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을 향한 쉼없는 도전마음으로 듣고 의지로 쏜다전국무대 두 번째 도전 "당당한 팀, 이기는 팀으로 거듭나겠다"

[우리시대의 2군]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1승을 향한 쉼없는 도전
마음으로 듣고 의지로 쏜다
전국무대 두 번째 도전 "당당한 팀, 이기는 팀으로 거듭나겠다"


2군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현재에 만족하거나 스스로의 문제나 환경 때문에 주저앉지 않는 사람들이다.

청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가 제3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 무대에 다시 도전한다. 두 번째의 도전. 목표는 1승 달성이다. 지난해 첫 출전에서는 성남서고에 1-10콜드게임으로 졌다. 8월 3일부터 서울 동대문 야구장에서 전국 57개 고교 야구팀들이 열전에 들어갈 올 대회에서 성심학교는 동향의 청주 세광고와 1회전에서 맞붙는다.

“작년 봉황대기가 끝난 후 더 이상 동정 받는 팀은 되지 말자고 선수들과 다짐했어요” “청각장애 야구 팀이 아니라 고교야구의 당당한 한 팀으로, 이기는 팀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 "호락호락하지 않을것"

성심학교 야구부 14명은 지난해 이후 많은 연습경기를 치루며 기량을 쌓았다. 올해는 더 이상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수비 때 방망이에 맞아 나가는 공의 궤적을 눈으로만 쫓을 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려움, 날아가는 공을 쫓으며 수비수들끼리 서로 소리질러 알려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여전하지만 우려하던 수비력은 많이 나아졌다.

성심의 야구부는 2002년 9월 창단 때부터 산파역을 맡았던 이 학교 조일연 교감(52)과 체육담당 겸 야구부 지도를 맡은 임영규 교사(34), 박상수 감독(36), 후원회 일을 맡아 야구부 살림을 꾸려가는 박정석 야구부장(37) 등 교사들이 한마음이 돼 꾸려간다.

수화로 작전지시를 하고 경기 중에도 수화로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선수들도 이제는 ‘하나, 둘, 셋 야!’ 같은 구호는 힘차게 한다.

듣지 못하는 대신 시각은 뛰어나 성심 야구부의 공격력은 다른 팀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까다로운 야구 규칙과 경기 경험 부족, 경기 진행에 익숙치 못해 어이없는 실수가 대거 점수를 내주는 패배의 화근이 돼왔다. 더욱이 선수가 부족해 지난해에는 10명 중 부상선수 1명을 뺀 9명이 꼭 맞게 공격 타순과 수비위치를 채웠는데 올해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야구부에서 유일한 고3으로 주장 겸 투수를 맡고있는 서승덕 군(19)이 삐긋하기라도 하면 1루수가 구원 투수가 되기도 하고 수비 위치를 뒤바꿔야 한다.

성심 야구부는 지난해 봉황대기 첫 참가이후 올들어 충남ㆍ북 지역 고교 야구팀이 참가한 ‘한화기 대회’(4월)와 광주에서 열린 ‘무등기 전국고교야구대회’(6월) ­­에서 공주고와 야탑고에 모두 콜드 게임 패로 지는 쓴 경험을 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연습경기를 하자고 요청해 오는 팀은 없지만 감독과 지도 교사들이 나서 안산공고 원주고 주엽고 성남서고 경기고 등에 원정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다.

‘1군’이면서‘2군’을 자처한 서울대 야구부와는 지난 5월 충주 탄금대 야구장에서 친선경기를 가져 장왕근 군이 성심 야구부의 첫 홈런을 기록하는 등 선전 끝에 6-13으로 졌다.

서울대 야구부는 성심이 봉황대기에 대비, 목표인 1승 달성을 돕기 위해 봉황대회 개막 직전인 이 달 30일 성심 야구부를 서울대로 초청, 경기를 갖기로 하는 등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콜드 게임 패를 면하고 9회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목표를 세운 성심의 1승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조일연 교감은 “1회전에서 맞붙을 세광고에 비해 객관적 전력은 부족하지만 야구는 ‘운7 기3’이라고 하는데 이 번에 꼭 한 번 이기고 싶다굔?소망을 밝혔다.

고교야구대회로는 처음으로 이번 봉황대기부터 알루미늄 방망이 대신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는 것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타구의 날아가는 거리가 짧아질 거고 수비 때도 강습이 적어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다.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선수들의 결의도 대단하다.


- "정상적 야구팀으로 인정 받겠다"

“지난해 첫 출전서는 청각장애 야구선수라는 호기심의 대상이 됐지만 올해 대회서는 정상적인 하나의 팀으로 인정 받고 싶다”는 박상수 감독은 “세광고와는 올해 한 번도 겨뤄보지 못하고 서울서 만나지만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黎?초반에 선취점을 내고도 중ㆍ후반에 무너진 모습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주장 겸 투수인 서승덕 군도 ‘실수 없으면 1승 목표 달성’이라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드러냈고, 청각장애를 가지고 일반고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하며 선발보다 벤치를 지켰던 시간이 더 많았던 선수 두 명이 성심으로 전학 합세한 것도 전력에 보탬이 됐다. 또 서울대 야구부 형들과의 경기에서 성심 야구부 첫 홈런을 기록, 성심의 홈런타자가 된 장왕근 군(19ㆍ고2)은 봉황 무대에서 첫 공식경기 홈런을 치겠다는 결의에 차있다. 장 선수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가 돼 국민 모두가 아는 홈런타자가 되는 것.

부모들의 절반 정도가 같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성심학교생들은 교내 재활원에서 생활하며 중학생 45명중 12명이 고등학교 형들과 함께 훈련하고 성심야구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야구부는 성심을 밝고 활기찬 학교로 만드는데도 기여했다. 또래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청소년 문제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교사들은 야구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 내년엔 전국대회 지역예선에 도전장

청각장애인 야구 팀이 아니라 고교야구의 당당한 한 팀, 이기는 야구팀이 되는 것. 성심 야구부는 내년부터는 충북지역 예선경기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세광고와 청주기계공고의 예선다툼을 지켜보고만 있었지만 지역 대표 선발전에도 나서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것이다.

성심야구부는 내년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야구부원 14명 중 2학년생이 9명으로 주축을 이뤄 내년에는 이들의 실전 경험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봉황대회에도 성심의 재학생들은 학교버스 등으로 상경해 서울 동대문 야구장, 열기의 현장에서 응원전을 펼친다. 9회까지 최선을 다해 1승 목표를 넘어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려는 것이다. 도전하는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자. ­

글·사진/ 안재현 대기자


입력시간 : 2004-07-21 11:30


글·사진/ 안재현 대기자 jhah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