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서비스 유혹은 계속된다

신발끈 다시 맨 출장마사지 화끈한 서비스 유혹은 계속된다
유영철 사건 · 성매매 특별법으로 듬하던 출장마사지 영업 재개
'은밀한 만남' 홍보명함 다시 등장, 보도방 영업도 기지개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의 악령이 되살아 나려는 것일까. 유영철 사건 이후 경찰의 강력 단속으로 종적을 감췄던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이 최근 되살아나 유흥가에 주차된 승용차 유리창을 점령했다. 여성 모델의 화끈한 나체 사진과 함께 ‘우리 둘만의 만남을, 1:1 서비스’ 등 자극적인 문구가 새겨진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

성매매 특별법에 의하면 여성의 나체 사진이 있거나 직접적인 성매매 관련 문구가 새겨진 홍보 명함의 유포는 그 자체로도 위법이다. 하지만 유흥가를 점령한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은 성매매 특별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논현동 나가요촌 바로 옆에 위치한 영동시장 먹자골목. 저녁 식사를 위해 부근 식당을 들렸던 취재진은 식사 후 차량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반가운 옛 친구(?)와 만나게 된다.

단 30분 가량을 머물렀을 뿐인데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에는 빼곡히 전단지가 끼워져 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대리 주차 전단지는 물론이고 ‘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문구의 노래방 전단지도 보인다. 그리고 나체 여성의 화끈한 사진이 돋보이는 출장 마사지 명함도 오랜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유영철 사건’ 이후 사라졌던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에다 9월 23일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사라졌던 도우미 노래방 홍보 전단까지, 서울시 유흥가의 모습은 타임 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다시 1년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자극적 문구로 가득한 홍보물

오랜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을 꼼꼼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극적인 홍보 문구. ‘머리에서 발끝까지 최고의 서비스’ ‘오늘밤 당신과 함께 은밀한 사랑을’ ‘환상 체험 고감도 만족’ ‘최고의 소녀만을 자랑합니다’ 등 누가 보더라도 성매매를 홍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원하는 여성 선택 가능’이라는 문구는 손님의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나체 사진의 경우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예전 홍보 명함이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주되 유두나 엉덩이의 직접 노출은 자제했던 데 반해 최근 것들은 무엇 하나 가리는 법이 없다.

유명 신용카드사의 로고까지 그려 넣어 신용카드 할부 사용이 가능함을 과시하며 24시간 항시 대기라는 문구로 영업 시간까지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 번호가 남겨져 있다.

이런 모든 내용은 하나같이 현행법에 저촉된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출장마사지 홍보 명함이 서울 유흥가의 골목길을 점령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식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을까.

강남 신사동 부근 모텔에 방을 잡고 가장 야릇한 문구로 무장한 홍보 명함을 꺼내 들었다. 우선 궁금한 부분은 어떻게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고 어떤 방법으로 선택이 가능한지 였다. 윤락 여성이 홀로 남성 손님에게 출장 나와 성매매가 이뤄지는 형태를 감안할 때, 이 두 가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두 가지 문구는 모두 허위 과장 광고에 불과하다. 우선 신용카드 사용은 불가능하다. “원래는 사용이 가능한데 요즘에는 손님들이 단속 때문에 카드 사용을 꺼려 한동안 (신용)카드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게 휴대폰을 받은 업주의 설명. 여성 초이스 역시 황당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 말하시면 그런 애를 골라서 보내 드리겠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나름대로의 초이스 방식이다.

풀서비스에 15만원

가격은 안마와 지압, 마사지 등 기본 서비스에 연애(이들이 성매매를 말하는 속칭)를 합쳐서 15만원. 여기에 택시비 명목으로 통상 지급되는 팁 1만원이 추가되기 마련이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채 30분이 자나지 않아 드디어 여성이 도착했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데 비해 방으로 들어선 여성은 나름대로 킹카 수준에 가까웠다.

“겁나지 않느냐? 내가 유영철처럼 연쇄 살인범이면 어쩌려고 겁 없이 왔냐”며 농을 건네자 이 여성은 “어디 한번 화끈하게 죽여 달라”고 화답한다. 다행히, 이런 상황과 ‘다행’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지는 헷갈리지만, 요즘 출장마사지는 연쇄 살인의 위험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 있다. 그 이유는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가 아니기 때문.

홍보 명함에 적힌 핸드폰 번호는 업소 전화기로 연결되어 있어 손님들의 주문을 받은 업주가 데리고 있는 윤락 여성을 손님들에게 보내고 있다. 결국 보도방이 개입되어 있다는 얘기.

이런 방식의 출장 마사지의 경우 ‘로드’라 불리는 중간 업주가 시간에 맞춰 윤락 여성을 데리러 온다. 만약 약속된 시간을 지나도 내려 오지 않을 경우 확인 전화를 걸고 이마져 응답이 없으면 로드가 직접 윤락 여성을 찾아 나선다.

그러니 유영철 연쇄 살인의 경우처럼 출장 나온 윤락 여성들이 손님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런 사실이 조용히 묻혀 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 결국 ‘다행’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것일까.

‘유니’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이 여성은 현재 대학 휴학생 신분으로 룸살롱에서 몰래바이트를 하며 논현동 나가요 촌에 둥지를 틀었고 최근 출장마사지로 전업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오히려 씀씀이가 커져 늘어난 카드값 해결 때문에 선불금 주는 곳을 찾다가 여기에 오게 됐다”는 이 여성은 “출장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사장님이 운영하는 안마 시술소에도 일한다”고 얘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홍보 명함을 보고 전화하는 이들 가운데 여성도 상당수라는 얘기. 그렇다고 동성애 관련 주문이 많다는 얘기는 아니다. “거기(홍보 명함)보면 ‘여대생 나레이터 모델 모집’이라는 말이 있잖아요”라는 이 여성은 “그거 보고 일하고 싶다는 전화가 꽤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 얘기한다.

취재진이 홍보 명함을 만난 곳은 논현동 나가요 촌 인근 식당가. 그 만큼 주변에 살고 있는 나가요 걸들이 많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물론 이제는 그 빛이 많이 퇴색했지만, 일할 곳이 없어진 나가요 걸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부분 일하던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많이 줄어 벌이가 예전만 못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는 이 여성은 “출장도 손님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우선은 아가씨를 많이 끌어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선불금까지 주는 걸 보니 사장이 돈은 많은 것 같은데, 선불금 받으면 이자가 장난 아니다”며 한숨이다.

보도방은 윤락녀 인권의 사각지대

집창촌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이미 그 영향력이 미비해진 성매매 특별법. 드디어 또 하나의 최후 보루인 보도방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도방의 철저한 관리로 인해 연쇄 살인의 위험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지만, 윤락 여성의 인권은 더욱 사각지대로 몰려가고 있다.

보도방은 일정한 업소가 정해지지 않은 채 노래방 도우미나 출장 마사지 등 수요가 있는 곳으로 윤락 여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락 여성의 근무 여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선불금 이자,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떼이는 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락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 하지만 이로 인해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라졌던 출장마사지까지 되살아나 보도방만 살찌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24 14:48


조재진 자유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