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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25시] 진마
"나는 5살때 부터 음악가를 꿈꿨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스트로 베리 티비쇼' 뮤지션
낯선 음과 신선함 물씬, 음악 핑계로 고교 자퇴한 괴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사를 참 잘 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인사를 잘 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고, 같은 사람에게 하루에 3번 이상 인사를 한 적도 있죠.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진마입니다. 벼락 진(震)에 마귀 마(魔)자를 쓰죠. 저는 현재 스트로 베리 티비쇼 라는 밴드에서 활동 중입니다. 전에는 프리핀스, 그 전에는 슈즈팝, 또 전에는 발렌타인 디씨, 그리고 훨씬 전에는 마리제인에서 활동 했었죠. 아직 저를 모르신다구요? 그건 제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마니아 층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스타죠.


- 열 여섯에 첫 앨범, 아마추어적 매력

진마(21). 처음 본 순간, 아, 저 사람이 프리핀스의 진마구나! 첫눈에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데 아마추어 뮤지션에게서 풍기는 풋풋함이랄까. 핏기 없는 하얀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칼이며, 비실 비실한 몸이, 어딜 가도 이방인 대접을 받을 것 같은 그에게선, 낯설음에서 오는 신선함이 묻어 있었다.

“언제부터 진마란 이름으로 불렸나요?” 라고 묻자 ‘음악을 시작한 순간부터’라고 짧게 대답하는 그.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임형진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졌다는데. “중학교 때 처음 음악을 시작했죠. 하드코어 펑크 음악이었죠. 남녀공학을 다니는 게 평생 꿈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하필, 남학교에 들어간 거예요. 음악을 핑계로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그는 고등학교 때 멜랑콜리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또래 청년답지 않게 통기타 하나 달랑 메고 음악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수업 받는 낮 시간에 진마는 집에서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했다. 친구 대신 이따금 애완 프렌치 불독하고 놀면서 기타를 치며 빈둥거렸고, 밤에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나온 첫 번째 앨범이 ‘해피 기타’(2001)이다. 그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어쿠스틱기타와 진마의 목소리만으로 녹음된 ‘해피 기타’는 어설프고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앨범이다. 통기타 가수들의 음악이 순수와 향수로 가득하다면, 진마의 ‘해피 기타’는 막 변성기에 진입한 소년의 풋풋함으로 가득했다. 일찍 어른이 된 소년의 목소리는 어설프게나마 인생을 아는 듯 노래해 슬프게 들리기까지 한다. ‘해피 기타’에 수록된 ‘편지’ 라는 곡은 그런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너에게 편지를 써. 할말은 없지만, 할말은 없지만, 안녕, 안녕, 안녕’ 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짧은 가사는 이른 아침부터 사랑하는 사람 생각으로 가득한 청년의 맘을 시적으로 노래했다. 현실은 사랑하는 맘보다 더욱 복잡하고 우울해, 가사는 그렇지 않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는 게 느낌으로 다가오는 슬프고 아름다운 곡이다. 첫사랑,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어설픔과 쑥스러움이 바로, ‘해피 기타’이다.

진마는 그 후 미소년 4인방으로 구성된 그룹 프리핀스를 결성했다. 그의 사촌과 나머지 두 명의 소년이 주축이 된 프리핀스는 젊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룹이었다. 결국 자비를 털어내 첫 번째 싱글 시디 ‘소다 드라이브’(2003)를 제작했다. 그들의 데뷔전은 무척이나 조촐하게 시작되었다. 악기점 프리버드의 후원으로 홍대 앞 파티 ‘러브 온더 스트리트’에서 데뷔공연을 했는데, 그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공연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젊은 청년 4명이 오로지 음악을 향한 순수와 열정으로 곡을 만들고 공연을 했죠. 그것이 프리핀스의 데뷔전이자 마지막 공연이에요. 나머지 세 명은 군대에 입대했거든요.”

그들이 제대할 날을 기다리면 언제라도 결성될 수 있는 그룹이지만, 그땐 이미 청년의 풋풋함이 사라진 후여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맘속엔 언제나 프리핀스와 함께 해요. 회고전 같은 건 할 수 있죠.”


- 오노 요코 매료시킨 러브송

진마는 그후 김 선생이라는 독특한 예술가를 만나 ‘샐러드 데이즈’ 라는 단체를 만든다. 진마와 김 선생이 활동하는 샐러드 데이즈에서 그들은 ‘김 선생님과 모두 함께 노래 불러요’ 라는 앨범을 제작했다.

특이한 것은 김 선생은 노래하는 것을 무지 좋아하지만, 음치라는 사실이다. 노래는 하고 싶지만 음치여서 좌절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앨범은 의柄?반응이 좋았다. 샐러드 데이즈라는 이름이 갖는 풋풋함이 바로 그들의 전략이다. 이름처럼 진마와 김 선생은 아마추어의 감각을 살려 언제나 촌스럽고 어설픈 활동을 기획한다. 작년 오노 요코가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예스 오노요코 전”에서 존 레논과 오노요코를 패러디한 ‘포 피스 러브전’이라는 오노요코만을 위한 우스꽝스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도 했다. 진마는 오노요코를 위해 ‘러브송’이란 노래를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했는데, 곡 전체가 ‘I love you'라는 가사만으로 된 감미로운 곡이다. 들으면 분위기에 녹아들 것만 같은 곡인데, 러브 송을 들은 오노 요코는 무척 행복해 하며 다시 한국에 오는 날 유명해진 진마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진마는 현재 비트볼 레코드에서 밴드 ‘스트로 베리 티브쇼’의 앨범을 준비 중이다.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에 겨울쯤에 이피 앨범이 먼저 제작되고 8월엔 쌈지 스페이스에서 데뷔전이 있을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60, 70년대 주옥같은 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자칫하면 일본의 초기 시부야계(브릿지, 플립퍼스)같은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구요. 로저 니콜스부터 시작해서 겡스부르, 조빔, 버트바카락 등의 수준에 근접하려고 하는 앨범이죠. 소년들이 노래하는 청춘의 로맨스라면 이해가 갈까요? 그렇다고 부끄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하고 뭐 그런 것과는 정반대의 청춘들 이야기죠. 아시죠? 그런 느낌.”

그가 지향하는 60, 70년대 청춘은 순수와 야성이 공존하는 청춘들이다. 스스로 나쁜 남자라고 말하는 진마. “영화 증오나 트래인 스포팅처럼 남자애들 많이 나오는 영화 보면 나쁜 짓 많이 하잖아요. 제임스 딘 세대부터 나오는 남자 아이들요. 저도 그들 못지 않게 나쁜 짓 많이 했어요. 젊다는 것은 사고를 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거잖아요. 야성이 저지르는 사고, 하지만 청춘이라면 한번쯤 경험하는 것들, 그것이 이번 앨범의 분위기예요.”

진마의 이미지는 풋풋함에 야성이 포함된다. 샐러드 데이즈가 풍기는 아삭아삭한 감성과 해피기타의 어설픈 청춘과, 프리핀스의 열정과, 존 레논과 오노 요코를 닮고 싶은 진마와 김 선생의 싸이코틱한 예술적인 끼가 ‘진마’(벼락진에 마귀마)라는 이미지로 총 집결 된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로서 전 지금에 만족하지만, 자금난은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우리가 하는 음악은 예술이고 반항의 아이콘이지만, 그렇다고 메이저 음반들의 접촉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전 그냥 재미있게 좋아하는 음악을 할 뿐이죠. 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루며 살고 싶은 게 아직까지의 제 바람이에요.”


- 풋풋함과 야성의 절묘한 조화

진마의 이 한마디에서 젊고 순수한 음악가의 혼을 읽어 낼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정리하듯 쓴 자서전 같은 일기를 살짝 공개한다. “나는 집에서 여전히 가정주부이다. 왜 이렇게 됐냐면 원래는 나도 일을 해야 정상이지만 일을 하기가 싫었다. 이것은 5세 무렵부터 자각하고 있던 것이라 쉽사리 바뀌지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그때부터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거다.”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8-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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