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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 르포] 청담동에선 무슨일이?
특별한 그들만의 공간, 그러나 특별할 것 없는 연예인 얘기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차별 철폐를 통한 민주주의 평등사회를 구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시대적 차별이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자본주의를 통한 불평등 새로운 문제점을 떠오르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가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유흥가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유흥가는 서울에만 수십 곳이 존재한다. 하지만 각 유흥가 마다 소비층에 따른 분류가 가능하고 이에 따른 유흥문화 역시 천차만별이다.

특히 가장 눈에 띄게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청담동이다. 차 값이 어지간한 변두리 유흥가 음식점의 요리 가격을 능가하는 곳, 발레 주차하는 이들이 항시 대기해 자가용 없이 방문한 손님이 이상해 보이는 곳,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는 연예인과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청담동은 분명 자본주의가 허락한 특별 공간임에 분명하다.

청담동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구성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들은 단연 연예인이다. 연예인이 청담동을 즐겨 찾는 이유는 여기에서 만큼은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인을 해달라며 귀찮게 구는 이들도 없고 여기저기서 느닷없이 터지는 폰카(핸드폰 카메라) 플래시도 없다.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연예인이지만 청담동을 즐겨 찾는 이들(이른바 청담동족) 대부분은 그들과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갖춘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지는 여유로 인해 그들은 연예인을 유별나게 대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 연예인의 열애설이나 심한 주사 등이 청담동족 사이에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소문 역시 청담동족 사이에서만 오갈 뿐 바깥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어딘가 구멍은 있기 마련.

알바생이 보고 느낀 연예인들
청담동 유흥가에서 연예인 관련 얘기를 유출하는 이들은 바로 각 업소의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과 발레맨들이다. 이들 역시 청담동의 구성원임에 분명하지만 경제적 기반에선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이들이다. 이런 연유로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청담동족들과 다르기 마련.

이런 차이점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연예인 경험담은 종종 인터넷에 통해 세인의 눈길을 끌곤 한다. 최근 <청담동 알바생이 쓴 연예인들의 모습>(이하 <알바생 X파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각종 연예 게시판을 돌아다니는 글 역시 마찬가지다.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를 해온 알바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네티즌이 직접 보고 들은 연예인 관련 얘기들을 장문의 글로 남겨놓은 <알바생 X파일>은 네티즌들로부터 전문가들이 작성한 <연예인 X파일>보다 더 신빙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혜교, 옥주현, 이진 등 친분 있는 여자 연예인이 몰려와 나눈 대화 내용은 보통의 20대 여성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그들 역시 남자 얘기에 웃음보를 터뜨리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나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등장하는 남성 역시 연예인이라는 것 정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바생 입장이라 이를 받아들이는 연예인의 반응도 빠지지 않는다.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김민을 손님으로 만난 뒤 매너에 반해 좋아하게 된 사연, 서빙 도중 저지른 실수를 미소로 화답한 왁스에 반해 열성팬이 된 사연 등등 매너가 좋은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여럿 적혀있다. 평소 녹차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즐겼던 송승헌, 고로케를 좋아하는 이희진 등 연예인이 좋아하는 메뉴도 소개되고 있다.

<알바생 X파일>의 사실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청담동을 찾았다. 청담동은 정말 재미난 조합들로 넘쳐나는 동네다. 우선 그 중심에는 명품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부터 청담 사거리까지의 거리에는 각종 명품 브랜드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그 중간 중간 고급 미용실이 눈에 띄고 그 앞 도로에는 연예인들의 밴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SM엔터테인먼트 건물 주변을 지키고 있는 동방신기 열성 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스타사랑’으로 언 몸을 녹이고 있다.

이 명품거리를 중심으로 좌우의 골목 안이 바로 청담동 유흥가. 이곳의 또 다른 특성은 고급빌라와 유흥가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고급 인테리어의 건물들로 빼곡한 청담동 유흥가에는 고급 빌라와 고급 유흥업소가 교차적으로 위치해있다. 어느 게 유흥 빌딩이고 또 고급 빌라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

<알바생 X파일>을 작성한 이가 일했다며 위치를 언급된 레스토랑은 실재 존재하고 있었다. 언급된 바로 그 지점은 아니었지만 그 부근 골목에서 유사한 업종의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업소 관계자들은 ‘사실 무근’을 주장했다. 우선 <알바생 X파일>에서 언급된 연예인 가운데 몇몇은 실제 이 레스토랑을 찾은 바 있지만 단골은 아니라고. 게다가 절반 이상의 연예인은 단 한 번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그만 둔 알바생이 없느냐는 질문도 해봤지만 이들은 ‘얼토당토 없는 소리’라는 얘기만을 거듭할 뿐, 원하는 답변은 얻을 수 없었다.

이런 반응에 대한 풀이는 인근의 한 와인바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와인바 지배인은 “청담동의 경우도 최근 불경기의 여파고 문을 닫고 다시 여는 등 변화가 심해 당시 그 알바생이 일했던 업소가 지금은 다른 가게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 그 업소가 맞을 지라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동네의 속성”이라고 얘기한다.

연예인에 무관심은 불문율
여기서 말하는 ‘동네의 속성’이란 청담동의 각 업소가 직원들과 맺는 계약 조건을 이야기한다. 청담동에서 일하는 이들, 알바생이나 발레맨, 그리고 정식 웨이터(웨이트리스)는 대부분 연예인 손님과 관련한 모종의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한다. 우선 연예인 손님에게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그 어떤 반응을 보이는 행동 일체가 금지된다.

다시 말해 다른 손님과 연예인 손님을 대할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또한 그들의 얘기에 주의를 기울여서도 안된다. 청담동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예인들에게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은 그들의 이야기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선 안되고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일체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계약이 정식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동을 할 경우 해고당하게 되는 불문율이 그 계약의 실체인데, 아마도 최근 문제의 레스토랑을 그만둔 알바생이 그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인터넷에 올려 문제가 발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와인바 지배인의 설명이다.

이렇게 그들만의 영역으로 구축된 ‘청담동’이라는 블록에 작지만 뚜렷한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그 구멍 역시 그리 충격적이지 않은 소소한 읽을거리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 흡연율이 급증한 요즘 현실에서 어느 여자 연예인이 담배를 피우는지 여부가 대단한 뉴스는 아니다. 레스토랑에서 어느 연예인은 매너가 있고 어떤 연예인은 그렇지 못한지, 그들의 습식관과 술버릇이 어떤지 등의 내용을 두고 ‘X파일’라는 단어를 붙이는 데에도 지나침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연예인의 평범한 모습,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는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알바생 X파일>이 흥미진진한 읽을거리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순환구조가 기막힐 뿐이다. ‘일반인의 사랑과 성원으로 고수입이 보장되는 연예인, 일반인이 다가가기 힘든 그들만의 고급 유흥문화, 그리고 그 틈새로 새오나온 그들만의 이야기에 흥분하는 일반인’, 이런 순환구조 속에서 연예인은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일반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허탈해하는 현실이다.

입력시간 : 2005-03-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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