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의 판타지, 끝 모를 환락아가씨 직접 골라 원룸에서 '상상초월' 풀 서비스, 단속은 딴세상 얘기

[이색지대 르포] 장안동 휴게실의 밤
밀실의 판타지, 끝 모를 환락
아가씨 직접 골라 원룸에서 '상상초월' 풀 서비스, 단속은 딴세상 얘기


요즘 ‘장안동’ 얘기가 화제다.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과 가장 확실한 서비스로 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장안동 휴게실’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지난 몇 년간 독보적으로 1위 자리를 지켜온 P 휴게실이 C 휴게실에 그 왕좌를 넘겼다는 것. 게다가 최근 서울 동부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장안파’가 일제 소탕되면서 장안동 휴게실의 향후 전망을 두고 일부 호사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 2차 예선 한국과 베트남 경기가 열린 지난 8일. 축구 시작과 동시에 뜨거워진 장안동 유흥가는 술집마다 손님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이런 뜨거운 분위기는 축구가 끝나고 술자리가 마무리된 밤 11시 이후 인근 휴게실로 이어졌다.

최근 ‘장안파’일제 소탕 이후 이어진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그래서 장안동 휴게실의 노상 호객 행위가 주춤해졌을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장안동 유흥가 밤거리는 변함없이 뜨거웠다. 업소마다 2~3명 가량의 삐끼들이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붙잡았고 휴게실 간판 네온사인은 더욱 휘황찬란해 보였다.

실제로 바뀐 게 없는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P 휴게실이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최근 P휴게실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는 C 휴게실이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P 휴게실을 멀찌감치 관찰하기 위해 길 건너편으로 갔다가 오히려 C 휴게실 사람들과 먼저 마주치게 된 것이다.

C휴게실 관계자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아직은 P 휴게실이 업계 1위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고 얘기했다. “장안동 유흥가는 길 하나 차이로 행인의 숫자가 다섯 배 이상 차이난다”면서 “아가씨도 P 휴게실의 절반인 10여명 가량으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규모 자체에서 비교가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C 휴게실은 이미 장안동파 직장인들 사이에 급속히 입소문이 퍼지며 유명세를 얻고 있다.


- 세가지 오일 이용한 바디마사지

그렇다면 C 휴게실이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C 휴게실 관계자는 “우리는 ‘원룸 시스템’으로 손님마다 1시간 30분의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초이스룸’을 구비, 손님이 직접 아가씨를 고른다는 점 역시 특징 가운데 하나다.

기자가 찾은 날도 일본인 두 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을 C 휴게실로 데려온 회사원 김모 씨는 “일본 거래처 사람들로 접대 차원으로 데려왔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면서 “쇼윈도우 같은 ‘초이스룸’에서 아가씨를 직접 고른다는 점에 일본인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룸 서비스’란 인근 휴게실이 이발소 의자가 있는 칸막이 방에서 안마와 면도 등 기본 서비스를 받은 뒤 증기탕 형식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부가 서비스를 받는 것과 달리 방 하나에서 모든 서비스를 논스톱으로 제공하는 것.

C 휴게실 내부는 대략 이렇다. 오른 쪽 벽면에는 고급 침대가 놓여 있고 중앙에는 목욕 테이블이, 그리고 왼쪽 벽면에 월풀 욕조가 있다. 1시간 30분이라는 긴 서비스 시간을 감안, 방 안에 소변기까지 구비해뒀다.

서비스는 어떻게 다를까. C 휴게실 관계자는 “아이스, 녹차, 바디 서비스, 손가락 발가락 등 기본 서비스는 다른 업소와 같다”면서 “가장 핵심인 ‘바디 서비스’를 우리는 세 가지 오일로 세 번 해준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바디서비스’는 증기탕에서 유래된 것으로 아가씨들이 신체 특정 부위로 손님의 전신을 마사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손님의 몸에 오일이 발라주는데 C 휴게실은 세 가지 오일을 바꿔가며 세 차례 바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 휴게실 관계자는 “아가씨들에게 바디 서비스를 집중 교육시켜 투입한다”면서 “완벽한 바디 서비스를 제공하면 약간의 조루기만 있는 손님들은 사정하게 홱蔑굅?말했다.

이런 시설과 서비스의 차별화로 C 휴게실이 최근 화제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것이다. 이날만 해도 초저녁 타임(밤 11시까지를 지칭하는 말로 자정 경이 가장 피크타임이다)에 30명의 손님을 받았다고 한다.


- 업소마다 아가씨 '물' 특별관리

장안동 휴게실의 가장 큰 취약점은 아가씨의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가씨의 연령층을 20대 초반으로 내리고(기존에는 20대 후반 내지는 30대가 주류였음) 외모와 몸매도 준 A급들로 상향조정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아가씨의 수준 향상은 요즘에도 계속되고 있다.

장안동에서 서비스만큼은 최고라고 소문난 A 휴게실 관계자는 “업소마다 비정기적으로 ‘쥐 잡는 날’을 정해 물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얘기했다. 여기서 ‘쥐 잡는 날’이란 업소 사장이 아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보내 아가씨 수준을 무작위로 점검하는 것. 문제가 생길 경우 관리 책임자에게 매서운 징계가 가해지기 때문에 아가씨 수준 관리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장안파' 일제 소탕으로 인해 이곳에 어떤 여파가 미치는 것은 아닌지. 장안동을 찾기 바로 며칠 전 이 곳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장안동 휴게실은 별다른 경찰의 단속을 받지 않고 지내왔다. 때문에 최근 단속이 그 동안 보호막 역할을 해주던 장안파가 사라졌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안동 휴게실 관계자들은 “장안파와 장안동 휴게실은 아무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몇몇 휴게실의 경우 장안파 조직원들이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번 소탕으로 크데 흔들렸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 교묘하고 치밀한 단속 비켜가기

그 동안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단속은 쉴새 없이 계속돼 왔지만 업소들의 완벽한 대비로 피할 수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얘기했다.

업소마다 길가에서 손님을 가게로 올려 보내는 책임자들이 1차적으로 단속을 예방하고 이들이 가게로 올라오는 과정 역시 CCTV를 통해 가게 내부에서 체크된다.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영업은 전면 중단. 또한 한 업소라도 경찰의 사복 단속에 적발되면 비상연락망이 가동, 다른 업소들은 문을 잠가 버린다. 때문에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것. 최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역시 별다른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감안할 때 장안동 휴게실은 분명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유흥문화지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춘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서비스는 분명한 불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단속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택시를 타고 장안동을 떠난 새벽 2시경, 휴게실이 즐비한 장안동 거리에서 두 대의 경찰차와 경찰복을 입고 순찰중인 경찰 4명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동파출소 형식의 버스도 한대 세워져 있었다. 경찰과 같은 거리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행인들에게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는 휴게실의 삐끼들. 이건 분명 잘못된 한국 사회의 밤거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9-15 13:35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