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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2군] 차유경씨의 연극배우로 살기
아름다운 후반을 준비하는 열정의 무대인생 23년
5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중견배우 "무대에 서면 친정에 있는 느낌"






연극 배우라면 뭔가 좀 특별할 것 같다. 끼도 있고 TV나 영화에서 흔히 보는 탤런트나 배우처럼 외양과 의복도 색다르고, 자유분방하고 등 등.

그러나 실제 만나 본 프로야구선수단의 2군, 경호원들이 예상을 빗나가게 했던 것처럼 연극배우와의 만남도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서거나 현장에 투입되거나 무대에 서면 그들만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만.

연극배우 차유경 씨(43ㆍ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샘터마을)는 실험극장 소속의 연극 배우다. 서울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인 1981년 곧바로 실험극장의 연구생으로 들어가 23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중견 배우다.

실험극장에 들어간 6개월 후 운 좋게 ‘에쿠우스’의 ‘질 메이슨’역을 맡았던 것이 인연인지 22년이 지난 올 초 서울과 지방에서 4개월간 공연한 ‘에쿠우스’에서 레스터’란 여판사역을 맡았다.


- "연극을 왜 배고픈 직업이라 하는가?

‘연극배우=배 고픈 직업의 하나’라는 준비된 질문에 차 씨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연극배우를 시작하며 내내 무대에 남느냐 어떻게 살아 남느냐가 문제였다”는 차 씨는 “초창기 공연이 끝난 후 선후배ㆍ연륜ㆍ배역에 따라 수익을 배분해 일정한 소득이 없었지만 내가 좋아 시작한 일이어서 그건 문제될 게 없었다”고 했다. 혹 다른 사람이 들으면 ‘배부른 얘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연극을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했다.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이 “제발 우리를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사람으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일이 좋아서 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차 씨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배고프다고 누가 밥 주나요?”

한 달 공연을 위해 두 세달 연습을 하고 지방 공연을 포함하면 한 작품에 6개월을 매달리기도 하지만 이런 일에는 익숙해 있다.

“연극하는 사람들 순수하고 정이 많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고 전하는 차 씨는 “궁핍했지만 내게 주어지지 않은 돈을 쫓아다니지 않아 불편은 했어도 마음은 편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하며 무대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23년 전 실험극장에 연구생으로 들어간 동기 50∼60명 중 혼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순탄치 만은 않은 삶이었다.

연극배우로 20여 년의 세월동안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차 씨는 ‘나비는 천년을 꿈꾼다’‘겨울동화’‘빨간 트럭’‘에쿠우스’‘휘가로의 결혼’‘니타 길들이기’‘나, 김수임’등을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기억 남는 작품으로 들었다.

연극에 입문한지 3년째인 1984년 대한민국 연극제에 나갔던 ‘파벽’으로 이듬해 한국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30에 접어든 1990년대 초 TV 드라마 ‘미니 시리즈-지구인’‘레테의 연가’‘논픽션 드라마 -자폐아’‘드라마게임-아빠의 자장가’등과 영화 두 편에 출연했지만 두 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으로 연극 외길을 걸었다.

“배우라면 연극도 TV도 영화도 다 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연극배우로 사는 것이 연극 만을 고집해서는 아니다”는 차 씨는 “그렇지만 연극 무대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대에 서면 친정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연극 무대에도 세대 교체의 바람이 거센가.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반에 들어 줄곧 연극과 함께 하다 어느덧 지나간 무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는 위치에 서게 된 차 씨. 연극 무대에서의 조로(早老)현상을 안타까워했다.


- 연기자의 길은 자기 수련의 길

차 씨에게 무대는 나이 들어 알면 알수록 두려운 공간이지만 한편으론 편안함을 獵?곳이다. 20ㆍ30대 배우들의 활동이 활발한데 반해 40대 이후 중견 배우들은 점차 설 자리를 내 줘야하는 위치다. 삶의 고통과 기쁨을 다 끌어안고 무대에 섰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연륜의 배우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으며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아픔, 돈이 아니라 연기에 목말라하는 선배와 동료들을 보는 현실을 차 씨는 안타깝다고 했다.

“어느 날 ‘내가 이 나이가 됐나?’고 자문하며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차 씨는 물었다.

남자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여자 배우들의 상황이 더 어려운 점, 연륜이 갖는 내면 연기를 존중하는 다른 나라 상황 등 차 씨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차 씨는 같은 연기자의 길을 가려는 고3 아들에게도 ‘연기자의 길이 벌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인내력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직업, 참고 또 참는 자기 수련의 길’임을 강조한다.

‘배우는 연극도 TV도 영화도 다 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차 씨 스스로는 연극배우와 영화배우의 차이를 어떻게 볼까? “연극배우는 무대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이 해 나가야 해요. 대사를 잊어버려도 스스로 처리해야 하고 배우와 관객이 서로 보고 호흡하는 것인데 반해 영화는 카메라가 있고 잘못하면(NG) 다시 찍을 수 있고 화면이란 틀을 통해 보여지고 보잖아요”

살아가는 방편으로 다른 일은 할 수 있겠지만 직업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차씨는 앞으로도 연극배우로 살아갈 것 같다. 차 씨의 살아가는 방식은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다. 작품이나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진행할 때 돈이나 그 무엇에 흔들리지 않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데이트하며 또 주말에 영화관은 곧 잘 가면서 연극은 왜 벼르고 별러야 갈똥 말똥 하는지 안타깝다는 차 씨는 가벼운 것과 흥미거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무대 위의 배우와 함께하는 연극공연장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차 씨의 소망이자 앞으로의 계획은 꾸밈 없이 나이를 순리대로 받아들여 나이에 맞는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연극 배우로 남는 것이다. 차 씨를 비롯 고양시 연극협회 소속 배우 5명은 덕양구 문화센터 개관기념으로 9월11일부터 사흘간 창작극‘송충이와 잠자리’(연출 조명남)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한창 연습 중이다. 개발지역에서 한탕을 노리는 김무식씨의 아내역이다.

전반전만 있고 후반전이 없는 축구경기라면 어떻겠는가. 연극 무대에서 열정의 젊음을 보낸 차 씨와 같은 배우들이 전반전을 만회하고 더욱 성숙한 기량을 펼쳐보이도록 무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켜보자.

입력시간 : 2004-08-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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