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양지를 지키는 그림자 인생평범한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직업

[우리시대의 2군] 경호원
음지에서 양지를 지키는 그림자 인생
평범한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직업


누군가, 무엇인가에 가려 사는 인생이나 직업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선택한 삶들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주인공이 있듯이 조연이거나 어쩌면 배경 음악이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게 드러나지 않는 역할도 있다.

경호원, 007영화에서 보는 첩보원과는 다르지만 날렵한 몸매에 검은 양복, 무언가를 쫓는 눈, 여차하면 발차기와 돌려차기가 터져 나올 것 같고 행여 가슴 안쪽에는 뭔가가 숨겨져 불쑥 튀어나올 것도 같다.

뭔가 다를 것 같은 경호원들, 만나보면 참 평범한 사람들이다.

경호업체 코세스코리아(서울 송파구 석촌동, 대표 백봉현)에는 남자 경호원 47명과 여자 경호원 5명이 활동 중이다. 개인의 신변 경호나 시설 또는 행사 경호·경비를 위해 현장에 나가 뛰고 있는가 하면 수련을 하며 출동 대기 중인 사람들도 있다.

또 평범한 직장인으로 근무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다가 토·일요일 등에 요청이 있으면 경호원으로 나서 두 가지 인생을 사는 투 잡스(two jobs)도 있다.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경호가 점차 생활 속으로 확산되며 경호원들이 뛰는 현장도 다양하다.


- 보편화된 경호, 활동무대 넓어져

국내외 저명인사나 분쟁 중인 사람들에 대한 개인 신변경호에서부터 가족들에 대한 경호, 결혼식 및 장례식장 경호, 공연장이나 회의장 경호, 시설 경호·경비, 시험 출제장 보안, 도청 검색 등에 이르기까지.

경호원이 되기 위한 자격조건에서 남녀 차이는 키(남자 178㎝, 여자 165㎝이상) 하나밖에 없다. 18세가 지난 고졸이상 학력, 무술 공인종목 3단 이상 등은 공통 항목이다.

이 곳의 여자 경호원 5명중 3명은 24시간을 뛰는 전임, 2명은 체육관의 강사로 일하며 틈틈이 경호원으로 나선다.

“누군가를 지키고 도움이 되는 일이 좋아 경호원이 됐어요.” 전임 여자 경호원 3총사는 똑 같은 생각을 가졌다. 모두가 “왜 하필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느냐”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2년 경력의 조미란(24) 씨는 24시간 낮 밤을 꼴딱 새며 개인신변 경호 임무를 맡기도 한 프로. 초보 때는 사람 경호보다는 주로 시설이나 행사 경호에 투입된다. 탐라대 경찰행정학부를 나온 유도 3단. 각지기 보다는 서글서글한 성격과 외모가 보통의 또래 처녀들과 다르지 않다.

남의 집에서 낯선 가족들과 함께 4개월간 생활하며 경호한 적도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의 신도시로 갓 이사 온 한 중소기업체 사장 집에서 중학생 딸이 주위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자 딸 아이 3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보호해 줄 것을 의뢰해와 이 집에서 생활하며 등·하교 길과 외출 등 일체의 활동을 함께 했다. 유치원 다니는 막내딸과 오랜 기간 함께 다니자 모두 엄마인 줄 알만큼 경호원 신분을 나타내지 않는 때도 있다.

개인 경호를 하며 좋은 인상을 갖는 경우도 많지만 인격을 무시당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태권도 2단에 사격 11년 경력의 최선진(25) 씨는 국군체육부대 중사출신으로 사격이 특기. 말과 행동에 절도가 베어있고 날카로워 보인다.

“군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좋아 시작했다”는 최 씨는 일본계 기업 노조의 집회 시위 때 회사측의 의뢰로 주요 시설물 보호와 임원 등의 신변보호 경호에 나섰던 일을 기억에 남는 일로 들었다.

경호 현장에서 겪는 가슴앓이 혹 어려움은 없을까 궁금했다. “퓐愍括?경호를 하며 혹시 정의롭지 못한 일, 정의롭지 못한 사람을 보호하고 경호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듯 관심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 대신 4년 경력의 경호2팀장 이용훈(29) 씨가 대답을 대신했다. “저희들은 의뢰인을 평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감정적 대응을 배제하려고 하지요.”

의뢰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면 경호를 더 잘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홀히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라고 정재안 상무가 덧붙였다.


- 드러나지 않는 삶

3총사의 막내 강지나(22)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가 3단.

경호원이 되기 위한 4주 과정을 갓 마친 강 씨는 경호근무자의 자세, 화법 등 서비스교육과 비밀유지 등 경호원이 지켜야 할 일 등 일반 교육과 수행경호 비서경호 차량경호 혼잡경비 대테러교육 경호장비사용 호신술 구급술 등 선배들이 거쳐간 실무교육을 끝내고 현장 실습 중이다.

“앞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 의뢰인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는 강 씨는 대답처럼 성격 좋고 씩씩한 기상이 묻어났다. 신변경호를 맡는 베테랑 경호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강 씨의 바로 윗 선배인 장한수(23) 씨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이 근무처다. 응급실에서 발생할 소동을 막고 의료진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 장 씨의 임무.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좋아서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 그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낯선 현장,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이해관계가 얽힌 다툼의 현장에서는 한 쪽 편 사람으로 고초를 겪기도 하는 어려운 직업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위험한 직업은 아니라고 애써 말한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 가스총 3단봉 전자충격기 같은 것을 휴대하기도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경호의 영역이 점차 넓어져 운전과 비서 역할을 겸한 경호도 늘어나고 각종 테러나 사고에 대비한 경비ㆍ경호업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이란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 좋아 경호원의 길을 걷는 사람들, 단지 운동을 좀 하면 경호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현실을 그들은 안타까워했다.

드러나지 않은 삶의 길을 선택한 경호원들, 그들은 소리없이 누군가 무엇인가를 지키는 사람들이지만 안으로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글·사진 안재현 대기자


입력시간 : 2004-08-05 14:19


글·사진 안재현 대기자 jhah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