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이들이 다시 외친다 "오빠, 놀다가세요"시들해진 성매매 특별법 단속, 도심서 공공연한 호객행위

[이색지대 르포] 집창촌 슬그머니 '공식 영업'
언이들이 다시 외친다 "오빠, 놀다가세요"
시들해진 성매매 특별법 단속, 도심서 공공연한 호객행위


드디어 집창촌이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 9월 23일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에 된서리를 맞은 집창촌이 두 달여의 시간이 흐른 요즘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

용산 집창촌과 연결된 대로변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업주들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최근 미아리와 청량리 집창촌에서 직접 윤락 행위를 하고 왔다는 이들의 증언도 취재진에게 들려 왔다. 경찰의 집중 단속을 뚫고 영업을 재개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성매매 특별법 시행 두 달째인 지난 11월 24일 늦은 밤 취재진이 직접 서울 시내 집창촌을 찾았다.

• "시위 차원에서 문 연 것"

집창촌을 찾은 취재진은 일반 취객으로 보이기 위해 용산 인근 술집에서 소주를 한잔 걸친 뒤 밤 10시경 용산 집창촌으로 돌입했다. 집창촌 가운데 불이 켜진 업소는 전체의 70%가량. 이 가운데 절반 가량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나머지 업소에는 업주 또는 윤락 여성들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윤락 여성들의 “오빠, 놀다 가세요”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우선 업주가 홀로 있는 업소로 향했다. 친구들은 아직 술을 마시고 있는데 대표로 단속 위험이 없는지 알아 보려 왔다는 말에 업주는 “놀다 가실거면 걱정 말고 들어 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단속 여부를 재차 묻자 겁나면 그냥 가라는 식이다.

부근 다른 업소로 들어 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놀려면 일행을 데려 오라”는 이 업주는 “하지만 안전은 보장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실제 영업을 하려는 것 보다는 시위 차원에서 나와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 다음, 윤락 여성 두 명이 앉아 있는 업소로 향했다. “일행이 몇 명이냐”고 묻는 윤락 여성의 질문에 6명이라고 답하자 “가게마다 아가씨가 한 두명씩 밖에 없으니 몇 군데로 나눠서 들어가야 한다”면서 “경찰이 단속하면 어쩔 수 없지만 단속 안 한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세 업소를 돌아 가며 질문만 반복하는 취재진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다른 업소 업주 한 명이 다가 왔다. 그는 “아가씨들한테 이상한 거 묻지 말고 그냥 가라. 우리 영업 안 한다”며 강압적인 모습으로 취재진을 내몰기까지 했다.

집창촌 초입에 서있는 의경 두 명은 “현재 용산 집창촌에 의경이 십 여명이 나와 있다”면서 “호객 행위를 해도 들어가는 손님은 없다. 업소에서 나오는 손님이 보일 경우, 직원(경찰을 지칭함)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단속중”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미 성매매를 끝내고 나온 손님을 상대로 어떤 단속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 다만 의경들은 “단속에 성공할 경우 2박 3일의 포상 휴가가 주어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의경과 대화를 나누며 집창촌 일대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여지저기서 업주 몇몇이 다가왔다. “마음대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항의하던 업주들은 “기자들 와 봐야 이상한 얘기만 기화한다”며 취재진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다가 와 “정말 기자냐? 기자증을 제시하라. 사이비 기자 아니냐?”며 취재진을 몰아 붙이기도 했다. 성매매 특별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적극 도왔던 당시와는 상반된 모습.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들 입장에서 이제는 기자도 방해꾼일 뿐이었다.

업주들의 강한 항의를 제지하던 의경들이 이 광경을 멀리서 봤는지 드디어 경찰 한명이 다가왔다. 대충의 상황 정리를 마친 이 경찰은 “연말 연시라 사건이 너무 많아 경찰이 최소한으로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손님이 거의 없어 성매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한다.

•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요"
밤 12시가 거의 다된 시간, 취재진은 두 번째 행선지인 청량리를 찾았다. 뻔??집창촌 초입 대로변에서 취재진은 “놀러 오셨냐”며 말을 걸어 오는 한 남성 업주를 만났다. 이에 기자 신분을 밝히며 영업 개시 여부를 묻자, 이 업주는 “어떻게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물래 영업하게 그냥 놔두라”고 얘기한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이색 지대 코너에서 청량리의 현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얼굴을 익힌 업주들이 여럿이어서, 이번에는 취객으로 가장하지 않고 직접 취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취재진이 달갑지 않은 모습. “그냥 돌아 가라”는 말만 거듭할 뿐, 더 이상의 취재 협조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부분의 업소에 불이 켜져 있었고 한 집 걸러 한 곳씩 윤락 여성들도 보였다. 윤락 여성 가운데는 “놀다 가세요”라며 행인을 부르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어느 정도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온 듯 한 모습.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의경이 집창촌을 순찰중이었고,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창촌 끝자락에서 교대중인 의경들에게 다가가 “영업이 재개된 분위기인데 단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냐”고 물었다. 의경들은 “예전과 변함없는 경찰력이 투입되고 있다. 손님이 업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단속 여부를 묻는 기자의 모습에 드디어 업주들이 폭발했다. 격분한 업주 몇몇이 몰려들어 거친 표현까지 불사하며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한 것. 성매매 특별법 시행 초기 취재진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취재를 도와 줬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 하지만 당시 그들은 “구속을 불사하더라도 다시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취재진에 전달한 바 있고, 이제 서서히 그 약속은 이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냥 돌아 가라는 업주들의 요구에 취재진은 쫓겨나듯 청량리 집창촌에서 빠져 나와야 했다. 다시 큰 길 쪽으로 크게 돌아 반대편 집창촌 입구로 향하던 도중 취재진에게 이들의 새로운 영업 방식이 포착됐다. 경찰 단속으로 인해 손님이 집창촌에 들어 와 윤락 여성의 호객 행위에 따라 업소로 들어 가는 것은 현재 거의 불가능한 상태. 게다가 이런 상황 때문에 집창촌에 발을 들이는 손님도 거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업주들이 나선 것이다.

• 삐끼로 나선 업주들
집창촌 주변 대로변으로 직접 나온 업주들이 오가는 남성들에게 몰래 다가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의하는 손님을 은밀히 업소로 데려가는 방식이다. 이는 용산이나 미아리도 비슷한 양상. 취재진에게 집창촌 영업 재개 소식을 제보한 이들이 말하는 방식과도 동일하다.

취재진에 다가와 호객 행위를 하는 한 업주에게 기자 신분을 밝힌 뒤, 최근 이곳을 찾는 손님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예전의 20%도 안 된다”고 얘기한다. 결국 대로변 호객 행위를 통해 몰려 영업을 재개했으나 아직까지는 호객 행위에 응해 업소로 향하는 손님은 극소수인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취재진에 대한 이들의 적대감이었다. 위협에 가깝게 느껴지는 업주들의 반발을 여려 차례 겪어야 했고, 사진 촬영은 거의 불가능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초기 기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외부에 알리려던 업주들이 이제는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아니, 이들의 적대감은 반드시 취재진만을 향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 놓은 사회 전반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는지.

집창촌을 빠져나와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교차로 대로변에서도 호객 행위중인 몇몇 업주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 명이 다가와 “놀고 나오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 순간 뒤편에서 누군가 “그 사람 기자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업주는 뒤돌아 사라졌고 취재진 역시 그렇게 청량리를 빠져 나왔다.

•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되겠죠"
“성매매 특별법 생기기 전에는 뭐 이게 합법이었습니까. 그 때 당시 법으로도 업주와 손님 모두 처벌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처벌을 안 했을 뿐이지. 성매매 특별법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업주의 얘기다.

말마따나 이전에도 성매매는 불법이었고, 집창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업주와 손님 모두를 처벌하게 되어 있었다. 다만 이번 성매매 특별법은 더욱 강력한 법률인데다, 정부의 秉?의지가 강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이미 집창촌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성매매가 대부분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 갔고, 집창촌 역시 그런 움직임을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집창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만 이뤄지던 성매매와 호객 행위가 대로변까지 잠식해 들어간 상태다. 이렇게 성매매 특별법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조재진 자유 기고가


입력시간 : 2004-12-02 14:21


조재진 자유 기고가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