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비즈니스는 한국경제의 미래"소모성자재 전문 e마켓 플레이스 기업, 투명거래로 고성장 일궈

[인물포커스] ㈜엔투비 김봉관 사장
"e 비즈니스는 한국경제의 미래"
소모성자재 전문 e마켓 플레이스 기업, 투명거래로 고성장 일궈


연말이 다가오면서 상복이 터진 회사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B2B(기업간 전자 상거래)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 소모성 자재(MRO) 취급 전문 e마켓 플레이스 업체인 ㈜엔투비(http://www.entob.com)다. 최근 이 회사는 국내 e비즈니스 산업을 대표하는 포상인 산업자원부의 ‘e비즈니스 대상’ 과 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전자 상거래 대상’ 에서 각각 국무총리상과 대상을 받았다. “광풍처럼 투자열기가 뜨겁던 2000년을 전후한 시기와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졌던 시련기를 지나 이제 MRO분야의 B2B시장은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엔투비 호의 선장으로 키를 잡은 지 3년이 지난 지금 김봉관 사장(51)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그 동안 인터넷 인프라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했으나 실제로 전자 상거래는 인식과 관행, 제도 등이 아직 미성숙,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회사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MRO B2B시장은 소량다품종, 낮은 금액 비중, 과다한 행정 비용 등으로 인해 각 기업에서 구매 아웃소싱 분위기가 확산, B2B e마켓 플레이스에서 각광받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고객·직원중심의 기업경영
“전자상거래는 한국 경제의 미래입니다.”김 사장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과 방법이 ‘e비즈니스’이며 ‘비핵심 분야의 아웃 소싱’”이라며 이같이 강조한다. 엔투비는 바로 이 같은 기업의 비핵심 자재를 전자 상거래로 투명하게 거래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라는 것.

김 사장은 지난 40년간 우리나라는 신속 과감한 의사 결정과 오너 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하, 세계에 유래가 없는 압축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제는 고기술의 일본과 저임금의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사이에서 생존과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막대한 생산 요소 투입만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기존 산업 프로세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중인 e마켓 플레이스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운영 기반 시스템 기술이 신기술로 인정 받아 벤처 기업으로 등록 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도 크게 늘어난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전반적인 불경기 속에서 엔투비는 매년 고성장을 구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100%가까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짧은 기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고성장을 하는 것은 바로 발 빠른 변화관리와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사업 초기의 중개 거래 위주에서 구매 대행 모델로 사업 중심을 이동시킨 것이나 KT와 같이 전국에 분산된 사업장을 갖고있는 회사에는 ‘사용자직접구매(desktop purchasing)’란 선진 기법을 도입, 13%이상의 단가 절감과 행정 비용을 대폭 감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DP서비스는 199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동명의 오프라인 서비스를 벤치마킹 해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사의 영업부·생산부 등 개별부서 그리고 지점·지사 등이 구매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엔투비의 e마켓에 들어가 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구매 혁신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과거 구매부가 각 부서의 주문에 따라 e마켓에서 총괄 구매해 전달했던 것에 비해 절차를 한 단계 줄인 것이다.

이 회사는 DP대상 품목으로 전산소모품·사무용품·공구류 등 2만여 품목을 선정해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의 요청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6월과 지난달 각각 경기도 분당과 용인에 전용 물류 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DP는 또 하나의 유통혁명
“MRO자재의 경우, 기업의 고급 인력들이 관리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고객사들은 DP를 통해 비용 절감 및 프로세스 개선 두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어 또 하나의 ‘유통 혁명’으로까지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사장은 “전자상거래와 구매 아웃 소싱은 이제 커다란 흐름”이라고 틈만 나면 강조한다.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이미 이를 채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한 가지 한 가지 착실하게, 실용적으로 빈 틈을 채워 나가겠다고 말한다. 사실 기업 소모성 물품은 전통적으로 각 기업에서 관리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액도 그렇게 크지 않고 물건도 몇 1,000개에서 몇 만개 품목으로 잡다해 사실상 정확한 관리가 불가능 하다. 누구로부터 무슨 물품을 얼마에 어느 만큼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회사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회사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먹이 사슬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A4 복사지를 당사가 연간 약 50억원 어치 구매하고 판매합니다. 복사지에 관한 한 한국 내에서 아마 제일 구매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저희가 최고급품인 ‘미스터 코피’ 1박스에 1만3,900원으로 판매하는데 국내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L샵에서는 오늘 현재 동일한 제품으로 1만 6,800원입니다. 엔투비에 비해 무려 21%나 비쌉니다.”

김 사장은 각 기업에서 구입하는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대기업은 2만원 이상에 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각 담당자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아도 회사 돈이니까 그냥 그 동안 잘 아는 곳에서 습관적으로 사고 있다고 현실태를 지적한다.

특히 김 사장은 중소 기업은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대기업이야 담당도 있고 구매 파워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알지도 못하고 힘도 약하니 대충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어떤 회사는 현장에 아주 노골적인 불공정 관행이 있어 새로운 업체가 들어 갈 수 없는 각종 장벽을 설치해 교묘하게 회사 돈을 축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해 준다. 앞으로 엔투비는 이런 것을 예방하고 현장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물류 전문회사와 제휴하여 조만간 영남, 호남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 간접 자재, 소모품은 건수가 많아 행정 비용이 물품 비용 보다 더 많이 들어 갑니다. 몇만원 짜리 물건 사는 데 몇 천만원 연봉을 받는 직원이 공급사를 물색하고, 협상하고, 내부 결재에 입고 처리, 세금 계산서 발급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 같이 작은 기업이라거나 구매 규모가 너무 적어 서비스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연락 주시면 성심 성의껏 각 기업의 사정에 제일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겠습니다.”

김 사장은 틈만 나면 신규 고객을 향해 이런 내용의 메일을 띄운다. “기업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싶거나, 구매 코스트를 절감하고 싶거나,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싶거나, 현장의 변화 관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연락 주십시요”라는 문구다.

300만 중소기업에도 서비스 개방
김 사장은 요즘 또 다른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내년 부터는 대기업 고객으로부터 생성된 경쟁력을 3백만 중소기업에게도 편리하고 값싼 기업 소모품을 보다 개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은 MRO 물품을 거래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MRO 데이터 전문업체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MRO 물품관련 컨설팅을 포함한 ‘토털 솔루션 공급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김 사장은 회사 경영에 나름대로 4가지 지침을 갖고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투명 경영’, ‘고객 만족’, ‘흑자 달성’ ( 금년에 이미 달성, 내년엔 ‘고도 성장 유지’로 바꿀 생각이라고), ‘열정과 학습’이다.

우선 순위도 공표했다. 아무리 고객이 불만을 터뜨려도 투명성이 우선이고,아무리 회사의 흑자 달성이 급하더라도 고객을 먼저 만족 시켜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평소 직원, 고객, 주주의 세 그룹을 항상 모시고 지낸다고 한다. 기업 경영의 근간이 ‘사람’에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 경영은 주주가치가 제일 우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주 가치와 고객을 위해서라도 직원들을 제일 우선시 합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이 많은 회사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도 없고 고객에게도 친절 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직원들을 혹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강력한 에너지가 분출 될 수 있습니다.”직원들의 신뢰를 받으려면 ‘공정’해야 하고 ‘실력’을 인정 받아야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김 사장의 경력은 간단하다. 현대종합상사와 엔투비 두 군데 뿐이다. 1979년 현대그룹의 종합상사에 입사해서 만 22년간 상사맨으로 근무했다. 그 중 10년간은 해외에서 근무했다. 영업에서 15년, 구매분야는 7년간 했다. 특히 93년부터 5년간 일본 동경에서 현대그룹 통합 구매부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전체 현대그룹의 일본산 제품의 구매 대행을 총괄했다.

말하자면 현재 엔투비 업무와 유사한 형태다. 당시 김 사장은 일본에 부임하자마자 구매의 특성이 반복업무이고 다수 그룹사에게 신속한 대응이 핵심 업무라고 판단, 엄청나게 쌓여 있던 장부를 다 없애고 전산화 시켰다. 또 95년께에는 발주, 계약업무를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인터넷을 도입, 현대그룹내에서 최초로 인터넷 구매 시스템을 가동 시켰다.

이러한 경험이 작용했는 지 2000년에 회사내 최연소 이사로 특진하면서 신사업분야인 ‘e 비즈니스 사업 본부장’을 맡게 된다. 이후 당시 투자한 회사중의 하나인 엔투비와 인연을 맺었다.

'기회'를 허투로 흘리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인생의 기회를 만드는 가장 확률이 큰 부분은 학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e비즈니스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지금 미국 구매사 자격증 ( CPM : certified purchasing manager )과정을 수업 중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회를 구별 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라. 기회가 오면 잡아라. 기회가 오지 않으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라’ 김 사장의 생활 신조다.

김 사장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골프든, 다른 스포츠든, 카드든, 당구든 제대로 된 잡기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지난 25년간, 좋게 해석해서 일만 한 것 같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건강 유지와 회사 단합을 위해 값싼 등산을 많이 다녔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북알프스 등지를 포함해 모두 53회니, 거의 매주 간 셈이다.

어릴 때는 만화책을 비롯해 잡식성 독서광이었다. 되돌아 보면 그 독서 버릇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최영규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4-12-22 16:28


최영규 편집위원 choiyk56@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