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따른 댐 월류땐 소양강댐등 사력댐 붕괴로 서울·수도권 침수한강권역 6개 댐 중 4개가 위험수위, "사력댐 대책마련 시급" 지적

서울 물바다 공포, 현실화 되나
폭우에 따른 댐 월류땐 소양강댐등 사력댐 붕괴로 서울·수도권 침수
한강권역 6개 댐 중 4개가 위험수위, "사력댐 대책마련 시급" 지적


“서울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 5공 초기의 망령인가. 북한의 금강산댐(인남댐) 폭파에 따른 ‘서울 물바다 설’이 살아 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러나 이번에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다. 기상 이변으로 예상 밖의 폭우가 쏟아질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침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당, 전남 함평ㆍ영광)에게 제출한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강 수계에 가능 최대 강수량(PMP, 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이 내릴 경우 수자원 공사가 관리하는 한강 권역 6개댐 중 4개댐은 물이 넘치고(월류), 2개댐은 여유고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기상 이변에 따른 폭우로 월류가 발생할 경우 한강수계의 중추인 소양강댐과 광동댐, 평화의 댐 등은 사력댐(모래와 자갈을 쌓아 만든 댐)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일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선 1961년 효기리댐(전북 남원)과 96년 연천댐(경기 연천)이 설계 홍수량을 초과한 집중 호우로 월류, 댐이 붕괴된 사례가 있어 기상 이변으로 인한 ‘서울 침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02년 8월 하루 870.5mm의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낸 태풍 ‘루사(RUSA)’와 같은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가 점증하는데 반해 이를 대비한 댐 안전 대책 등이 미흡해 ‘서울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가정은 점차 현실성을 띠어 가는 양상이다.


- 설계당시에 비해 강수량 크게 늘어

수자원 공사가 수해 방지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2001년 6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조사ㆍ수립한 ‘한강 권역 댐의 비상대처계획’에 따르면 한강 수계에 가능 최대 강수량이 내릴 경우 한강 권역 6개댐(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댐, 광동댐, 달방댐, 횡성댐) 중 횡성댐만이 안전하며 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 댐 등은 물이 월류하고 광동댐, 달방댐 등은 여유고가 부족한 것으로 되어있다.(도표1 참조)

도표1> '한강권역 댐의 비상대처계획'(2001.6-2002.12)상의 댐별 안전도 현황

구분

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 댐

광동댐

달방댐

횡성댐

댐마루표고

203

148

225.0

678.5

117

184

PMP시 최고홍수위

203.94

152.07

228.07

678.32

116.79

181.2

A - B

△ 0.94

△ 4.07

△ 3.07

0.18

0.21

2.8

안정성평가

월류(불안정)

월류(불안정)

월류(불안정)

여유고부족

여유고부족

안정

소양강댐의 경우 가능 최대 강수량이 내리게 되면 홍수위가 203.94EL.m(최고홍수위)까지 높아져 댐마루 표고 높이인 203EL.m를 넘게 돼 댐 위로 물이 넘쳐 흐르고, 충주댐과 평화의댐 등은 가능 최대 강수량이 내릴 경우 홍수위가 댐마루 표고보다 각각 4.07EL.m, 3.07EL.m 높아져 물이 넘쳐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광동댐ㆍ달방댐은 가능 최대강수량이 내릴 경우 홍수위가 댐마루 표고를 넘지는 않지만 홍수위와 댐마루 표고의 높이차가 각각 0.18EL.m, 0.21EL.m에 불과하다.

이처럼 가능 최대 강수량이 내릴 경우 홍수위가 댐마루 표고를 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해 댐 설계 당시보다 가능 최대 강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양강댐의 경우 1967년 착공할 때만 해도 가능 200년 발생 빈도를 참작해 가능 최대 강수량을 632mm로 봤으나 비상 대처 계획 수립시에는 810mm로 무려 178mm나 높게 조정됐다(도표2 참조). 건설교통부의 국무회의 보고 자료(2003년 4월)인 ‘이상 홍수 대비 댐 안전성 제고 방안’에는 수자원공사에서 관리중인 댐(다목적댐 14, 용수댐 11)중 일부는 이상 홍수시 월류가 우려되는 등 안전 확보가 곤란하다고 나타나 있다.

도표2> '한강권역 댐의 비상대처계획' 상의 가능최대강수량(PMP)

구분

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 댐

광동댐

달방댐

횡성댐

설계당시(A)

632

511

510

428

293

607

비상대처계획 수립시(B)

810

654

595

742

420

718

A - B

△ 178

△ 143

△ 85

△ 314

△ 127

△ 111

정부는 2002년 태풍 루사의 엄청난 피해 이후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수해 대책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근거해 ‘이상 기후에 따른 최대 가능 강수량을 재정산하고 댐별 대응 능력을 정밀 조사해 댐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2000년 6월 대폭 상향 조정한 PMP를 다시 상향 조정해 댐설계 기준과 댐안정성의 준거로 삼도록 했다. 수자원공사가 루사 등의 이상 기후를 반영해 전국 댐의 안정성을 검토한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검토 및 취수 능력 기본 조사(2003년 4월~2004년 9월)’ 는 달라진 PMP에 따른 결과물.

용역 업체(유신코퍼레이션)가 산정한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한강 권역 댐의 비상 대처 계획’에서 가능 최대 강수시 ‘여유고 부족’이었던 광동댐이 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정’으로 조사되었던 횡성댐도 여유고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도표3 참조)

도표3>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검토 및 취수능력 기본조사 (2003.4-2004.9)결과 댐별 안전도

구분

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 댐

광동댐

달방댐

횡성댐

댐마루표고

203

148

225.0

678.5

117

184

PMP시 최고홍수위

203.9

149.6

-

678.6

116.1

182.2

A - B

△ 0.9

△ 1.6

-

△ 0.1

0.9

1.8

안정성평가

월류(불안정)

월류(불안정)

-

월류(불안정)

여유고부족

여유고부족


도표4>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검토 및 취수능력 기본조사' 결과 가능최대강수량

구분

소양강댐

충주댐

평화의 댐

광동댐

달방댐

횡성댐

설계당시(A)

632

511

510

428

293

607

비상대처계획 수립시(B)

810

570

-

878

565

687

A - B

△ 178

△ 59

미조사

△ 450

△ 272

△ 80


- 잦은 기상이변, 수도권 침수가능성 높아

결과적으로 ‘한강 권역 댐의 비상 대처 계획’과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검토 및 취수 능력 기본 조사’를 종합할 때, 가능 최대 강수량이 내릴 경우 월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소양강댐, 충주댐, 광동댐, 평화의댐 가운데 충주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댐은 사력댐이므로 월류시 쉽게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 콘크리트로 만든 충주댐은 물이 넘쳐도 얼마간 버틸 수 있지만, 자갈과 모래로 만든 소양강댐은 물이 넘치면 곧 무너지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강 권역 댐의 비상대처계획’에는 가능 최대 강수에 의한 월류로 소양강댐이 붕괴될 경우 서울시 25개구 모두가 일부 침수되며, 인천시 5개구, 경기도 16개시군, 강원도 3개시군 등 4개 광역시도 47개 시군구가 일부 침수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도표5 참조)

도표5> 소양강댐 비상상황시 침수예상구역

구분

기초자치단체

비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25개구

인천광역시

부평규, 계양구, 서구

3개구

경기도

성남시, 안양시, 부천시, 광명시,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시흥시, 하남시, 이천시, 김포시, 광주시, 파주시, 여주군, 가평군, 양평군

16개시군

강원도

춘천시, 화천군, 홍천군

3개시군

4개 시도

47개 시군구

침수 시점도 수자원공사의 ‘소양강댐 홍수 범람도’ 문건에 따르면 가능 최대 강수에 의한 월류로 소양감댐이 붕괴될 경우, 지역별 최고홍수위 도달시간은 춘천시가 2시간 57분만이며 의암댐 2시간 58분, 청평댐 5시간 9분, 팔당댐 8시간 47분, 서울(한강대교 기준)은 14시간 22분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마디로 소양강댐이 붕괴되면 하루도 안 돼 수도권 상당 지역이 물에 잠긴다는 의미다.

주목되는 것은 기상 이변이 빈발함에 따라 수도권 침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2년 8월 태풍 루사가 왔을 때 소양강댐의 가능 최대 강수량인 810mm보다 60mm 많은 870.5mm가 하루 동안 강릉에 내렸고, 광동댐의 경우 홍수위가 댐마루표고 높이인 678.5EL.m보다 1.76EL.m 작은 676.74EL.l까지 올라 갔었다.

또 달방댐은 홍수위가 댐마루표고 높이인 117EL.m보다 2.13EL.m 작은 114.87EL.m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이낙연 의원은 “최근 기상이변으로 이상 홍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상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가능 최대 강수량과 최고 홍수위가 달라지고 있으므로 향후 있을 이상 홍수를 최대한 반영한 댐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댐 안전 대책과 관련, 건교부는 단기적으로는 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댐수위를 낮게 유지하도록 ‘댐운영 목 표수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각 댐별 수문학적 안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매년 3~4개씩 공사에 착수해 2010년까지 구조적 대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2003년 4월)에서도 지적했듯 현재 운영중인 25개 댐 중 총 21개 댐에 대해 PMP에 대비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사가 2006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고 사업비 확보의 불투명성, 댐 인근 지역 민원 등으로 설계 및 시공이 상당 기간 늦어지고, 그 사이 기상 이변에 따른 이상 홍수가 발생하는 경우다.

기상청의 정준석 사무관은 “한반도의 연간 강수량은 장기적으로 큰 변화가 없으나 강수 일수는 감소되고 있는 반면 하루 강수량이 80mm 이상인 집중 호우의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라면 이상 기후 현상의 발생 또는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종갑 교수(자연과학대 지구환경과학부)도 “지구 온난화에 따라 대기 수증기가 많아지면 강수량이 증대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빈발하고 태풍과 이상 홍수도 증대하는 추세”라면서 “산악 지방의 경우 바람과 집중호우셀(cell)에 따라 국지성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말해 강원도 지역에 대한 집중 호우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 수자원공사 "수위조절로 월류 사전에 방지

태풍 루사 이후 전국 댐의 안정성 대책 여부를 감사한 감사원의 정인소 사무관과 배한진 감사관은 “기존 댐들은 200년 또는 1000년 빈도를 근거로 축조, 기상 이변과 연계된 ‘가능최대강수량’이 고려되지 않아 안전성이 부족하다”며 ‘안전성 부족’에는 월류로 인한 댐 붕괴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신흥섭 부장은 “보조 여수로 공사 등 구조적인 대책이 완료되기까지는 댐 수위를 조절해 운영하고 사업이 끝나면 원상태로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며 “홍수기에는 수위를 낮춰 대비하고 이상 홍수를 가져올 집중 호우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월류로 댐이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수자원개발과 정만섭 사무관도 “홍수기때는 보통때보다 2m정도 수위를 낮춰 대비하고 평상시 5개의 기존 여수로를 통해 방류를 조절하기 때문에 월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기상 이변에 대비한 댐 안정성 확보는 국내 기상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의 기상 정보를 종합해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태풍 루사는 태풍의 진로 예상 등 예보 조치 사항과 사전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많은 강수량으로 인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기상 이변에 따른 이상 홍수와 국지성 집중 호우가 빈발하는 추세에서 소양강 일대에 제 2의 루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류로 인한 소양강댐 붕괴와 이에 따른 수도권 침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는 셈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0-06 14:4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