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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난시대, 뒷짐 지다간 '날벼락'
한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 치수 능력 극대화 등 구조적 대책 서둘러야



부안댐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 13회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물의 날의 주제는 ‘생명을 위한 물(Water for Life)’이다. 인간과 물의 견고하고도 불가분의 관계를 소중히 하면서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물의 가치를 실천해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 재해 증가, 물 부족과 수질 오염 확산, 물 자원의 국제적인 불균형 등으로 ‘물의 수난시대’라고 할 정도다.

물의 수난 시대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UN에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분류를 이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총량이 약 1,500㎥에 불과해 레바논,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 등과 더불어 물 부족(water stressed)국가에 속한다.

2011년, 심각하나 물 부족 사태에 직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부터 지역적으로 물 부족이 시작됐다. 장차 다양한 물 절약에 의한 수요 관리와 댐 연계 운영 등 기존 시설의 효율적인 활용을 감안하더라도 오는 2011년이면 약 12억㎥의 물이 부족할 것이 예측돼 물 부족 지역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게다가 우리나라는 지역별, 연도별, 계절별 강수량의 편차가 크고 연강수량의 약 70%가 하절기에 집중되어 여름철에는 홍수, 봄철에는 가뭄이 빈발하며 국토의 경사도가 높아 강우가 빠르게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물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기상 이변과 도시화, 하천 주변 토지 이용 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자연 재해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118명이 사망, 13명이 실종되고 4조2,000여 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02년 8월에는 태풍 ‘루사’ 때문에 20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실종되었으며 6조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를 입었다. 최근 11년간(1993~2003년) 수해로 인한 피해는 평균 사망ㆍ실종 131명, 피해액 1조5,853억원(2003년 기준), 복구비는 2조6,31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우리나라는 가뭄이 극심한 지역이어서 지난 2001년 3월에는 전국 48개 지점 강수량이 사상 최저(충주 24.9mm)를 기록, 봄철 최악의 가뭄 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근 5년 사이에는 지난 100년 동안의 각종 기상 기록을 갱신하는 등 피해의 규모가 커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정부가 물로 인한 자연 재해를 줄이기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 단기적으로는 예ㆍ경보 체계의 강화하고 기존 댐의 연계 운영과 과학적인 관리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하천 유역 종합 치수 계획을 수립ㆍ시행하는 한편 기존 댐의 치수 능력 극대화와 홍수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신규댐 건설 등 재해 예방을 위한 구조적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 장래 물수요 증대에 대비하기 위한 맑은 물의 안정적 공급 △ 반복되는 수해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구축 △ 자연과 조화된 친수(親水) 환경 조성 등이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낙동강 하구

한국수자원공사 친환경적 댐건설 예정
한국수자원공사는 맑은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협의체형의 수자원 중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건설중인 평림댁, 화북댐 등 같은 환경친화적인 댐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광역 상수도와 지방 및 공업용 수도를 상호 연결하는 광역 수급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문 지질도(37개 시ㆍ군) 작성과 지하수 관측망(293개소) 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대체 수자원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수자원공사의 유희일 수도사업본부장은 향후 물 관리와 관련해 “통합적인 물 관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지방 상수도와 하수도까지 포함하는 수도 통합 서비스, 그리고 이ㆍ치수 조사와 계획, 수질ㆍ환?등을 포괄하는 하천 통합 서비스를 실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또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구축을 위해 2011년까지 전국의 하천을 정비하고 이상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제방, 댐 외에 하천 주변에 저류지를 설치하는 ‘유역 종합 치수 계획’을 수립하는 등 항구적인 수해 방지 대책을 추진중이다.

자연과 조화된 친수환경 조성과 관련해서는 종래의 개발 일변도에서 탈피, 환경 생태와 레저 및 휴식 공간의 필요성, 관광성(지역경제) 등을 고려한 방향으로 물 관리 정책으로 큰 줄기를 잡아 추진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의 유희일 본부장은 “댐이나 인공 호수, 정수장 등의 기능을 웰빙 시대에 어울리도록 복합ㆍ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댐으로 만들어진 인공 호수에 각종 수상 스포츠나 레저 활동이 가능하도록 위락적 기능을 갖추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여가 선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자원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경 훼손에 따른 시민 단체의 반발과 해당 지역 이해 관계자들의 마찰이 적잖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 동강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영월댐 계획이 백지화된 것은 대표적인 예.정부는 수자원 개발 계획 단계서부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지역 협의회’를 활성화해 사전에 문제의 소지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치수 대책에도 불구하고 각종 재난과 기상 이변으로 ‘물의 위기’는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다. 1995년 UN으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잦은 기상 이변 현상과 지형적 특성으로 물의 위기가 증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물 부족 사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차 석유 쟁탈전 못지 않은 ‘물의 전쟁’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경제적으로 한국의 물 시장 규모는 2003년 기준으로 상수도 5조1,400억원, 하수도 4조8,00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에 이른다. 외국계 세계적인 물 기업은 10조원의 시장을 향해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고 생수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간 전쟁도 치열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경제의 최대 무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물은 우리나라에서 값싸다는 이유로 천대 받고 있다. 물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와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가 정부는 물론 국민 각자에게 분명히 있는 셈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5-03-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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