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복제동물 첫 상업적 거래, 생태계 교란·유해 돌연변이 등 부작용 위험

생명복제, 그 끝은 희망일런가?
미국서 복제동물 첫 상업적 거래, 생태계 교란·유해 돌연변이 등 부작용 위험

지난 해 12월. 미국 댈러스에 살던 ‘줄리’는 유전 공학 회사 ‘저네틱 세이빙스 앤 클론(GS&C)’으로부터 평생 잊지 못 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17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하다 죽은 고양이 ‘닉키’와 똑같은 ‘리틀 닉키’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리틀 닉키는 생전에 유전자 은행에 보관 중이던 닉키의 세포조직으로 복제된 고양이. 생김새는 물론이고 성격까지 빼닮았다는 5만달러짜리의 그 선물 덕에 실의로 피폐해졌던 줄리의 일상은 정상을 되찾았다. GS&C사는 이어 2월 8일에도 애완 고양이 ‘기즈모’를 복제했다. 2호였다.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명 창조에 인간의 개입이 본격화 하고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에서는 복제된 동물의 상업적인 거래까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에서도 순천대 공일곤 교수팀이 고양이 복제에 성공한 터라,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애완 동물을 대상으로 상업적 복제가 진행되진 않았다. 대신 공 교수팀은 멸종 위기에 처한 고양이과의 삵을 종 보존 차원에서 복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독신들이 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등 애완 동물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산업적 규모는 상당하다.

동물 복제의 연구 방향은 산업적 이용 외에 또 어디로 맞춰져 있을까? 생명 공학 회사 엠젠 바이오(www.mgenbiotech.com)의 허기남 연구 기획 실장에 의하면 그것은 미래 의학을 이끌 두 축, ‘장기 이식’과 ‘맞춤 의약’으로 요약된다.

인간 세포 치료제로 이용될 복제 돼지
장기 이식이란 약물과 유전자 치료와 같은 의료 기술로도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없는 경우에 문제가 되는 세포, 조직 심지어 장기까지 완전히 교체하는 방법. 배아와 성체 줄기 세포, 조직 공학 및 이종 장기 이식이 이에 속한다.

장기 이식용 동물로는 돼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돼지는 다른 동물과 비교해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하고 장기의 크기도 비슷해 바이오 장기 생산에 최적의 동물로 평가 받고 있는 까닭이다. 순천대 공일근 교수는 이에 대해 “수 천년 동안 사람들은 돼지를 가축으로 길렀지만, 그 동안 돼지한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질병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며 “돼지는 한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새끼를 가질 수 있고, 한번에 20마리나 낳는 다산성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환자의 자연 항체에 의한 ‘초급성 거부 반응(hyper-acute rejection).’ 즉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면 급격한 거부 반응이 일어나 환자가 수 분 또는 수 시간 안에 죽게 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유전 공학에 힘입어 그 거부 반응의 원인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생산의 길이 열림으로써 이 돼지로부터 유래한 세포가 인간의 세포 치료제로 이용될 전망이다. 허기남 실장은 “2007년에는 급성 면역 거부 반응이 제거된 돼지가 개발되고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바이오 장기를 생산하는 돼지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약품이나 유전자 치료가 소용이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세포나 조직, 장기로 교체해야만 한다는 점을 감안, 한국생물산업협회는 이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가 10년 내에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동물’도 곧 일반화 될 전망이다. 실제 ‘황금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황금보다 비싼 희귀 단백질을 변이나, 유즙을 통해 배출할 수 있도록 동물의 형질을 전환하는 방법이다. 기존 단백질 생산 원가를 100분의 1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형질 전환 동물의 상업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욱이 2001년 인슐린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인터페론, 2003년에 인간 성장 호르몬 등 블록버스터급 단백질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고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생명 공학 시장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과학과 윤리의 딜레마 속으로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이 있는 건 아니다. 상처 받은 주인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주고, 꺼져가는 생명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줄 복제 동물, 우량 동물의 번식과 보전에 이용될 복제 동물들은 과?무엇이냐는 근본적 의문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2월 9일, 동물 보호 단체인 ‘애완 동물 복제를 반대하는 캘리포니아인 모임(CAPC)’의 입법 요구로 주의회의 로이드 레빈 하원 의원이 (애완 동물 복제) 금지 법안을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레빈 의원은 또 다른 논란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복제된 동물이 집을 벗어나 야생으로 뛰쳐나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이나 유해 돌연변이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온난화 문제와 함께 생명 복제 문제가 21세기의 화두로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다.

▲ 생명 복제 주요 일지 1962년= 영국 옥스포드대, 개구리 복제
83년= 생쥐 복제(생식 세포 복제)
86년= 면양 복제(생식 세포 복제)
96년= 영국 로슬린 연구소, 돌리 복제(체세포 복제)
98년= 미국 하와이대, 쥐 복제ㆍ 미 코네티컷대, 소 복제
99년= 한국, 젖소 영롱이 복제
2000년= 호주, 양 마틸다 복제(2003년 2월 6일 사망)
2001년= 미국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사, 황소 복제(48시간 만에 사망)
2002년= 프랑스 국립농업경영학연구소, 토끼 복제 ㆍ 미국 텍사스 A&M대학 연구팀, 고양이 복제
2004년= 한국 순천대 공일근 교수팀, 세계 2번째 고양이 복제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2-23 10:48


정민승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