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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술 만드는 사람들
술의 맛과 인생의 멋을 동시에
내 취향에 맞는 '맞춤술' 제조, 입맛 유혹하는 가양주의 세계




회원들이 집에서 빚어 온 가양주를 테이블 한 가운데 모아두고 시음회를 하고 있다. 투명한 컵에 담긴 술의 빛깔이 지극히 아름답다.



술의 맛과 향을 즐기며 좋은 술을 찾아 마시는 애주가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일이 있다. 바로 직접 술을 빚어 마시는 일이다. 옷도 맞춤옷이 편하고 좋은 것처럼, 내 입맛과 취향에 딱 맞는 ‘맞춤 술’을 만들어 먹는 것은 애주가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맛난 술 생각에 입에 침이 괴지만, 정작 집에서 술 빚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술 만드는 사람들’(cafe.naver.com/homebrewing)의 도움을 받아 보자. 술이 익기까지의 오랜 기다림과 정성이 녹아들어 있어 더욱 뜻깊은 가양주(家釀酒)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년 5월 초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술 만드는 사람들’ 동호회는 가양주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한 곳이다. 술 빚는 방법과 재료, 도구 등 기본적인 정보를 공유하며, 매달 열리는 정기모임에서 회원들이 직접 빚은 가양주 시음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온 - 오프 라인 활동이 돋보인다. 비교적 짧은 동호회 연륜에도 불구하고 현재 3,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전통주·와인·맥주 만들어 먹기
흔히 집에서 빚는 술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 정도만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집에서 빚을 수 있는 술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재료를 첨가하고, 어떤 환경에서 얼마만큼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술 만드는 사람들’에서 만드는 술은 크게 전통주, 와인, 맥주로 나뉘는데, 각각의 술마다 공부방 게시판이 있어 유용하다.

술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면 일단 ‘초보 따라 하기’ 게시판부터 들를 일이다. 이 곳에서는 막걸리와 맥주 만드는 법을 중심으로 상세한 설명을 접할 수 있다. 전통주의 경우 가장 기본이 되는 막걸리 제조법을 배우고 나면, 동동주와 석탄주(惜呑酒) 같은 고급술을 빚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한편 ‘가양주 레시피’ 게시판에서는 3년은 묵혔다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는 ‘신선주’, 향과 단맛이 탁월해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 아까울 정도라는 ‘석탄주’', 진달래 꽃잎을 넣어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두견주’ 등 그 이름부터 멋스러움이 스며 있는 술 제조법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술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접할 수도 있지만, 역시 ‘술 만드는 사람들’ 동호회의 백미는 매달 열리는 정기 모임에 있다. 직접 만든 술을 가져와 나누며 맛을 음미하고, 서로 평가와 조언을 나누며 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궁금한 점을 해결하는 산 교육의 장이 되기 때문.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 모임에서는 스탭 오세광(50ㆍ별명 한길) 씨가 음료회사에서 공매 처분되어 나온 통을 개조해 만든 맥주 자가 양조 설비를 가져와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그가 직접 만든 맥주를 시음해보니 시판 중인 맥주와 달리, 향이 깊고 맛은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살짝 곁들여진 담백함이 일품이다.

테이블 한 가운데에는 회원들이 가져 온 술병으로 가득한데, 그 빛깔도 연황색, 담홍색, 연갈색 등 각양각색이라 눈이 즐겁다. 회원들은 각자 가져온 술을 잔에 한 모금씩 따라 시음하며 평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한다. “술을 만들 때 설탕을 넣으면 안되나요?”- “발효가 늦어지니 가능하면 설탕이나 꿀은 넣지 마세요. 대신 사과주 만들 때 사과산을 섞거나, 포도 향미를 낼 때 주석산을 쓰면 좋지요. 산이 없으면 밀감 주스나 레몬 주스도 좋고요.”또는 “가양주의 도수는 얼마까지가 한계죠?”- “18도 이상은 거의 발효가 안 된다고 보면 됩니다. 적정점은 12도 정도인데, 이를 맞추려면 당 농도를 24%로 하면 되죠” 등등.

회원들이 직접 디자인해 붙인 술병 라벨이 이채롭다. 예쁜 병에 담고 라벨을 붙여 가까운 이들에게 선물하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

술과 함께 익어가는 우정
술잔이 한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부터는 저마다 집에서 빚어온 술을 내 놓고 술 소개가 이어졌다. 스탭 김한수(33ㆍ별명 미르) 씨는 올해 세주로 썼다는 ‘국화주’와 전통 곡주에 백련초를 가미해서 발효시킨 ‘백년약속’을 내놓았고, 카페 매니저 신연수(33ㆍ별명 천우) 씨는 ‘구멍떡’을 넣어 만든 ‘감향주’를 선보이며 탁월한 단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마늘과 녹차를 넣은 기능성 발효주 ‘산다주’, 회원의 별명을 따 이름 붙인 ‘디인춘’ 등 재치 넘치는 가양주가 속속 소개됐다.

가양주를 빚은 지 1년째로 접어든다는 오세광 씨는 “흔히 집에서 담은 술은 시중에서 파는 술보다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다”며 “이는 집에서 담근 김치가 시중에서 파는 김치보다 못할 거라고 폄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좋은 재료와 정성, 시간을 들여 빚는 만큼 그 맛과 질은 훨씬 뛰어나다는 것.

이들의 말마따나 가양주를 빚는 것은 술 속에서 맛과 멋을 즐기는 음주 문화를 되찾기 위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직접 빚어 만든 술에는 오늘날 잊혀져 가는 ‘기다림의 미덕’이 담겨 있다. 먹는 사람의 취향을 생각하고 만든 음식에 지극한 정성과 푸근한 정이 담겨 있는 이치는 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르익은 봄, ‘술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진달래꽃잎 따다 두견주 한 동이 빚어 보는 건 어떨까?

▲ 신연수 씨와 함께 만들어보는 ‘화이트와인'

1. 슈퍼마켓에서 웰치 화이트 주스(1ℓ)를 한 병 산다. 상온에 서너 시간 방치해 주스 온도를 상온과 비슷하게 만든다.

2. 1.5ℓ리터 이상 되는 용기를 락스나 알콜로 소독하고 깨끗이 씻어 주스를 옮겨 담는다.

3. 와인 효모 반 티스푼을 넣어 젓지 말고 비닐로 봉한다. 이쑤시개로 구멍을 8~10개 정도 뚫는다. (페트병의 경우 4~5개)

4. 21~25℃에서 그대로 1주일간 둔다. 2주 정도 두어도 무방하다.

5. 1주일이 지나면 발효 통을 냉장고로 옮겨 다시 1주일 동안 둔다. 완전 밀봉이 아니므로, 냉장고에 넣을 때에는 김치 냄새가 배거나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게 주의한다.

6. 효모 찌꺼기가 가라 앉으면 윗부분의 맑은 술만 떠서 병에 담는다.

7. 냉장고에서 1주일 이상 숙성시킨 후 마시면 좋다. 알콜 도수가 7~8도 정도로 낮아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4-0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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