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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고친 용주골 색시 옷을 다시 벗는다
[이색지대 르포] 수도권 최대 집창촌, 은밀한 영업재개

매서운 폭풍우 같던 성매매 특별법이 이제 점점 그 의미를 잃어 가고 있다. 이미 <이색지대> 코너를 통해 여러 차례 보도했듯이 집창촌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성매매 산업은 대부분이 다시 정상 영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를 두고 ‘성매매 특별법’이 아닌 ‘집창촌 특별법’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흘러 나올 정도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사실이 하나 더 확인됐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집창촌인 ‘용주골’ 역시 은밀한 영업을 재개했다는 것. 그렇다면 성매매 특별법이 집창촌 특별법으로서의 기능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어떤 형태로 용주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취재진이 직접 용주골을 방문했다.


- 불꺼진 골목, 영업은 계속되고…





지난 11월 9일 밤 11시경 취재진은 택시에 올라타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 용주골 왕복 택시 요금으로 굳어진 금액은 7만원(강북 도심 기준). 흥정에 흥정을 거듭해 할인한 금액 6만원에 택시가 출발했다. 경기도 파주시 현풍리 용주골.

서울 시내 집창촌과 비슷한 가격(현금 기준 7만원)에 비해 서비스 수준이 매우 파격적이라는 이유로 유명세를 얻은 용주골. 서울 남성들이 찾기에는 비싼 택시비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지만 ‘황제 서비스’ 등 다양한 가격과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용주골은 수도권 최고의 집창촌으로 등극했다.

물론 이는 9월 23일 이전의 이야기일 뿐. 흥정을 마치고 용주골을 향해 운전을 시작한 택시 기사가 “그런데 용주골이 영업합니까?”라고 물을 정도로 그 곳은 현재 황폐하게 변모해 있었다. 불 꺼진 용주골은 또 하나의 유령도시였다. 그토록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던 용주골은 금방이라도 유령이 뛰쳐나올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음침했다. 모든 업소에 불은 꺼져있고 주변은 너저분하고 지저분했다. 비밀리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는 제보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 적막감만 휘도는 용주골에는 차가운 가을 바람만 가득했다.

결국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로 결정한 취재진이 핸드폰을 꺼내들며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먼발치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놀러오셨습니까?”라고 말을 붙이며 다가온 남성 두 명.

“단속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라며 먼저 취재진을 안심시켰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골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 오자 두세 명씩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업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마담으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손님들도 찾아 오기 힘들 만큼 몰래 숨어서 영업하고 있는데 경찰이 어떻게 여기를 단속할 수 있겠냐”는 그들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믿음이 간다. 결국 “그 말 믿겠다”고 화답하자 이들은 그 골목 옆으로 연결된 음침한 뒷골목으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뒷골목의 모습은 더욱 캄캄하고 음침했다. 과연 이들이 업주가 맞는지, 이 골목 어딘가에 윤락 여성들이 있기는 한 것인지, 업주를 가장한 불량배들의 꼬임에 넘어가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은 혹 아닌지…. 짧은 시간동안 수 많은 생각과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걱정도 잠깐. 뒷골목에 접어 들어 십여m를 걸어 가자, 불 꺼진 업소 가운데 한 곳의 문이 열리고 여성 한 명이 나왔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 이 여성은 “컴컴하니까 조심해서 들어 오세요”라며 취재진을 업소 안으로 안내했다. 당연히 업소 안에도 불은 꺼져 있었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였다. 취재진이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자 이 여성은 조심스레 손전등을 켰다. 그 손전등 불빛을 의지해 어렵게 복도를 지나 도착한 방, 그 안으로 들어가 앉자 곧 윤락 여성 한명이 방 안으로 들어 왔다.

- "어렵게 오셨는데 화끈하게 모실게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으니 더 확실한 서비스로 만족시켜 드릴께요.” 방으로 들어온 윤락 여성은 이런 멋진 인사말로 취재진을 반겼다. 잠깐 손전등을 켜서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인사를 건넨 여성에게 취재진은 “너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겁먹고 들어와서 그런지 별 생각(?)이 안 든다”고 얘기하자 “요즘엔 오빠들이 더 조심 조심하시는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밖에서 호객 행위만 하는 게 아니라 단속도 대비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돼요”라며 이 아가씨는 “만약에 단속이 기습적으로 들어오면 그 즉시 콘돔만 화장실 변기에 버리면 된다고 삼촌(윤락 여성들은 대개 업주를 삼촌이라 지칭한다)들이 그러더라”고 말한다.

9월 23일을 기점으로 암흑 천지가 되어 버린 용주골에 다시 새 생명의 기운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꼭 한 달 뒤인 10월 23일이다.

사실 서울 시내 집창촌이 정부 단속에 강하게 반발해 매스컴의 관심에 휩싸였을 당시에도 용주골은 조용했다. 서울 시내 집창촌의 윤락 여성들의 시위에 나섰을 때에도 이들은 나서지 않았다. 이미 올 초부터 인근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에 시달려 온 용주골이 이번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결정타에 KO된 것이라고만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용함과 무관심이 결국은 용주골의 조용한 부활을 위한 효과 만점의 영양제가 되어 준 것이다.

“막상 영업은 시작했지만 불도 끈 상태에서 몰래 몰래 하려니까 손님이 거의 없어 힘든 상황이에요”라며 이 여성은 푸념이었다.“그래도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늘어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말마따나 영업은 재개했지만 손님이 대거 줄어 든 상황이라 성매매에 종사중인 윤락 여성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 여성의 설명에 의하면 지방으로 떠난 이들도 있고, 서울에서 벌어지는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동참한 이들도 있다고 한다. 다시 돌아 오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도 있지만 상황이 좋아질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 집창촌 재개발 위한 음모론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 취재진은 최근 서울 시내 집창촌 업주들이 주장하는 ‘성매매 특별법 음모론’을 떠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음모론이란 성매매 특별법 시행의 진정한 이유가 ‘윤락 여성 구제와 성매매 근절’이 아닌 ‘서울 시내 집창촌 재개발에 따른 수익 창출’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 성매매 특별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이후 현실은 음모론을 더욱 뒷받침해 주고 있다. 서울 근교의 용주골까지 암암리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 유독 이 음모론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물론 이는 몇몇 업주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여성부와 경찰력이 서울 시내 몇몇 집창촌과의 올인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다른 지역의 성매매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게다가 더욱 음지로 파고들며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

입력시간 : 2004-11-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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