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에 몰두하는 드메 신드롬, 신혼부부 10%가 연하남

연상녀-연하남 커플, 달콤한 로맨스에 빠지다
미소년에 몰두하는 드메 신드롬, 신혼부부 10%가 연하남

영화 <녹색의자> 포스터

‘아! 어릴 적에 대한 낭만과 노스텔지어여….’

응당 이 고백이 어린 소녀에게 진한 그리움과 매혹을 느끼는 중년 남성의 그것이라 굳게 믿는다면, 그대가 트렌드에 둔감하다는 증거. 요즘은 원숙미를 자랑하는 30대 여성이 미소년과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니까.

지난해 영화계를 강타한 ‘어린 신부’의 여진으로 어린 여성에 열광하는 ‘롤리타 신드롬’에 한껏 들떴던 대중 문화계가 이번에는 미소년에 몰두하는 ‘드메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성적 판타지 코드를 찾았다.

드메 신드롬이란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며 연상녀 - 연하남이 커플을 이루는 풍조를 이르는 말. 19세초 드메라는 청년이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 등 연상의 여인에게만 사랑을 고백하고 다녔다는 데서 유래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결혼한 연상 연하 커플은 모두 2만7,674쌍. 전체 신혼 부부의 11.7%를 차지한다. 결국 결혼한 10쌍의 커플 중 한 쌍 이상은 연상녀 - 연하남이라는 것. 현실이 이럴진대 연상녀 - 연하남 커플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주름잡는다 해서 새삼 이야깃거리도 못 될 터이지만, 최근 주목할 점은 바로 연상녀와 연하남의 나이차. 무려 열살 이상의 차이는 기본이라는 점이다. “원조 교제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만하다.

30대 유부녀와 10대 남학생의 파격적 사랑이 그 대표적.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든 금단의 사랑이 보다 신선한 자극에 목말라 하는 대중 문화계를 새롭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얼마 전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 잇달아 출품돼 화제를 모은 박철수 감독의 신작 영화 ‘녹색의자’를 보자. 올 상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의자’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유부녀와 한 소년의 위험한 사랑을 다룬다는 파격적 내용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연상연하의 사랑을 엮어갈 이영애와 김시후.

영화 ‘섬’과 ‘거미숲’에서 신비스런 인상을 심어 줬던 개성적인 배우 서정이 ‘학교2’, ‘금쪽 같은 내 새끼’의 신예 심지호와 함께 금지된 육욕의 나락으로 빠져 드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걸친 채 다리를 들어 올려 어린 소년의 허리를 감싸듯 안긴 자태의 영화 포스터 속 서정은 노골적으로 관능성을 드러내며 유혹한다.

지난해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주가를 한껏 높인 김정은도 연하남과의 불 같은 애정 행각을 벌인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인 17세 고교생과 진한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 라인. 3월말 크랭인 하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는 두 사람이 금지된 선을 넘는 것 또한 포함돼 있다. 5년 전 불륜이라는 소재와 톱 스타 전도연의 전라 정사신으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던 ‘해피 엔드’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그 표현 수위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역시 주인공 이영애의 복수라는 소재에 이어 꽃 미남 연하와의 로맨스로 화제를 더 하고 있다. 13년 동안 복역하고 출소한 뒤 제과점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금자(이영애)를 향해, 대략 10살 차이가 나는 20대 초반의 근식(김시후)이 열렬한 사랑을 보낸다는 설정이다. 톱스타 이영애의 상대역을 맡은 신인 김시후는 실제 고등학교 3학년생.

발 빠른 유행의 거점인 브라운관도 신비하고 야릇한 코드를 놓칠 리 없다. ‘쾌걸 춘향’ 후속으로 3월 7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KBS 2TV 월화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29세 전업 주부 혜찬(박선영)은 갑자기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정신 연령이 18세로 퇴행한 뒤, 고교생 눈(이중문)의 순수한 연모의 대상이 된다.

여성들은 쿨한 사랑을 원한다
대중문화계는 왜 이처럼 완숙한 여성과 미소년의 짝짓기에 들떠 있는 것일까. 대중문화평론가 김동식 씨는 “여성들이 사회적ㆍ성적 주체로 자립하는 동시에 문화 향유층의 주세력으로 떠 오른 현실과 연관이 깊다”며 “연하남과의 로맨스는 이들 여성들의 적극적인 자신감의 한 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위 젊은 친구들과의 관계는 ‘쿨’ 하잖아요. 굳이 자기 또래의 (보수적인) 남자와 만나 주체성을 훼손 당하기 싫은 거겠죠.”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의 박선영과 이중문

이는 덜 성숙한 10대의 꽃미남 소년들이 여성 고유의 모성성을 깊숙이 자극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여성의 희생과 순종을 아직도 절대적 가치로 신봉하는 구시대적 남성들에게 현대의 ‘잘난’ 여자들이 여성성을 내보이기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터. 그러나 여리고 순수한 소년 앞에서는 경계심이 풀어지고, 본연의 모성성이 쉽게 구현될 여지가 많다고 김씨는 분석한다.

여성을 지켜 줘야 한다는 남성 이데올로기가 퇴색되는 것 또한 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모계 사회로 회귀하는 징후를 보임에 따라 남자다움을 고집하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 비해 여려진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여성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연상의 여자를 희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때묻지 않은 순수로 상징되는 미소년과의 사랑이란 판타지는 각박한 현실에서 여전히 강력한 매력이다. ‘열여덟 스물아홉’의 함영훈 PD는 “찌들대로 찌든 기성 세대와 비교하다 보면 순수한 동심이 주는 매력은 더욱 커진다”면서 “연상의 여자를 순수함과 열정으로 대하는 어린 남자의 사랑을 통해 우리가 예전에 품었던 가장 소중한 감성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3-16 18:4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