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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관리사, '무한 대행'에 도사린 함정은?
단순 가사 대행에서 1회용 아내·남편까지, 도덕적 타락 위험에 노출





“저… 남편(아내) 역할, 모든 걸 해 주실 수 있다구요?” 불륜 드라마나 사랑 고백의 현장이 아니다. 최근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정관리사와 의뢰인 간의 일반적인 대화 내용이다.

2000년 하객 대행업으로 선 보인 역할 대행업은 애인 대행, 부모 대행, 자녀 대행, 가사 대행 등으로 역할 대행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남편, 아내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건 남편(혹은 아내) 대행업의 세련된 명칭은 가정관리사. 파출부를 연장한 것이 아니냐며 오해 받기도 하지만, 그 범주와 의미가 다르다.

가정관리사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가정관리사 업체(www.rentwife.com) 는 홈페이지에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잠자리만 빼고 대신해 드립니다”라며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오로지 결혼을 매개로 한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깼다. 남편과 아내 사이의 일상사를 돈으로 치환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반영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수입 또한 타 직종에 비해 높은 편. 가정 관리사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남성은 시간당 1만~ 3만원, 여성은 5,000원~3만원이다.

그렇다면 남편, 아내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가정관리사 역할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렌트와이프’ 대표 손기승씨는 “집에서 못 박는 일, 드릴 등 공구가 필요한 일, 수리에 관계되는 위험하고 혐오스런 도구들을 가정에서 소유하실 필요가 없다”며 “가정을 꾸려 나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대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의뢰를 신청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회사가 제시한 남편 혹은 아내의 일의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 각종 행사나 파티 등에 동반할 파트너(1회용 아내 또는 남편), 주말 여행 파트너, 가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 해결, 대리 운전 및 가사 도우미, 남성(여성)과의 대화를 통한 외로움 극복 해결, 술 마시는 친구, 고민 상담 등. 애초에 의뢰 계층을 배우자와의 이혼으로 혼자 살면서 자녀를 키우는 솔로 남녀로 한정했던 것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문제가 떠오른 것.

남편의 빈자리 요구하는 여성들
가정관리사 김 씨(남ㆍ35)의 말을 들어 보자. 가정관리사 경력 2년인 김 씨가 만나본 여성들 중 7명 중 5명은 30대 후반으로, 결혼한 삶을 유지해 가는 일반 가정 주부들. 그러나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그는 “주부들이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위치에 갭이 생기고, 남편과의 소통의 벽이 점점 커져 갈 무렵”이라며 결혼한 여성들이 겪는 삶의 문제에 대해서 역설했다. “의뢰인의 남편은 보통 출장이 잦아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거죠.”

한의사 외삼촌의 어깨 너머로 김 씨가 배운 한방 안마는 가정관리사 일을 해나가는 데서 훌륭한 기능을 했다. 평소 타인의 말 들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독신남인 그는 자신의 강점을 무기로 “남편 대행을 통해 남편의 역할이 어떤 건지 실제로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그냥 가볍게 드라마를 찍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그 중에서도 두 번째 의뢰인과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고. “의뢰인 여성의 남편은 출장이 잦았어요. 여성은 대화에 목말랐고요. 그녀는 가족과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상당히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죠.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그녀는 저에게 남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의뢰인의 감정은 굉장히 히스테리컬하게 표출됐다는 것. 급기야는 울면서 자신에게 욕을 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졸지에 사이코 드라마의 상대역을 맡은 셈이다. 그렇게 두시간 후, 쇼는 끝났다. 그녀는 울먹이고 감정을 정리하며 말한다. “고마워요. 마음이 후련해 졌어요.”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정신과에 간다는 것이 조금은 꺼려지는 것은 사실. 특히 소극적이거나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들이 자신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억눌린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정일 박사의 사이코 드라마 예찬론을 들어 보자. “모든 정신 질환은 억압에서 시작된다. 현실에서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감정들의 부조화를 어떤 식으로든지 풀어야 하는데, 그 심리 치료의 일환이 사이코 드라마다”라는 것이다. 김 씨의 견해 역시 다르지 않다. “가려운 데를 긁어 줄 수 있는 것, 특히나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일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라고 당당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직업이 생소한 만큼 업무의 정착 과정에서 가정관리사는 변질될 소지가 많지 않느냐는 시선이 없지는 않다. 김 씨 또한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여성의 경우, 안마소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게 보통”이라며 “그래서 일부 여성들이 김 씨를 찾기도 한다”고 털어 놓았다. 노골적으로 성 관계를 요구하는 여성도 있다는 것. 가정관리사가 성매매 방지법의 돌파구로서, 신종 매매춘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네티즌이 우려하는 까닭이다.

돈이면 뭐든지… 역기능 우려
또 이 회사의 자유게시판 사이트에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 와 있는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무슨 일이든지 시켜 만 주십시오. 머슴처럼 일하겠습니다’가 하나의 예다. “돈만 있으면 사람도 사고 판다는 건가?”라는 댓글은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남편ㆍ부인 빌려 드린다는 선전 밑에 달린 댓글에 대해서는 대체로 역기능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잠자리를 뺀다는 거 어떻게 보장하나? 눈 맞으면 할 수 없지 않아요? 범죄를 양산 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돈 벌려는 방법이 매우 불건전하다”는 등의 우려와 함께 “한국처럼 도덕, 윤리, 지적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라는 자기 폄하적 의견까지 실려 있다.

이견 속에 가정관리사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빗발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다는 것. 이곳 가정관리사 홈페이지엔 이미 “70% 이상이 필요성을 느낀다”혹은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 회사 홈페이지의 한 여성 의뢰인은 “애들이 3, 7살이에요. 한참 아빠를 찾을 나이인데…, 애들에게 좋은 아빠 역할을 하실 분을 원해요”라며 가정관리사를 찾았다.

현재까지 인터넷에 집을 지은 가정관리사 혹은 역할 대행업체는 3개로, 서서히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2002년 처음 시작해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역할 대행 업체’니드온의 경우, 성공의 원인은 체계적인 조직 관리덕분이라는 평이다. ‘회원에 가입하여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희망자는 최소한의 개인 신상정보와 함께, 반드시 본인의 실제 주민등록번호로 신청해야 합니다’, ‘회원은 자신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가 부정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인지한 경우, 즉시 회사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하며 회사의 안내에 따라야 합니다’라는 조항이 그것.

가정관리사는 물론, 의뢰인의 신상 정보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의 원칙을 세워 밀고 나간다. 이용 목적이나 의도가 불순한 경우, 이용 약관에는 별도의 제재 조치에 들어 간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제 5조의 ‘사회의 안녕과 질서 혹은 미풍 양속을 저해할 목적으로 신청하였을 때’, ‘기타 회사가 정한, 회원의 서비스 이용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등의 규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회사의 김휘중 대표 이사는 “우리는 사회의 미풍 양속을 해치지 않는 데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 가정관리사의 입주를 불허하는 원칙은 그 예이다. 최대한 긍정적이고 융통성 있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려는 바람이다”라며 일체의 의구심을 일축했다.

도입 초기라 한창 논란이 많은 이 직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뿌리 내릴 지는 미지수다. 김 이사는 “앞으로 이에 대한 계속적 성찰과 함께 수정이 덧붙여져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시행된다면 큰 수요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정관리사 황 모씨(40)가 보는 가정관리
"나는 프로, 의뢰인의 만족에 보람"


-가정관리사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은 이 직업에 대한 사회 비하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 부정적 반응의 이유가 단지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측면이라면 인정할 수 없다. 이 일 또한 노동의 대가로 얻는 정당한 보상이다. 난 단지 의뢰인의 만족에 보람을 얻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의뢰인의 대다수가 결혼한 가정 주부라고 들었다. 의뢰인의 남편이 성실하고 부인한테 충실한 분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자신의 일에 대해 떳떳할 수 있는가?

△엄격히 따지면 부도덕한 측면을 배제할 순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의뢰인의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남편이 남편의 역할을 잘 해 준다면 왜 가정관리사를 필요로 했겠는가. 의뢰 여성들이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아보인다. 첫째가 대화와 위로, 둘째가 섹스 정도다.

-가정관리사가 은밀한 성매매로 번질 위험이 높다고 보아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여겨진다.

△물론 통제되지 않는 가정관리사 자유 게시판에는 성 관계를 노리고 접근하는 이들도 다수다. 하지만 나는 프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가정관리사 역할 대행 업체가 변질된 성매매의 도구로 만연화 되면 정부측에서 엄격한 제재가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가정관리사의) 필요성이 높다면 국가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하에 가정관리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계획도 괜찮을 것 같다.

-가정관리사가 이혼률을 증가시키고 가정 파괴를 부추기지 않을까?

△기껏 가정관리사때문에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애정이라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


입력시간 : 2005-03-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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