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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사이버 <범죄사냥꾼> 동호회
"범죄 앞에선 '불독'이 돼요"
현직 강력계 형사가 운영, 인터넷 사기 대응법도 알려줘


세상이 각박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각종 강력범죄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20여 명의 시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가 등장하는 등 범죄의 잔혹성도 날로 더하다. 하지만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 범죄에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알아두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계 이대우(38)경위가 운영중인 ‘범죄사냥꾼’(cafe.daum.net/tankcop)을 찾으면 누구나 형사처럼 활약할 수 있다.



4주년 기념체육대회에서 한 자리에 모인 동호회원들. 맨 오른쪽이 이대우 경위.




- 회원들 아이디어로 사건 실마리 풀어

동호회 개설자 이대우 경위는 한번 맡은 사건은 해결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까닭에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끈질긴 15년차 수사 경찰이다. 작년에 인기리에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눈사람’에서 조재현이 연기한 탱크형사 캐릭터도 이 경위에게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 그가 2000년 5월 ‘범죄사냥꾼’ 동호회를 개설한 것은 범죄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보를 교류하며 경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 동호회에는 1만 6천 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경찰 생활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게시판도 있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범죄사냥꾼’ 동호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이색게시판은 ‘사건추리 도전방’과 ‘현장체험 무용담’ 방이다. 현장체험은 실제로 동호회 회원들이 운영자와 함께 범죄를 수사하거나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특별이벤트. 정 회원 등급인 ‘경장’ 회원부터 현장체험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회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범죄현장과는 충분히 안전거리를 두고 시행한다.

2000년 8월부터 2004년 6월까지 현장체험 이벤트에서 검거된 범죄자의 유형은 퍽치기, 아리랑치기부터 차량 절도단까지 다양하며 그 수도 109명이나 된다. 현재는 잠시 중단됐지만 게시판에 남겨진 회원들의 생생한 무용담을 보면 ‘나도 일일 형사’란 회원들의 자부심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권총과 과녁이 멋지게 어우러진 범죄사냥꾼 로고.



현장체험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 ‘사건추리 도전방’에서 회원들의 숨은 추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음은 7월 말 경 운영자가 내건 ‘사건추리 도전방’ 질문이다.

‘오전 8시,출근을 위해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향한 김아무개 씨. 시동을 걸었지만 차는 헛돈다. 운전석에서 내려 바퀴를 쳐다본 김 씨는 크게 당황했다. 누군가 벽돌로 네 바퀴축을 고이고 바퀴를 몽땅 훔쳐갔기 때문이다. 어젯밤 9시 경 차를 주차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 범인은 지문 하나 남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 범인을 추적할 수 있을까?’

운영자가 “결정적인 추리를 한 회원에게 ‘1계급 특진 및 현장체험 우선 특권’을 제공한다”고 공지하자 회원들간 단서를 찾기 위한 경쟁이 붙었다.

“가스절단기나 긴 보도 블럭은 멀리서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고, 주변 사정에 밝은 인물이 범인일 거라 생각된다. 먼저 가스 절단기를 사용하는 공업사, 철공소, 카센터 등 주택가 주변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함이 옳을듯하다”(강현정)는 의견, “어쩌면 차량에 새 휠과 타이어를 달기 위한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점을 그냥 넘길 수가 없네요”(박보환) 등 회원들의 다양한 추리가 꼬리를 물었다.

이렇게 여러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때도 있다. 범죄사냥꾼이라는 동호회 취지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실 ‘사건추리 도전방’에서 누가 맞고 누가 틀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회원 모두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 강력범죄 신고 및 상담도 이뤄져

‘강력범죄 신고방’에서는 살인 강도 성폭력 조직폭력 절도 인신매매 방화 마약 등 강력범죄에 대한 제보와 신고를 직접 받기도 한다. 신변 안전이 우려돼 제보를 망설였던 사람이라도 인터넷을 통한 제보를 하게 될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줄어 보다 효과적인 범죄사고 접수방법이 될 수 있다. 2003년부터 개설했는데 제보된 사건 중 총 13건 82명의 범죄자를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건추리 도전방'에서는 범죄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회원들의 추리를 유도한다.

다만 강력범죄를 제외한 사건들은 접수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간접적인 조언을 해 줄 수밖에 없다. 간혹 아주 사소한 사건까지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운영자가 강력반 업무를 맡고 있기에 영역이 달라 조언을 해 주기는 힘들다고. 대신 ‘궁금증은 여기에’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정리해 도움을 주고 있다. 요즘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사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도경찰(기동수사대)시험, 여자경찰시험, 심지어 경찰용어사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경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동호회에서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 회원이라면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열리는 채팅방에서 친목을 쌓아도 좋다.

경찰과 범죄 이야기를 다룬 동호회라고 해서 딱딱하고 살벌한 내용만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건실화 비망록’ 게시판에서는 운영자가 진솔하게 털어놓는 경찰생활의 단면과 경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일상을 접할 수 있다. 소모임 ‘로즈마리’에서는 지난 7월 장애인들이 함께 살고 있는 ‘벧엘의 집’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며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경찰을 과거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말고 동호회 안에서 직접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운영자 이 경위의 자신감 넘치는 말, 바로 ‘범죄사냥꾼’에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8-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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