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판타지를 심어주는 기분 좋은 사기꾼카퍼필드가 극찬한 마술계의 차세대 스타

[감성25시] 마술사 최현우
마음속에 판타지를 심어주는 기분 좋은 사기꾼
카퍼필드가 극찬한 마술계의 차세대 스타


처음 보자마자 나이와 성격, 게다가 출신지역까지 맞추는 그의 직업은 마술사다. 생김새와 분위기만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그를 보고 당신 혹시 점쟁이 아냐? 물었지만 나는 이미 그의 이력을 꽤고 있었다. 팔짱을 끼며 태연한 척 고개를 젓는 그가 얄밉다. 스스로 동안이라며 자부심을 안고 사는 사람의 나이를 맞추다니!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IBM링 85 컨벤션 2002’에서 클로즈업 부문과 코미디 부문, 게다가 전체 그랑프리 3관왕까지 차지한 실력 있는 마술사다. 갈색머리에 비현실적인 갈색 눈동자, 앳된 얼굴을 가진 20대 중반의 마술사를 인터뷰하러 간 날 되려 인터뷰 당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는 인기 있는 SBS 주말 드라마 ‘매직’에서 마술사로 출연하고 있는, 실제 ‘마술사’ 최현우다.


- 관객 마음을 사로잡다

“한번은 매직 바에 온 커플 앞에서 여자의 과거 애인 수를 맞추었다가 분위기 험악해진 적이 있었죠. 그 여자분 과거 애인이 12명이었는데, 새 애인 앞에서 거짓말 좀 하지, 맞다고 그러는 바람에…. 맞춰놓고도 분위기 싸하게 만들고 말았죠.”

그는 마술사가 아니라 심령술사 같았다. 예언이나 텔레파시, 독심술, 멘탈 매직 등 심령술이 현대 마술의 유행이듯 그도 마술을 위해 심리학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숫자판을 이용해서 맞춘 것 뿐이에요. 한번 해 보실래요?” 대뜸 숫자판을 들이미는데 나는 왠지 그가 무서워졌다.

그의 마술 특기는 클로즈업이다. 일명 테이블 마술로도 불리는데 카드와 동전을 이용해서 부리는 묘기다. 관객의 생각과 시각을 엉뚱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드는, 관객과의 긴밀한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는 마술이다. 그는 실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코미디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이미 심령술사의 자질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마술사의 우상인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최현우를 보고 “마술계를 빛낼 스타” 라고 했다 한다. 최현우의 실력은, 그의 말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현우가 마술을 시작한 것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였다. “여자 꼬시려고 하는 거면 관둬요. 나처럼 마술에 빠져들면 꼬셔 놓은 여자도 도망가니까.” 드라마 ‘매직’에서, 그의 대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최현우 자신의 경험과 일치한다.

“고등학교 때, 키네마 극장 지하 매직 숍에 가서 마술을 구경하다가 순간 흠뻑 빠졌어요. 근사한 마술사가 되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고 싶었어요. 마술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 그 날로 집에 가서 마술에 대한 책을 사 보았죠.”

연상의 누나를 사랑한 그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술을 배웠지만 현재 그는 솔로다.

“드라마 대사를 치면서 어찌나 놀랐던지. 그때 마술을 보여준 누나는 제가 재수를 한다고 하니까 떠나버렸죠.”마술에 빠진 그였지만 서울고등학교 시절 그의 성적은 우수했다. 1남 1녀 중 장남인 그는 보수적이고 엄한 분위기에서 부모님 몰래 마술을 공부하면서 의대를 지원했다. 그가 삼 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후 의대를 포기하고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그는 현재 마술 경력 8년차에 대학교 4학년생이다.

“은결이 같은 경우는 집에서 지원을 받아가며 마술을 한 경우고, 저는 5년 동안 부모님 몰래 마술을 했어요. 완전범죄였죠. 옆집 아줌마가 텔레비전에서 저를 보는 바람에 들통이 난거죠.” 최현우가 이은결과 마술 동기면서도 매스컴에 나타나지 못했던 이유다. 5년 동안의 비밀이 드러나자 그의 아버지의 첫마디, “너, 어느 서커스 다니니?” 였다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술은 밤무대를 연상시키는 서커스단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다.

“부모님과 3년 동안 전쟁을 했죠. 마술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후부터,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적극 지원해주세요. 경제적인 지원은 하나도 없었구요.(웃음)


- 국내 최초의 매직회사 설립

”그 후로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술을 한 그는 국내 최초 매직 회사를 차렸다. 최병락 대표와 그의 마술 입문 동기 이은결이 뜻을 모아 만든 회사가 바로 (주)비즈 매직이다.(www. bizmagic.co.kr)

“마술을 사랑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은결이랑 제가 마술을 공부할 때만 해도 환경은 매우 열악했거든요. 마술 도구를 사기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가기도 하면서 발로 뛰어 다녔죠.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환타지 영화가 유행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늘었거든요. 보다 좋은 환경에서 마술을 입문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죠.” 그가 세계 25개국을 다닌 것은 순전 마술 때문이다. 마술과 관련된 재료 구입이나 세미나, 대회 참가를 위해 다녔기에 여행다운 여행은 아직 못했다.

평소 부드러운 성격에 장난도 잘 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그조차 마술 앞에서는 언제나 엄격한 선생이다. 비즈 매직 아카데미에 마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이 엄한 마술 선생 앞에서 꼼짝도 못한다. 열정과 끈기가 없으면 시작도 말라고 호되게 혼내기도 한다. 드라마 ‘매직’ 에서 주인공 선모를 따끔하게 혼내는 그를 보며 “신인 탤런트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연기가 무척 리얼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모두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사들이다.

촬영장에서 최현우는 스탭과 배우들에게 단연 인기다. 그가 등장하면 마술을 알려달라고 매달린다는데, 특히 배우 강동원은 특이한 마술에 관심이 많고, 머리가 좋아 금세 터득한다고 한다. “마술은 끈기와 노력이 우선이에요. 마술은 고행이거든요.” 그는 마술 앞에서 언제나 신중하다.


- 라스베이거스 진출이 꿈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최현우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 뜻에 따라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경영학 석사를(MBA)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최초 MBA 마술사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저의 꿈은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하는 거에요. 동양인 최초로 말이죠. 경영과 동시에 마술을 할 계획이에요.” 그는 꿈 많은 마술사다. 쇼의 천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술쇼를 하는 그를 상상해본다.

기분 좋은 사기를 당하고 싶은 사람, 단조로운 일상을 한번 뒤집어 보고 싶은 사람, 지루한 삶에 신선한 이벤트가 필요한 사람은 올 겨울 최현우의 매직쇼에 가자. 한달 동안 코엑스에서는 그가 우리에게 거는 사랑의 주문이 환상의 바다를 이룰 것이다.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또 마술을 통해 잠시라도 사람들 마음속에 환타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만 누군가 내게 마술을 걸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니, 그가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마술은 사랑이에요.” 한번쯤 그런 마술에 걸려보고 싶다.

입력시간 : 2004-10-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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