안은 젊은이들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지만 동료들을 인정하고 밀어주는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살아 남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20대, ‘1군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30대.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이란 시각만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바람은 ‘비록 현재 아무것도 보장된 건 없지만 최선을 다해 내일의 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잠실 야구장에서 꼭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2군 선수들의 일상과 각오는 같은 것이다. 북부리그에 상무를 포함해 두산, 현대, LG, SK 등 5개 구단, 남부리그의 기아, 삼성, 롯데, 한화 등 4개 구단 2군 선수들은 같은 리그 팀과 다른 리그 팀들과 연간 팀당 72경기씩을 치르며 땀의 기록을 만들어간다. 영원한 1군도, 영원한 2군도 없는 사회, 2군이 1군이 되고, 1군이 2군이 될 수 있는 막히지 않은 정정당당한 사회- 2군들이 달린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

안재현 대기자


입력시간 : 2004-07-15 11:21


안재현 대기자 jhah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