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육류와 풍부한 해산물, 본래의 맛 최대한 살린 요리법 인기

재료의 풍미가 그대로…청정 호주의 맛이 뜬다
다양한 육류와 풍부한 해산물, 본래의 맛 최대한 살린 요리법 인기

호주 요리가 뜨고 있다. 1777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뱃길을 연 때로부터 시작하는 호주의 역사는 200년 남짓이다.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이나 이탈리아처럼 내놓을만한 요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요리는 인기를 끌고 있고, 거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청정한 자연에서 나오는 다양한 육류와 해산물 등의 식재료가 첫 손에 꼽힌다. 여기에 아시아, 유럽 등 수많은 인종들로 구성된 나라답게 각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가 어우러졌다. 또 이러한 다민족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된 다양한 조리법이 가세한다. 바로 호주식 조리법이다.

‘심플한 조리’로 요약되는 호주 요리는 갖은 양념과 향신료를 첨가하거나 여러 식재료를 섞는 중국이나 이탈리아, 한국과 달리 재료 본래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짜고 맵게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최근 웰빙식단의 기본 정신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꾸준한 성장세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맛을 내기 보다는 간단한 조리법을 구사하고 있는 ‘TGI 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아웃백스테이크’, ‘빕스’, ‘마르쉐’, ‘토니로마스’ 등 국내 진출한 호주 레스토랑 등의 꾸준한 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미국계이긴 하지만 캥거루를 앞세워 호주식으로 인테리어를 한 ‘아웃백’의 경우 1997년 서울 등촌동에 1호 점을 낸 뒤 5년 만인 2003년에는 매출액(920억원)과 매장 수(33개ㆍ2005년 4월 현재 59개)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또 올해 2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어 내년까지 전국에 100개의 점포망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아웃백보다 10여년 먼저 한국에 상륙한 TGIF도 2003년 말부터 일기 시작한 조류독감과 광우병으로 인한 원재료 수급문제, 경기 불황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출액에서 10% 이상 성장했다. 올해에는 매출 1,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강식에 대한 수요 증가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장에 타격을 받은 것은 패스트 푸드 업계. 1979년 롯데리아가 국내에 패스트 푸드 시장의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상륙한 맥도날드 등 한국 외식 시장에서 25년 동안 성장만 해왔던 패스트 푸드 업계가 지난 해엔 성장을 멈췄다. 업계 1위 롯데리아의 매출이 2003년 5,000억원에서 2004년에는 10% 감소한 4,50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패스트 푸드 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패스트 푸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영화화한 ‘슈퍼사이즈 미’와 이를 모방한 국내 한 환경운동가의 ‘생체실험’등이 주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패스트 푸드의 폐해는 오래 전부터 보고돼 왔다”면서 “웰빙 바람과 함께 ‘심플한 요리’, ‘건강식’을 앞세운 패밀리 레스토랑과의 경쟁에서 맥을 못 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고, 젊은 층에 한정된 패스트 푸드와 달리 패밀리 레스토랑은 다양한 연령층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식 요리의 인기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얘기만은 아니다.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유명 호텔의 외국 출신 주방장 중 호주 출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 르네상스 호텔의 스캇 웹스터(Scott Websterㆍ45)씨는 “불과 4~5년 전만해도 한국에서 호주 주방장을 찾아보기가 아주 힘들었으나, 최근 한국의 특 1, 2급 호텔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주방장 중 20~30%가 호주 출신일 정도로 그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유럽, 북미처럼 특정 지역이 아닌 단일 국가로서는 꽤 높은 비율이다.

이 같은 호주 주방장의 증가는 호주 요리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서울 르네상스 호텔의 맨해튼 그릴에서는 신선한 호주 재료를 이용한 호주 요리 축제를 열고 있고, 5월부터는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호주 바비큐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또 인터컨티넨탈(오스트레일리안 그릴), 남산 하얏트(파리스 그릴) 등의 호텔들도 호주산 쇠고기와 호주 서부 해역에서 잡아 48시간 이내에 얼리지 않은 상태로 공수해 온 참치 등 호주산물을 호주식으로 조리한 요리들을 준비해 놓고 있다.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5 서울세계관광음식 박람회’에서도 미국, 일본 등 참가국 12개국 중에서 제일 큰 부스를 열고 다양하게 조리된 음식들을 선 보인 것도 호주였다. 호주 요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다.

유기농산물도 웰빙바람으로 인기
뜨는 것은 호주 요리만이 아니다. 청정지역에서 길러진 깨끗한 유기농산물도 인기다. 호주무역대표부 김기옥 상무관은 “밀가루, 꿀, 설탕(원당), 소이 밀크, 오트 밀크, 유아 분유 등 국내 유통되는 가공식품 중 호주산 유기농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아 보기 힘든 정도”라며 “2004년 호주산 쇠고기 ‘호주청정우’의 수입이 전년 대비 29% 증가(냉장육 82%, 냉동육 23%)한 점, 그리고 확산하는 웰빙과 한국내 유기농산물에 대한 불신 등을 감안하면 호주 요리 뿐만 아니라 호주 산물에 대한 수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는 전세계 유기농 면적(1,580만ha)의 48%인 760만ha의 농지에서 유기농을 실시해 전세계 유기농 제품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유기농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는 덕분으로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농가와 호주내 유기농 소비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산하 공인유기농협회(BFA)가 시행하고 있는 유기농 제품에 대한 검사와 인증이 매우 까다롭다.

김기옥 상무관은 “많은 일조량이 선사한 고품질 포도를 사용한 호주 와인의 품질은 최고급이지만 브랜드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한국 포도주 시장에서 6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며 “호주 요리의 인기 상승에 맞춰 호주 와인의 인기도 곧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출신 요리사 스콧 웹스터 씨
"신선한 재료 이용 단순한 요리로 호평

호주 음식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옥외스포츠가 발달해서 음식의 조리는 심플한 게 유리하고, 지상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천혜의 자연에서 난 재료들을 사용했기에 깨끗함에 대해선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유럽식 요리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버터나 크림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몸에 보다 유익하다는 설명이다.

14살 때 시작한 요리를 31년째 계속하고 있는 그는 호주 요리의 전도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국 런던의 사보이 호텔, 호주 시드니의 웨스텐 호텔, 스위스의 그랜드 호텔 등 유럽, 북미주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특급호텔 등을 거치면서 호주 조리법을 각국에 소개했고, 2003년에는 런던에 자신의 레스토랑 오시아(Osia)'를 차려 영국의 여러 매체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고정된 하나의 맛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있죠. 옷에 유행이 있듯 음식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결국 한국에서 일고 있는 호주 요리의 인기도 이 같은 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료의 고유한 맛은 유지하면서도 거기서 또 다른 맛을 구현해 내야 하는 것은 모든 주방장들의 고민이자, 영원한 숙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시안 게임이 열리던 1986년에 처음 방한한 뒤 10차례 남짓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의 후배 요리사들에 대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사람들이 돈을 보고 요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리는 마음으로 해야 멋진 결과가 나옵니다. 접시라는 캔버스에 페인트라는 음식으로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둑해진 주머니를 느낄 수 있죠. 저를 한번 보세요."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4월 말까지 이어지는 호주 요리 축제에 가면 그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4-13 17:10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