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걱정 말고 맘껏 즐기세요"성매매 단속 칼날 교묘히 비켜가는 업주들, 물밑영업 성업중

[이색지대 르포] 장안동 남성휴게실
"단속걱정 말고 맘껏 즐기세요"
성매매 단속 칼날 교묘히 비켜가는 업주들, 물밑영업 성업중


“영업은 다시 시작했다던데 사람은 별로 없더라구요.”

지난 1일 밤 11시쯤 택시에 올라탄 취재진의 장안동 남성휴게실 영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택시 기사의 대답이다. 상징적인 의미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 실질적으로는 특별단속기간이 끝난 시점인 10월 23일, 드디어 숨죽였던 윤락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장안동 남성휴게실 역시 다르지 않다. 8만원이라는 중저가에 안마시술소와 증기탕의 서비스가 혼용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안동 남성휴게실은 지난 몇 년 새 서민들이 애용하는 대표적인 윤락산업으로 자리잡아왔다.

아무리 특별단속기간이 끝났다 할지라도 성매매특별법의 칼날은 여전히 서슬이 퍼렇다.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들은 단속을 피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을까.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이들의 보안 시스템을 살펴봤다.

장안동 유흥가가 9월 23일 이전과 달라진 점은 단 하나, 거리를 오가는 행인의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거리를 가득 메운 남성휴게실 간판은 여전히 오색 빛깔로 반짝이고 있었고 삐끼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장안동을 대표하는 남성휴게실인 A. 하지만 A업소는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장안동 역시 청량리처럼 항의 차원에서 간판에 불만 켜놓고 영업은 중단한 상태일까.

이러한 의문은 인근 수퍼마켓에서 풀렸다. 그곳 주인은 “A업소는 요즘 내부 공사 때문에 잠깐 문을 닫은 것”이라며 “최근 단속이 심해져 손님이 없는 기간을 이용해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중이라고 들었다”고 얘기한다.

사실 A업소는 그간의 명성에 비해 내부 시설 노후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인근 남성휴게실 대부분이 갖춘 월풀 욕조가 없어 소위 ‘욕조 속 몸타기’ 서비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성매매특별법이 A 업소 입장에서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적절한 시간만 확보해준 셈이다.

- 무전기 든 삐끼 "단속은 내가 막아"

본격적인 취재를 위해 찾은 곳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중인 B 남성휴게실. 인적이 드문 B 남성휴게실 앞에 다다르자 무전기를 든 20대 삐끼 한명이 다가와 “올라가실 겁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단속 걱정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 걱정 마시고 올라가셔도 된다. 단속은 내가 책임지고 막아낼 것”이라고 약속한다.

업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삐끼를 거쳐야 한다. 예전처럼 호객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도 삐끼를 길거리에 내세운 이유가 바로 손님의 원활한 출입을 돕기 위해서다. 이들이 업소 안으로 손님이 왔다는 무전을 보내고 손님이 2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업소 문이 열린다. 손님이 올라간다는 무전이 오지 않으면 업소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업소로 올라가자 업주는 빈 방으로 취재진을 안내한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이에 취재진은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업주에게 몇 가지 사안을 질문했다.

우선 단속에 대한 부분을 물었다. "요즘엔 걸리면 손님도 처벌을 받는다는데 안심해도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은 평소와 달리 절박했다. 만약 단속에 걸릴 경우 취재진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 상당히 긴장된 마음으로 취재에 임한 게 사실이다.

- 건물 밖 상황 꿰뚫는 철통보안

이 질문에 업주는 벽면에 걸린 CCTV 모니터를 가리키며 "건물 밖 상황부터 올라오는 계단까지 모든 게 내부에서 체크된다"면서 "밖에서 단속에 대비해 상황을 체크하는 직원도 있으니 걱정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보안 시스템 역시 사복 경찰의 기습 단속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특별단속기간 동안에도 영업이 가능했다. 다만 삐끼들의 호객행위?사라졌다"는 이 업주는 "사복경찰이 단속에 나섰고 이미 몇몇 업소가 단속을 당했지만 이는 호객 행위를 하는 업소에 한정된 얘기"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호객 행위를 하지 않는 업소는 단속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묵계가 통하고 있다는 얘기. 이런 묵계를 두고 무언가 커넥션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업주는 "이 부근 남성휴게실이 한두 개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업소를 사복경찰이 단속하겠느냐"면서 "호객 행위를 하는 등 튀는 업소들만 단속하는 데도 경찰력이 모자랄 것"이라고 얘기한다.

잠시 후 룸이 배정됐다. 가장 안쪽 방으로 취재진을 안내한 업주는 열쇠로 문을 열어준 뒤 잠시 기다려달라고 얘기한다.

- 완벽에 가까운 증거인멸 준비

요즘 장안동 남성휴게실의 새로운 트렌드인 원룸 시스템이 이 업소에도 도입되어 있었다. 룸은 침대와 테이블이 놓여진 객실과, 월풀 욕조와 샤워기가 설치된 욕실이 붙어있는 형태였다. 욕실에는 좌변기도 놓여있는데 만약의 순간에는 이 좌변기를 통해 콘돔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부분은 천정에 설치된 스피커. 경찰 단속이 들이닥칠 경우 이 스피커를 통해 그 사실이 통보되는 것이다. CCTV를 통해 단속의 낌새가 파악되는 순간 그 사실이 방송을 통해 모든 룸에 통보된다. 경찰이 잠긴 업소 문을 열고 들어와 다시 서비스 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이 윤락여성들은 콘돔 등 성매매의 흔적을 감추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성매매 흔적만 발견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룸 안의 윤락여성은 남성 손님에게 안마와 마사지 등을 제공했을 뿐인 것이 되니 단속에 걸릴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10분 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서비스가 이뤄지는 룸 역시 안에서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는 형태였던 것. 문을 열어주자 윤락여성이 데운 수건과 오일 등을 가지고 룸으로 들어왔다.

"요즘에도 손님이 많은지 꽤 기다렸다"는 취재진의 얘기에 이 여성은 "원래 15명 가량이 이 업소에서 함께 일했는데 지금은 고작 5명뿐"이라며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아가씨도 예전의 1/3밖에 없어 바쁘다. 요즘 다시 손님들이 증가하는 추세라 다음 주부터 아가씨 두 명이 더 나올 것"이라고 얘기한다.

- 뛰는 단속에 나는 성매매

이렇게 장안동 남성휴게실은 다시 정상 영업을 시작했고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으로 성매매 특별법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B 업소를 빠져나와 다시 바라보는 장안동 유흥가는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성매매특별법의 영향력이 장안동을 주도하고 있는 듯, 손님이 사라진 장안동에서는 이제 빈 택시를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보안 장치를 확보한 남성휴게실들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고 그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다시금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성매매특별법의 진정한 시행은 바로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시행 의지가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길을 끊은 손님들의 윤락업소 유턴을 막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윤락업소의 보안 시스템이 손님들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해 다시금 예전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진정한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10 16:07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