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의 벽을 허문 자유와 열정의 해방구홍대앞에서 강남으로 확산되며 대중화 급물살
[이색지대 르포] 클럽파티…밤의 열기 속으로 '끼리끼리'의 벽을 허문 자유와 열정의 해방구 홍대앞에서 강남으로 확산되며 대중화 급물살
- 블록파티, 밤 문화의 히트상품으로 급부상 밤 8시가 넘으면서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8시 30분이 지나자 클럽 언더그라운드 앞 골목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3회째를 맞이하는 ‘블록파티’는 1회 때 1,000여 명, 2회 때 1,500여 명을 운집시키며 클럽파티의 새로운 히트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입소문 때문인지 그 열기가 시작 전부터 대단했다. 이날 파티의 입장료는 2만원. 입장료를 지불하면 음료 티켓 한 장과 입장권을 의미하는 손목띠를 걸어준다. 한번 손목에 띠를 두르게 되면 이날 파티에서는 무제한으로 출입이 가능해진다. 클럽 내부 바에서 주류와 음료수가 판매 중인데 입장시 받은 티켓으로 한 병이 교환되고 이후부터는 직접 구입해야 한다. 병맥주 한 병이 5,000원인데 대부분 술을 마시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갈증 해소를 위해 2~3병 마시는 수준이었다. 파티의 전반전(밤 9시~새벽 1시)을 책임진 것은 연예인들의 무대였다. DJ Noah, DJ Needle 등 유명 힙합 DJ의 무대로 뜨거워진 분위기는 이날 파티에서 새 앨범 쇼 케이스를 가진 가수 J의 무대에서 절정에 올랐다. 친구와 함께 파티장을 찾은 대학생 이미희(21ㆍ여)양은 “병맥주를 마시며 유명 가수의 미니 콘서트를 즐기는 게 색다른 맛”이라며 “별도의 테이블이 없고 더워서 불편하지만 그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파티를 즐기는 소감을 밝혔다. J의 공연에 이은 다음 무대는 ‘비트박스’로 유명한 후니훈과 가수 김조한의 조인트 무대. 역시 새 앨범 출시를 앞둔 후니훈의 무대에 절친한 동료 김조한이 함께 올라 화끈하면서도 확실한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두 사람은 ??섹시한 의상의 여성 손님들을 무대로 불러 뜨거운 댄스를 선보이자 관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가수들의 무대가 끝난 뒤 이어진 실력파 DJ의 시간. 모두 흥겹게 춤을 추며 편안한 힙합 리듬에 몸을 맡긴다. 준비해온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춤을 추는 남자 손님이 있는가 하면 상의를 가슴 바로 밑까지 말아 올려 배꼽과 허리 라인을 노출한 채 춤을 추는 여성도 여럿 눈에 띈다. 후반전은 새벽 1시께부터 시작됐다. 부득이 이날 파티를 전후반으로 나눠 설명하는 이유는 클럽을 메운 손님들의 변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반전이 대중적인 경향의 파티였다면 후반전은 정통파 마니아들의 자리였다. 이날 파티에는 모두 1,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 가운데 700여 명 가량은 강남 일대의 파티를 찾아 다니는 파티 마니아들이고, 나머지 300여 명은 이벤트 당첨자를 비롯, 우연한 계기로 클럽파티를 찾은 이들이었다.
후반전을 메운 이들은 700여 파티 마니아 가운데서도 정통파들이었다. 심지어 새벽 2시가 지난 뒤에는 한국어 보다는 영어로 대화하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 대부분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거나 현재 유학 중으로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젊은이들이었다. 미국 동부에서 유학중 방학을 맞아 귀국한 이현호(20ㆍ남)씨는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찾았다고 한다. “파티를 좋아하고 좋은 친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어 이곳을 찾았다”는 이씨는 “보통 새벽 1시가 넘으면서 물갈이가 된다. 주차하기도 그 시간이 편해 늦은 시간에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증막 같은 더위를 느낄 정도로 뜨겁게 진행된 이날 파티는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신나는 금요일 밤을 보낸 이들이 무리지어 클럽을 빠져나가며 8시간 동안 지속된 흥분의 도가니는 모두 마무리됐다. 나이트클럽의 ‘부킹’처럼 별도의 짝짓기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 탓인지 마무리 역시 깨끗했다. 혹시 파티에서 눈이 맞아 함께 나가는 남녀 커플이 있는지 찾아보려 애썼지만 분위기 자체가 그런 인위적인 만남보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런 형식의 클럽파티는 거의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강남 유명 클럽에서 개최된다. 술을 많이 마시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술에 취해 비틀대는 이들이 거의 없고 남녀의 만남을 위한 자리 역시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파티 문화는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클럽파티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업적인 경향이 다소 가미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연 긍정적인 형태의 클럽파티가 상업적인 유혹의 손길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갈지,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입력시간 : 2004-08-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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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석 르포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