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빚는 전통 웰빙 먹거리죠"우리쌀과 천연재료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 정기모임도 실습위주
[동호회 탐방] 떡 만드는 사람들 "정성으로 빚는 전통 웰빙 먹거리죠" 우리쌀과 천연재료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 정기모임도 실습위주
언제부턴가 떡은 명절 때나 가끔 사다 먹는 음식이 됐지만, 최근 2~3년 새 불고 있는 웰빙 바람에 힘입어 전통 먹거리로서의 매력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사실 기본적인 제작법만 익힌다면, 떡처럼 만들기 쉽고 응용하기 쉬운 간식거리가 없다. 예컨대 평범한 시루떡도 어떤 재료를 넣는지에 따라 무시루떡, 호박시루떡, 팥시루떡 등으로 바뀌어 맛과 색깔, 씹히는 식감이 천차만별이니 쉽게 싫증날 리 없다. 게다가 우리 쌀로 만들고 천연 재료를 넣어 빚으니 몸에 좋고 보기 좋고 먹기도 좋다.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어느새 배도 든든해 지니 떡 만한 간식이 없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정성과 추억까지 함께 해 더욱 뜻 깊은 떡 만들기. ‘떡 만드는 사람들’(cafe.daum.net/ttuck)과 함께 배워 보자.
떡 만드는 재미를 배운다 하지만 역시 떡을 만들어 본 경험이 적은 일반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정기 모임도 단순히 친목 모임이 아닌, 실제로 떡의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제작 실습으로 이뤄진다. 매달 한 번 정기 모임이 열리는데, 실습 위주의 정모이기 때문에 재료 준비와 장소 섭외 등의 문제로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분화된 게시판 운영으로 떡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 주는 것이 ‘떡만사’의 장점이다. 떡의 재료, 떡의 종류, 만들어 보고 싶은 떡 등 글의 성격에 맞춰 각각의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떡 카페에 대한 위치 정보와 맛, 가격까지도 별도 게시판이 운영되며, 질문에 대한 피드백도 원활한 편이다. 또한 게시판과 별도로 떡 관련 글을 모은 ‘텍스트 자료실’과 ‘떡 사진 자료실’이 있어 떡 이름만으로는 막연하기만 한 떡의 모양과 색깔을 간접적으로나마 익힐 수 있다.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남는 정겨운 먹거리 떡 제작에 대한 실제 정보만큼이나 인상 깊은 곳은 게시판 ‘추억의 떡들’이다. 외할머니가 주섬주섬 싸 주시던 노란 ‘호박시루떡’, 생일 때마다 어머니가 해 주시던 색깔 고운 ‘무지개떡’, 동네 잔칫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접하고 군침을 삼켰던 ‘바람떡’, 떡 반죽을 넓적하게 펴서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프라이팬에 부쳐 먹었던 ‘수수부꾸미’…. 이름만 들어도 정겹고 군침 도는 떡의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어린 시절 떡에 얽힌 기억을 술술 풀어내는 동호회원들의 사연을 읽고 있으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떡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잊지 못할 추억의 매개체로 자리잡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떡 만들기의 매력을 좀 더 확실하게 느껴 보고 싶다면 동호회 내에 개설된 소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는 게 좋다. 현재 서울ㆍ경기 지역 소모임인 ‘떡내음’(회원 수 900여 명), 부산ㆍ경남 지역 소모임인 ‘부경떡만사’(회원 수 400여 명) 등 두 곳이 운영중이다. 명색은 소모임이지만, 회원 수와 활동성 면에서는 기존 동호회에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떡내음’의 정기 모임에 동행 취재해 떡 만들기의 매력을 경험해 보았다. 2004년 6월 첫 정모를 가진 ‘떡내음’은 그 동안 수능 합격 기원 찹쌀떡과 성탄 떡 케이크 등을 개발했고, 떡과 강정을 응용한 ‘초콜릿 한과??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뜻밖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이런 수익 사업을 통해 모은 소정의 운영 자금으로 실습 도구를 장만하고 부족한 재료비를 충당해 매달 1회 실습 모임을 열고 있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는 떡의 참모습 회원들은 딤섬을 찔 때 쓰는 대바구니 위에 보를 깔고 설탕을 얇게 뿌리면 찹쌀이 들러붙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찹쌀가루를 살짝 쥐어 작은 덩어리를 만들어 놓아야만 김이 골고루 스며들어 찹쌀이 고루 익는다는 사실 등을 눈으로 확인하며 익힌다. 김이 새지 않도록 젖은 휴지를 대바구니와 냄비 사이에 끼우는 것도 요령 중 하나다. 정기 모임에 처음 참석했다는 동호회원 박영주(42) 씨는 “평소 우리 떡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떡이 소화가 잘 된다는 말을 듣고 가입했다”며 “모임에서 사람들을 알게 되고 직접 떡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떡이 익는 동안 한쪽에서는 고구마와 견과류를 으깨어 소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떡반죽이 익고 소가 준비되면 딸기 정과, 금귤 정과, 깨로 장식해 완성한다. 떡 만드는 과정에는 원칙이 있지만, 떡 모양에는 정답이 없기에 개성 넘치는 ‘떡 작품’이 여기 저기서 탄생한다. 소모임 운영자 김민성(26, 별명 꺼먹강아지) 씨는 “떡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초보자들에게 강의하면서 소비자가 어떤 떡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발상의 전환도 하게 돼 유익해 한다”며 “실습 모임은 떡 전문가와 초보자들이 정보 교류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시식용 떡을 가져온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두텁편을 선보인 김태성(별명 떡사랑) 회원, 흑미 인절미, 호박편, 흑미편을 준비한 배상범(별명 폐철) 회원, 모듬떡과 약식을 선보인 회원(자갈 주스)이 마련해 온 모듬떡과 약식 등으로 이날 동호회원들의 가방은 푸짐했다.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트를 열 번 사주는 것보다, 단 한번이라도 정성어린 떡을 만들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정호(36, 별명 반달) 씨의 바람처럼, 떡이 우리 곁에 친숙한 간식거리로 자리잡을 날을 기다려 본다.
입력시간 : 2005-04-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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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