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험에 가족사랑 '새록새록'가족극 축제·농촌체험·계절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동호회 탐방] 어린이 연극 학교
문화체험에 가족사랑 '새록새록'
가족극 축제·농촌체험·계절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새해가 돌아오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로 마음을 다잡는다. 특히 아이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부모들은 미안한 마음에 ‘올해엔 아이들과 자주 놀아 줘야겠다’며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아이들과 어디로 갈 지, 무엇을 하며 놀 지 몰라 망설이는 부모들. 그렇다고 “애들과 노는 것도 놀아 본 사람이나 할 줄 알지” 하며 지레 체념하진 말자. 이런 부모들을 위한 문화 체험 동호회 ‘어린이 연극 학교’(http://cafe.daum.net/iloveyeonwoo)가 있으니 말이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문화 체험 공간
2002년 12월 다음넷 카페에 개설된 ‘어린이 연극 학교’(이하 ‘어연학’)는 가족 사랑 공동체를 표방하는 동호회다. 어린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극 축제, 농촌 체험 프로그램, 가족 계절 축제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운영자 이응률(44) 씨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1989년부터 동화, 시, 극본을 쓰며 어린이 연극을 만들고 보급에 힘써 온 숨은 일꾼이기도 하다. 운영자의 오랜 연륜이 보여주듯, 동호회 곳곳에서 알찬 컨텐츠를 만날 수 있다.

‘어연학’에서 추진하는 주요 문화 체험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열리는 ‘행복빚기 가족 축제’ , 여름과 겨울 방학 철을 전후로 한 ‘가족극 축제’, 좋은 공연을 저렴한 비용에 관람할 수 있는 ‘우수 공연 단체 관람’, 파주 헤이리에 거주중인 운영자와 함께 하는 ‘주말 체험학교’가 그것이다.

이 중 동호회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가족극 축제’ 게시판이다. ‘어연학’에서는 순수 창작극을 발굴해 회원 가족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매년 여름(7, 8월)과 겨울(1월, 2월) 두 차례에 걸친 가족극 축제 공연 기획을 진행한다. 아이들과 어떤 공연을 봐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부모들에게, 추천된 가족극 명단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현재 열리고 있는 각 공연 별로 게시판이 개설되어 있는데, 미리 꼬릿말을 달아 예약하면 공연 당일 ‘어연학’ 회원임을 확인 받아 가격할인도 받을 수 있다.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회원에게는 다양한 이벤트도 이어져 호응이 높다.

부모들이 직접 쓴 진솔한 공연 후기 돋보여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기획 이벤트는 대부분 입장료도 작지 않아 고민이지만, 가족극은 상대적으로 입장료가 저렴해 부모들의 부담이 적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연극의 내용 중 궁금해 하는 점을 설명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고,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부모들도 공연 보는 즐거움을 깨달아 간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어연학’에서는 자녀 동반 학부모를 무료로 초대하는 공연 이벤트도 열린다.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일 경우, 보호자가 동행하게 되는 것을 감안해 부모들이 부담 없이 공연장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배려다.

공연 목록만 보고서는 감이 오지 않는 회원들이 있다면, ‘공연 행사 ? 관람 후기’ 게시판을 찾아보자. 흔히 신문이나 방송에서 소개되는 공연 정보는 많은 관객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에 치중하는 까닭에, 간혹 과장된 정보로 관람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지는 후기 게시판에서는 진솔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공연을 보고 돌아온 다른 부모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1월 1일, 새해를 맞아 추천되고 있는 공연 중 하나인 ‘애기똥풀’을 보러 대학로 연우소극장을 찾은 동호회원 이영숙(37) 씨는 “처음 공연장을 데리?다닐 때는 애들이 지루해 하기도 했는데, 이제 자주 보다 보니 공연 예절도 생긴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관람료 부담이 적어 다섯 살, 여덟 살배기 남매와 함께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공연장을 찾게 됐다고. “엄마들이 얘기하는 관람 평이 제일 정확하고 객관적”이라며 공연 후기를 꼭 눈여겨 보고 자신도 종종 글을 올린단다. ‘애기똥풀’ 공연이 끝나자 인형극 무대 체험과 인형조작 체험도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계절마다 열리는 가족축제로 나눔과 화합의 한마당
‘어연학’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테마로 열리는 ‘계절 가족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봄에는 ‘봄꽃 기행 봄나물 축제’, 여름에는 ‘임진강 물고기 축제’, 가을에는 ‘가을걷이 허수아비 축제’ 등 계절의 풍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놀이 마당으로 계획된다.특히 올 2월에 열릴 ‘오두산 쥐불놀이 불꽃축제’는 추울수록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모닥불처럼, 힘들고 추운 마음을 녹이는 가족 사랑의 불을 피워 올릴 화합의 장으로 마련된다. 운영자 이응률 씨는 “교육이 꼭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교실을 벗어나면 세상이 모두 교실”이라며 “가장 큰 배움터는 내가 딛고 사는 자연이며, 나의 관심은 ‘인간, 자연, 예술’이 숨쉬는 대안 교육”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연극 선정이나 문화 체험 행사 등 기획 하나 하나에도 이처럼 진중한 교육 철학을 담아내는 ‘어연학’에서는 공연 관련 정보를 나누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외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 최근에는 마리오네트 인형 공연 전문가인 김종구ㆍ송옥연 부부와 함께 ‘희망 나눔 공연’도 펼치고 있다. 지난 성탄절에는 서울 미아리에 위치한 ‘희망의 공부방’ 어린이들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공연 문화를 위시한 문화 체험이 낯선 것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 체험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지 못했던 탓도 있다. 매일 아이들과 놀아주겠다는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난다면, 한 달에 한 번 씩만이라도 이를 실천해 보자. 가족놀이 문화가 부재한 현실이다 보니 혼자서는 실천에 옮기기 힘들지만, ‘어연학’이 있어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1-12 15:21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