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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 르포] 타락천사의 해방구 '섹스방'
룸살롱 형태의 매춘 중개업소, 외국인 윤락녀도 '대기'
을지로·강남 등 도심으로 급속 확산, 성병감염에 무방비






최근 또 하나의 윤락산업이 탄생했다.‘섹스방’이라는 자극적인 이름의 이 윤락산업은 현재 서울 시내 중심가인 을지로 일대와 강남구 논현동 일대에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그런데 영업 형식 또한 기형적이다. 주류 판매를 위주로 하는 룸 살롱이나 노래방 형태의 겉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집창촌과 같은 매춘이 노골적으로 거래된다. 업소에 들어서는 순간 ‘2차’(접대여성과 매춘이 이뤄지는 것)가 시작되며 외국인 여자들까지 윤락녀로 고용하고 있어 손님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 양주 마신 뒤 2차, 아가 씨 물은 별로

아직 한낮의 열기가 식지않는 밤 11시경의 종로2가. 귀가를 서두르는 취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한 30대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섹스방 한번 가 보시죠 긴 밤에 10만원입니다”

‘섹스방’이라는 자극적인 이름도 낯선데다 긴 밤’(윤락여성과 하루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 고작 10만원이라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기자가 “내일 친구들과 함께 갈 테니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을지로 입구 부근인데 전화 주시면 차량을 보내겠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넘겨줬다.

다음 날 저녁 9시경 전화를 걸어 위치를 밝히자 그는 곧 승합차 한대를 보내 기자 일행 세 명을 태웠다. 차량을 운전하는 20대 남성은 “우리 가게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던 애들이나 보도방 애들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일반 여성들”이라면서 “카드 빚 때문에 몰래 알바(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도 많다”고 자랑했다. ‘초이스’(여성을 손님이 직접 고르는 것)도 가능하니 괜찮은 애들로 잘 골라서 재미있게 놀다 가라는 얘기까지 덧붙였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을지로 A 은행 건너편이었다. 업소는 허름한 노래방 형태로 간판은 불이 꺼진 상태였다. 룸으로 들어서자 마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여성이 들어와 전화 받았다며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는 주문도 필요 없이 양주 작은 병이 들어왔고 마담이 술을 한잔씩 돌렸다.

‘섹스방’이라는 새로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곳은 기존 윤락업소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영업이 이뤄진다. 먼저 제공된 양주 작은 병은 미아리 집창촌에서 제공되는 맥주와 같은 일종의 서비스에 해당한다.

어차피 이 업소는 남자 고객과 윤락녀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주요한 일이다. 때문에 아가씨를 고르고 인사를 나누는 동안 무료하지 않도록 양주가 서비스되는 것이다. 아가씨를 결정하고 양주병을 다 비우고 나면 손님은 10만원을 지불한 뒤 자신이 지정한 아가씨와 함께 여관 등으로 자리를 옮겨 관계를 갖도록 돼있다.

결국 ‘섹스방’은 매춘 중계업소였다. 업소 내에서는 단순한 만남만 이뤄지고 실질적인 매춘은 손님과 윤락녀가 업소 밖에서 행하는 형식이다.

곧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이에 앞서 마담은 다섯 명씩 세 번, 총 열 다섯 명의 아가씨들이 들어온다는 설명과 함께 “끝까지 다 보고 결정하라”는 충고까지 해줬다. 하지만 아가씨들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여대생도 상당수라는 얘기와 달리 대부분 20대 후반이 넘어 보였고 외모와 몸매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아가씨들의 인사가 모두 끝난 뒤 돌아가고 혼자 남은 마담이 결정한 아가씨가 누구냐고 물어왔다. 이에 기자는 전날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남성에게 전해들은 외국인 아가씨에 대해 물어봤다.

마담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여성은 3단계로 구분된다. A급은 현재 속옷 CF 등에 출연하는 모델들로 20만원, B급은 18만원, C급은 15만원 수준인데 이들은 ‘긴 밤’이 아닌 ‘짧은 밤’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인사를 하러 들어왔던 아가씨 가운데 한명씩을 선택해 세 명분 30만원을 지불한 뒤 업소를 빠져 나왔다. 걍좇?밤 보내라”는 얘기와 함께 마담은 “얘들이 서비스 잘 해주면 택시비라도 한 만원 정도 쥐어줘 보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출장 마사지 하다 옮겼어요”

‘섹스방’을 나온 우리 일행은 택시를 타고 이대 입구 부근의 한 여관으로 향했다. 객실로 들어서며 기자가 아가씨에게 신분을 밝힌 뒤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잠시 얘기나 나누다 가라고 말하자 아가씨는 담배를 한가치 달라며 앉았다.

이 곳에서 일한 지 10여 일이 됐다는 아가씨는 ‘나홀로 출장마사지’를 해오다 최근 소개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긴 밤’이 10만원인 경우 윤락녀에게 얼마나 돌아갈까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 아가씨는 “대부분 손님이 잠들면 몰래 빠져 나온다”며 “재수 없으면 아침까지 못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빠져 나와 한번이라도 더 손님을 받는 게 능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곳 역시 위험하기는 출장마사지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쉽게 말해서 출장마사지를 조직적으로 하는 것일 뿐 다를 게 없어요”라고 말한 이 아가씨는 “뒤 봐주는 로드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때문에 자기 자취방으로 가자는 손님이 가장 난감한데 가능한 한 여관으로 가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이런 데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어떤 사람들이냐고 묻자 “조금 전에 나온 가게는 최근까지 노래방이었는데 그때부터 일해 온 ‘노래방 도우미’들이 대부분이라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호객행위를 하던 남자의 얘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아가씨는 객실을 나가 업소로 돌아갔다. 이 여자가 생각지 못한 기자를 손님으로 만났듯 함께 밤을 보내게 될 손님은 그 누구도 될 수 있다.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가 애처로워 보였다.


- 사창가 폐지로 새로운 매춘업 양산

현재 정부는 전국의 모든 집창촌을 폐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에 소개했듯 그 첫 번째 시범 대상인 인천 학익동의 집창촌부터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섹스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매춘업이 우리 사회 주변에 파고들고 있다.

위생증을 발급 받는 등 기본적인 안전대책이 강구된 집창촌과 달리 불법으로 운영되는 이런 윤락업소들은 질병 전염에도 무방비 상태다.

또 기자가 만난 아가씨처럼 윤락녀들의 안전 역시 무방비 상태여서 제2의 유영철 사건이 일어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섹스방’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 뒤따라 단속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태업소는 꼬리를 물 것이 뻔하다. 아직까지는 단속의 손길 보다 윤락업 종사자들의 활동이 더 앞서 있는 것 같다.

입력시간 : 200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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