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내 인생 노래에 담아중년을 위한 중년늬 노래 부르는 중년주부의 또다른 삶

[우리시대의 2군] 주부가수 이승희
알토란 내 인생 노래에 담아
중년을 위한 중년늬 노래 부르는 중년주부의 또다른 삶


생각하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생각만 많다가 실마리를 풀지 못해 주저앉기도 하고, 익숙한 자리와 사람들에게 변화를 만드는 데 따르는 부담도 만만찮다.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해지는 사회 각 분야의 변화 물결 속에서 가정과 가족은 위협 받으면서도 그 중요성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수많은 남자, 남편들이 진통하는 것과 함께 아내들도 마음이 급하다. 이제까지는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을 지켜왔는데 이제는 나도 나서야 할 때인가, 보통의 많은 아내들도 그런 생각을 한다. 뭘 해야 할까….

주부가수 이승희(47)씨는 자신의 삶을 위해 준비하고 실천해오는 사람이다.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갈등과 넘어야 할 산들이 버티고 있듯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의 제2의 삶에는 이제 탄력이 붙었다.

자신의 노래 CD를 내고, 책을 내고, 노래하며 자신의 음악회를 열고 싶어하는 그는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실천해왔다.

주부가수 이 씨는 중년을 위한 중년의 노래를 부르는 중년의 주부로 자리매김했다.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살며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고 있다.

의사의 아내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이 씨에게도 어느 아내, 어머니처럼 가정은 소중하고 그 무게는 컸지만 그는 그냥 안주하고 주저 앉아버리는 삶 대신 자신의 삶을 일구어내는 긴 여정에 나섰다. 30대 초반 그는 자신의 삶의 길을 예감했다고 했다.

이제 곧, 또 피할 수 없이 40대, 50대가 될 텐데 열차에 몸을 의지한 승객처럼 그냥 다가올 정거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공간이었던 주방 싱크대 서랍에 공책을 만들어 노래말을 적어 담았다. 10년 가까이 노래말은 쌓였고 그는 자신의 노래말에 곡을 붙이고 싶어 집과 음악학원을 오가며 작곡을 익혔다.


- 주방습작 15년, 지적인 독립선언

숙명여대 재학시절이던 1978년 교내 팝송경연대회에서 ‘You light up my life’로 최우수상을 받고 가수의 길을 권유 받기도 했지만 주위의 시선이 머무는 틀에서 뛰쳐나올 용기가 없어 가수의 길을 접고 대학원을 거쳐 결혼했다. 결혼 3년째이던 1986년 외동딸을 끔찍이 아끼던 친정아버지가 유언 한마디 없이 세상을 뜬 것에 가슴 아파하다 한 백화점의 노래말 공모전에 ‘그리운 아버지’로 가작에 뽑힌 1990년 그의 주방 습작은 시작됐다.

그렇게 8년의 습작이 쌓인 1998년 언론은 IMF로 고개 숙인 남자들 이야기로 넘쳤고 이 씨는 이제 마흔을 지나는 자신과 같은 중년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IMF’(I am fighting)란 곡을 만들어 자신이 다니던 압구정성당 금모으기 행사에서 부를 것을 자청했고 반응은 좋았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노래를 CD로 만들고 싶었다. 용기를 내 시험 테이프를 만들어 레코드사에 보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40대 주부란 말에 시장성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로운 삶의 길에 그는 처음 좌절을 맛보았다고 했다. 혼자서라도 만들겠다고 남편에 CD제작 비용을 요청했지만 한심하다는 반응이었다.

보통의 많은 남편들처럼 현모양처로 남아주기를 바랐고 자신이 벌인 일 자신이 처리하기를 원했다.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단호하게 ‘No’ 할 줄은 몰랐다는 이 씨는 “17년 결혼생활동안 의지해온 남편에게서 경제적, 지적으로도 독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친정의 도움을 얻어 1999년 그의 대표곡 ‘중년은 아름다워’를 주제곡으로 한 CD를 만들었다. 노래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 씨는 이듬해인 2000년에는 그의 삶을 기록한‘전업주부 꿈에 도전하다’는 책을 냈다. 준비되고 노력하고 적극적인 그의 삶은 세상의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 출연하고 노래교실의 강사로도 초청 받았다. 첫 작품을 보완한 두 번째 CD와 책이 잇달아 나왔지만 이 씨는 다시 활동의 폭을 좁혔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참기로 했다. 남편과 가족들에 대한 스스로의 약속이었다.


- 자신만의 콘서트 준비

둘째인 딸이 올 해 대학에 들어가며 이 씨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바랐던 무대에 서기 위해 활동을 재개했다. 아이들이 다 크면 자신의 음악회를 갖고 싶은 꿈을 펴기 위해 수험생 딸 곁에서 준비해온 대본을 완성하고 자신의 음악회를 갖는 꿈에 도전했다. ‘그녀 노래하다’는 제목의 대본은 주부가수지만 평범한 가수와는 다른 가수가 되고 싶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이 씨의 삶을 담은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드라마 콘서트로 기획됐다.

당초 11월 중순 무대에 올리기 위해 9월부터 40대 또래의 여자 배우와 연습에 열중하던 이 씨는 주부로서 공연을 준비하고 실행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하며 스스로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다. 그녀의 삶에서 처음인 중도 포기였다. 공연을 위해 애쓰던 주변 사람들도 안타까워했다.

이 씨가 자신의 대표곡으로 드는 ‘중년은 아름다워’는 노래방의 가요목록에도 올라있는데 중년에도 제2의 인생에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듯 그의 노래는 대부분 중년들을 위한 것이다.

작은 키지만 스스로 삭인 정리된 열정이 느껴지는 이 씨는 자신이 밝고 애교가 있고 애들과도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깔끔하게 꾸며진 그의 홈페이지(www.shlee.pe.kr)에는 그가 작사 작곡하거나 리메이크해 부른 노래를 올려놓았는데 주부 가수인 줄 알고 방문했거나, 동명이인인 누드배우와 정치인을 찾다가 방문한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고 매력적인 음색이라고 칭찬해주는 글들도 있다. .


- "중년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억척스럽기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열어온 이 씨가 앞으로 또 다시 열어가고 싶은 길은 무얼까. “제 노래로 중년들에게 힘을 주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자리가 있다면 열심히 노래할 거예요.” 그는 자신이 주부의 굴레를 힘겹게 헤쳐 나오며 자신의 삶을 열어온 것처럼 중년들에 꿈을 주고 싶다는 말을 내내 강조했다.

“주부들도 자기 재능을 살리고 지금껏 가슴속에만 묻어둔 것들을 이루기 위해 평생교육원이나 방송통신대 등으로 늦은 학업을 시작하고 자격시험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저의 탤런트는 노래지만 많은 주부들이 집에만 안주하기 보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중년이 아닌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요새 젊은 부부들 역할 분담을 잘 하고 남편이 아내를 잘 도와줘 그들에게 특별히 할 말은 없다는 이 씨는 내 또래 중년들 특히 남편들이 아내를 좀 더 이해하고 도와주고 격려해준다면 여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그러면 아내들은 더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소망 하나. 자신의 집에 녹음실 같은 노래하는 작업실을 가져 음악에 빠질 공간을 갖는 것이다. 이 씨의 도전하는 삶이 안팎의 든든한 지원자를 얻어 좋은 열매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4-10-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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