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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잘 나간다
한국어 학습 붐, 아시아 일부국가서 미주까지 번져
외국인 위한 한국어 교재 보급, 유학정책 등 에 변화 필요






“우리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하며 굳센 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비록 국민이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자기들의 국어만 유지하고 있다면 자기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알퐁스 도데의 작품, ‘마지막 수업’의 일부다. 모국어를 빼앗긴 피점령국의 슬픔과 고통을 소년 프란츠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내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 일으킨 단편 소설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한국어 가능자, 조건없이 채용



천추의 한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서려있을 터. 그러나 요즘은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영어 열풍 속에서 우리말이 설 자리를 잠식당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정작 외국에서는 한국어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가능자, 조건 없이 채용.’



이 같은 채용 문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에 실리고 있는 중국이 그 예다. 우선, 이 같은 열풍은 중국으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과 기관이 급증하면서 한국어 - 중국어 능통자의 수요가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생리상 중국어가 가능한 한국 학생보다,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 학생들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붙은 파격 조건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대학에 등록한 중국 유학생 수는 5,400여명에 달해 한국에 체류 중이 전체 외국 유학생 중 절반 이상(58%)을 차지하는 비율이다. 2위인 일본(870명)보다 6배나 많고, 3위인 미국(737명)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조선족 학생들은 이미 이 방면에 대거 취업을 한 상태고, 요즘은 상하이와 인근 6~7개 대학에서 매년 100명 이상 배출된 한국어과 학생들이 그 자리를 꿰 차고 있다. 덕분에 일부 명문대 한국어과의 경우 취업률이 다른 학과에 비해 매우 높아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임금 수준이 다른 중국 기업에 비해 높은 데다 주택과 의료 보험 등이 구비돼 있으며 현대화된 기술 정보와 높은 수준의 기업 관리 체계 덕분에 자신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선호 요인으로 들고 있다.

한국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단법인 중국정경문화원이 한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40%에 이르는 학생들이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사실이 그 같은 점을 반영한다. 또 ‘한국 문화가 좋아서’라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한국어의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SATⅡ ‘제2 외국어’에서도 한국어를 채택하는 수험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한국계나 한국인들의 위상도 ‘한국어’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아이비 리그 등 미국의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입학 전형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SAT 시험 중의 하나인 SATⅡ. 여기서 한국어에 응시한 수험생이 사상 최대인 4,000여명에 이르렀다. 우리말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2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채택된 지 7년(1997년) 만의 일이다.

“SAT시험에서 한국어 응시생들의 평균 점수가 비교적 높아, 한국어 선택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유학네트 박상열 상무는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한국어 과목 응시생 중 3분의 2가 800점 만점에 750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자 7년만에 8배 증가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수
년도
응시자수
1997
2,274명
1998
2,663명
1999
3,445명
2000
4,850명
2001
6,048명
2002
7,306명
2003
10,416명
2004
17,531명
한인 이주 100주년을 넘기며 2ㆍ3세들의 기억에서 점차 멀어져 가는 한국어. 미 명문대를 지원을 위한 학생들이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홀대당하던 한국어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한국어 능력 응시자의 수 또한 빠뜨릴 수 없다.

2004년 현재, 그 숫자는 시행 7년 만에 8배로 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달 국내 4곳과 해외 15개국에서 실시한 제8회 한국어 능력 시험에는 1만7,531명이 응시해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5,344명이 응시했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 90%가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해외 동포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위, 그 다음이 중국으로 지난해에 비해 170%나 늘어 났다.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해외 대학에서의 한국어 강좌 수강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4년제 대학이 1995년 143개에서 지난 해엔 335개로 늘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드라마 ‘후유노 소나타(겨울 연가)’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매달 한국어 교재가 10여만 부 이상 팔려 나가고 있고, 학원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려는 일본인이 지난 해보다 최고 10배까지 늘어 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어 덕분에 취업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뜩이나 국내 취업이 어려운 마당에 한류 열풍 타고 한국어 강사로 해외 취업문을 뚫은 것. 대학 졸업 뒤 일본 유학을 갔다 2년 전 귀국했던 전지영(여ㆍ27)씨 는 한국어 강사 자격으로 내달 말에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전씨는 현지 어학원에서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다. “일제 때 우리말을 지키기에 앞장섰던 선열들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일 아니겠어요?” 활짝 웃으며 전씨가 말했다.

한편 내년 8월부터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요에 맞춰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한국어 강사를 구하는 요청이 늘고 실정이다. 해외에서 취업문을 뚫어 보려는 국내 20, 30대들이 대거 한국어 강사 연수 과정에 몰리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90명을 모집하는 2기 한국어 강사 연수생 과정의 평균 경쟁률은 20대 1.

한글문화연대 대표 김영명 교수는 “승전이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을 국경일 삼은 나라는 흔하지만, 나라의 문자 창제를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 나라뿐”이라며 “지금과 같은 현상이 우리말과 글의 세계화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인 만큼 일시적인 바람으로 그치지 않도록, 한국어 교재 발간과 같은 기본적인 일에서부터 정부나 학계의 여러 노력들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학네트 박상열 상무
"이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쓸 때"




"우리도 이제 畸뭬?열풍을 일으킬 때도 됐습니다. 온 세계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난리인 지경인데, 이제 우리도 우리 젊은이들을 유학 보낼 것만 아니라 유학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는 정책을 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15년째 한국 유학 희망 외국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유학네트 박상열(46) 상무는 지금이 우리 유학 정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미국 한 번 보세요.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교환 학생을 불러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 중 반미 감정 품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한국도 세계로 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을 펴서 '지한파' 양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는 일 같지만, '우리편'을 양성해서 세계 각국에 심는 것만큼 미래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투자도 없습니다. 대학들로 한국어 교육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 한양대와 배제대 등 국내 몇몇 대학에서 미약하지만, 그 같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1 교환의 교환 학생에서 탈피, 외국 현지에 한국 센터를 열고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을 시킨 뒤 본교에 입학시키는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갖다 쓰는 돈만 한해 8억9,000만 달러(약 1조원)에 이릅니다.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해 지방 재정 확충은 물론, 그들이 체류 기간 동안 쓰고 가는 돈이 국가의 큰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죠."

그는 또 한국어 열풍을 국내 지방 경제의 활성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며 강조했다. "며칠 머물다 마는 관광객만 유치할 것이 아니라, 몇 개월, 몇 년씩 머물다 가는 유학생이 더 이롭지 않겠습니까? 시작은 미미하겠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진 대학들이 해당 자치 단체와 협력해서 선진국의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

보다 많은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그는 법무부의 보다 유연한 출입국 관리 정책(비자정책)이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불법 체류자들은 반드시 걸러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입국자를 막아도 문제입니다."

학생 비자를 가지고 입국하는 유학생에 한해, 외국의 경우처럼 철저하게 주 20시간 노동을 허용한다면 학생 신분으로 왔다가 불법체류가로 전락하는 경우의 수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한국 대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계 각국의 대학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국내 대학 사정에 밝은 국내 유학원들도 이제 학생들을 내보는 데만 힘쓸 것이 아니라, 외국 학생을 불러들이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종 업계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는 유학네트(www.eduhouse.net)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11-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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