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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2군] 작은 음식점 대 잇는 김태균
교사 꿈 접고 고된 '식당수업'
밥집 경영으로 새 날개 '활짝'
교생실습에서 교권 실추 피부로 느끼며 '내 사업'으로 방향 수정






‘생선정식, 김치찌개, 동태찌개, 우렁된장찌개 무조건 4,000원’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교사의 길을 가려던 김태균(28)씨는 가업인 밥집에 합류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골목 안의 생선구이집 ‘옛날장터’. 점심시간과 퇴근 후 부담없이 끼니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이 집을 1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창식(63)씨는 2개월 전 부터 아들을 불러들여 일을 맡기고 있다. 대학에 다니며 틈틈이 식당 일을 도와 온 태균 씨는 이제 식당 일이 전업이자, 직업이 됐다.

운동이 좋아 체육 교사가 되려는 꿈을 안고 1997년 경희대 체육대학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군에 다녀온 2학년부터 교직과정을 이수하며 4학년 1학기에는 교생실습도 했다. 특기 종목은 아니지만 유도 배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종목을 두루 익혔다.

“교생 실습을 나간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보고 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와 삶을 듣고 보며 이 길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선생님들도 처음 교직을 시작한 열정을 잃고 일상에 젖어가는 모습을 안타까워 했고, 저희 때는 선생님이 무서워서라도 대놓고는 못했는데 교사 옆에서도 욕을 하고, 휴대폰 통화를 하며 선생님께 인사하고, MP3를 들으며 오래 달리기를 하는 모습 등등이 익숙치 않았어요.”

- 7개월간 남의 가게에서 궂은 일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실감한 김 씨는 졸업반이던 2003년 여름 오랫동안 꿈꾸고 준비해오던 중등교사 임용고시 준비생에서 도중하차, 체육교사의 길을 접었다.

뭘 하며 살까 고민하며 아버지 가게 일을 돕던 김 씨는 올 2월 대학을 졸업하며 음식업에 나서기로 작정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별도의 가게를 차릴 생각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사당동의 한 업소를 찾아가 ‘급여보다는 일을 배우게 해 달라’고 부탁,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는 객장 서빙일과 주방일을 3개월간 배웠다. 닭튀김 두부김치 사라다 화채 닭발 찌개류 등을 만들어냈다. 다시 이 집 주인의 소개로 의정부의 한 음식점으로 옮겨 4개월간 영업이 끝난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수련을 했다. 자신이 직접 사 들고 간 재료들을 음식점 주인이 만드는 것을 곁에서 보고 배우고, 다음엔 자기가 해 보고 평을 듣고 고치고 하는 식이었다.

주방일을 익힌 후 음식점을 내려 서울과 경기도의 곳곳을 보러 다닌 김 씨는 마땅한 장소가 없던 차에 수술 후유증으로 힘에 부치던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옛날장터’의 2세 경영주가 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가게를 다 맡아 부모들 쓸 생활비만 달라고 하셨지만 그는 아직 아버지가 뒤켠에 밀려나 있을 때는 아니라는 생각에 월급을 받고 있다. 월 150만원.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10월초에는 자신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의정부의 업소 주인을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도 올렸다.

인근 직장인들이 몰리는 낮11시 30분부터 1시 사이는 정신이 없다. 손님 상에 나가는 이 집의 반찬은 6가지. 김치겉절이 김치볶음 콩나물 3가지는 고정이고, 나머지 3개는 나물 호박볶음 전 고추조림 두부졸임 계란말이 등에서 돌아가며 정해진다. 이 집의 주 메뉴인 고등어 꽁치 삼치 이면수 등 생선구이는 1시간 전부터 굽기 시작한다.

“제일 자신있는 요리요? 우리집 매상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생선과 그 다음으로 찌개지요. 우리 집 고객 중에는 생선과 김치, 김치볶음 때문에 온다는 사람이 많아요.”

김 씨는 “손님 중에는 아직 아버지를 찾는 사람들이 적잖고, 아버지가 수술로 자리를 비운 때에는 매상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아침 7시부터 밤12시까지, 추석과 설날 이틀만 쉬고 연중 무휴의 강행군이었으나 새로 들어온 젊은 주인은 앞으로 주5일제 근무로 많은 직장들이 쉬는 토요일에는 아버지와 격주 휴무를 할 계획이다.

2개월간 가게를 맡아 하며 음식을 만들어내고 손님을 맞는 일 외에 작은 음식점이지만 세금문제, 음식 재료구입 및 관리문제, 주방 아주머니등 인력관리 등은 만만치 않아 아버지로부터 자주 묻고 배우고 있다.

‘옛날장터’의 주고객은 넥타이부대. 이 집 생선구이정식 4,000원은 6∼7년 전 가격이어서 지금도 고객 수에 큰 변화는 없지만 기업과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며 ‘적게 내고 실속있게 먹자’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해장국과 갖은 음식점이 즐비한 청진동에도 문을 닫고 떨어져나가는 업소가 적지 않다. 업소 문을 연지 한 달이 안돼 떠나는 업소도 생기고 있다. 김 씨는 인근의 한 음식점이 음식값을 500원 내렸는데 손님이 3배나 늘어난 것이 주머니가 얇아진 직장인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 자신이 뛰고 아버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동안 김 씨는 열심히 일 해 지금의 사업장을 넓힐 생각이다. 또 사직동과 대조동에서 각각 따로 살고 있는 부모님과 자신의 집을 음식점에서 가까운 곳으로 합칠 계획이다.

- "체면보다는 실속이 중요"

“대학 동창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도 부끄럽거나 창피함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는 김 씨는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할 수 있나 하는 체면과 겉모습 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듯이 자신은 이것을 일찍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 김 씨는 “장사집이라도 크고 번듯했으면 좋겠지만 작은 생선구이집을 아들이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해나가고 있어 고맙고 마음 든든하다”고 했다. 그의 눈에도 직장은 옛날같이 평생직장이 아니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자랑하던 집의 아들이 30대 중반에 조기 퇴직해 음식점을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장생활도 마음 놓고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학졸업자가 아버지의 오뎅집을 이어 받았다는 것이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로 들리던 것이 이제 우리 주위에도 가업 이어받기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까지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제 자식, 자기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하듯 함께하는 그 아버지에 미안함과 애석함 같이 것이 없을 수 없겠지만 무언가 물려주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물려주고 함께 할래야 할 수 없는 아버지들도 숱하기에….

같은 직장에서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 것이 훈훈한 화젯거리가 되듯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은 그 실속만큼 보기에도 좋다.

입력시간 : 2004-11-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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