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짜릿한 열애 중매달 단체관람 행사, 뮤지컬 긍정적으로 보기운동도

[동호회탐방] 뮤지컬 매니아
뮤지컬과 짜릿한 열애 중
매달 단체관람 행사, 뮤지컬 긍정적으로 보기운동도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현란한 춤, 심장이 둥둥 울리는 열정적인 노래, 울고 웃는 배우의 생생한 연기… 이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뮤지컬은 가장 매력적인 종합예술 중 하나다. 무대 위의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지만 공연문화가 익숙치 않아 망설이는 이들, 혹은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뮤지컬을 즐길 기회를 기다렸던 ‘알뜰 관객’이라면 동호회 ‘뮤지컬매니아’를 찾아가 보자.


- “할인된 가격에 로열석에 앉아요”

회사원 서정미(34) 씨가 뮤지컬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신명나는 놀이터를 만들어보고 싶어 2003년 4월 개설한 ‘뮤지컬매니아’(http://cafe.daum.net/musicalmania)는 이제 갓 한 돌을 넘겼지만 그 내공만큼은 만만치 않다. 매달 십여 건이 넘는 단체관람 행사마다 할인가격에 좋은 좌석을 확보해오는 운영진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모여든 뮤지컬 매니아들이 1만 7천여 명을 훌쩍 넘는다.

동호회 메인 페이지를 열면 뮤지컬 ‘파우스트’, ‘지킬과 하이드’, ‘달고나’, ‘미녀와 야수’, ‘토요일 밤의 열기’ 등 단체관람 예매가 진행 중인 뮤지컬 목록이 빼곡해 오프라인 모임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공연들을 선별해 저렴한 가격에 단체관람을 진행하므로 티켓 판매는 순식간에 끝난다.

예를 들면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는 배우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 좌석을 20% 할인된 48,000원에 구할 수 있다. 회원들의 요구로 3차에 걸쳐 단체관람을 진행할 정도니 그 열띤 반응을 짐작할 만하다. 또 ‘난타’ 제작사에서 기획한 창작뮤지컬 ‘달고나’는 50% 할인가인 17,500원에 관람할 수 있다고. 단체관람에 참여하려면 ‘뮤티켓신청’ 게시판에서 꼬리말을 달아 신청하면 된다. 입금한 순으로 좋은 좌석을 배정하기 때문에 입금이 빠를수록 유리하다.

이렇게 매달 진행하는 단체관람행사의 규모는 1회당 적게는 20여명 선에서 많게는 200여 명을 훌쩍 넘긴다. 지난 6월초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단체관람 때는 200석의 공연장을 통째로 빌렸지만 좌석 수를 넘는 211명이 참여해 난감할 정도였다. 최다동원 기록은 2003년 12월 정동 스타식스에서 개최한 ‘한밤의 크리스마스 뮤지컬콘서트’. 좌석 수 280석에 260여 명이 참석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뮤지컬매니아’의 주 활동계층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직장 여성들로 여성 회원이 10명 중 7명 꼴일 만큼 비중이 높다. 하지만 공연문화에 목말랐던 남성 회원들의 열성적인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원 장현일(31) 씨는 “주변의 남자 동료들에게 뮤지컬 보러 가자면 ‘실없는 놈’ 취급을 받기 일쑤였죠. 하지만 ‘뮤지컬매니아’를 알고부터 회원들과 함께 볼 수 있어 좋네요” 라며 웃음 짓는다. 그는 취미삼아 찍던 공연사진 촬영을 최근 아예 부업으로 삼았다. 창작뮤지컬 ‘터널’의 공연사진도 직접 찍었을 정도.

뮤지컬 매니아들이 모인 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뮤지컬 사랑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동호회원 이준호(32) 씨는 지난 2003년 한 해 동안 280일이 넘게 다양한 공연을 관람했는데 그 중에 뮤지컬 공연 관람일은 150일을 넘는다. 전국에서 열리는 ‘캣츠’ 순회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넘나들고 심지어 대만까지 ‘원정관람’을 떠났던 동호회원 김숙영(30) 씨도 만만치 않은 열혈 회원 중 하나다.


- 뮤지컬 대중화 운동에 앞장

‘뮤지컬매니아’에서 특히 염두에 두는 것은 아직까지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친숙하지 못한 뮤지컬 장르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다. 뮤지컬 단체관람행사 외에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의 ‘뮤지컬 콘서트’나, 지난 5월 제1회 하비쇼에서 ‘뮤지컬 전시회’를 진행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지난 4월부터는 동호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취재단을 구성해 매월 한 차례 뮤지컬 웹진도 발행한다. 운영진이 발로 뛰며 국내 뮤지컬 극단의 연습실을 탐방해 배우와 인터뷰를 하고 연습장면을 지켜보며 기사를 써서 올리는 것이다. ‘천적지악마’, ‘파우스트’ ‘터널’ 등 국내 창작뮤지컬의 무대 뒤 생생한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공개된다. 웹진의 전신 격인 ‘배우인터뷰’ 게시판에서는 ‘맘마미아’의 박해미, ‘왕과 나’의 김선경, 유린타운의 성기윤, ‘오페라의 유령’의 김장섭 등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인상 깊게 보았던 뮤지컬 음악들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소모임 ‘뮤지컬아마존’, 뮤지컬 못지않게 연극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연극매니아’ 등 관련 소모임도 운영돼 공연문화 전반을 폭넓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갈증을 채워준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뮤지컬 긍정적으로 보기’운동을 펼치는 동호회의 뮤지컬 사랑이 인정받는 때문일까, 뮤지컬 배우들이나 공연기획사에서도 동호회의 존재를 반기고 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10일 창조콘서트홀에서 열린 ‘뮤지컬매니아 1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오는가 하면 직접 무대에 출연해 특별한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동호회 운영자 서정미 씨는 “뮤지컬 감상 입문자라면 일단 뮤지컬 관련 사이트에 방문해 사전정보를 습득한 뒤 보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공연될 뮤지컬이 자기 취향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고, 배우, 뮤직 넘버, 뮤지컬 장르를 파악한 뒤에 공연을 보면 감동도 한층 배가된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뮤지컬에서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무대 위의 배우들을 지켜보며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린다는 ‘뮤지컬매니아’ 회원들. 매월 1회 승급 신청을 받아 선정하는 최고우수회원 등급인 ‘뮤지컬 폐인’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니, 올 여름 뮤지컬과 ‘찐~한’ 연애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07-20 16:26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