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서 '김대중 전 대통령 딸' 주장하는 30대 여성 사연 보도DJ측 사실관계 부정, 국정원도 무관 주장…논리적 문제점 불구 의혹 남겨

그녀는 정말 DJ의 숨겨진 딸인가
SBS <뉴스추적>서 '김대중 전 대통령 딸' 주장하는 30대 여성 사연 보도
DJ측 사실관계 부정, 국정원도 무관 주장…논리적 문제점 불구 의혹 남겨


자신이 DJ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모씨의 대학졸업 사진.

19일 밤 방영된 SBS ‘뉴스추적’은 ‘나는 DJ 딸입니다 – 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를 통해 자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모(35)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평소 7%대의 시청률을 보이던 ‘뉴스추적’은 이날 2001년 5월 25일 방송시작 이래 두 번째로 높은 14.8%(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은 2000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진승현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DJ의 딸이라는 김씨를 만나게 됐고, 결국 DJ가 국정원을 동원해 진승현에게서 돈을 받아 그들에게 전달한 것이 진승현 게이트라고 보도했다.

SBS가 제기한 의혹을 보면 몇가지 논리적인 문제점이 발견되고,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해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SBS는 방송 마지막에서 “안타깝게도 진승현의 돈이 문제의 모녀에게 전달됐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처럼 진승현 게이트와 ‘숨겨놓은 딸’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가라앉기는커녕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추적’이 보도한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어머니, 요정서 DJ와 만나 연애"
"호적에 올려달라 했지만 거절당했다"
“어머니로부터 당신이 1960년대 말 한정식 집에서 일하다 김 전 대통령과 만나 1~2년 연애하다 나를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과 그 동안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털어 놓았다. 또 지방에서 대학 졸업한 후 서울에서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외할아버지 호적에 올라 있다고 했다. 김씨는 “고 3 때인 1986년 성당에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면서 “옆에 앉아서 어머니가 준 쪽지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 동안 김 전 대통령을 세 번 찾아간 적이 있다”며 “(우리 모녀는) 자폐증 환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야단맞고 욕먹고 살 정도로 그늘에서 힘겹게 살았다”고 말했다.

김씨 이모인 대학교수 김모씨는 “동생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딸을 낳았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면서 “(동생은)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그 사실을 한번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그 쪽(김 전 대통령)에 딸을 호적에 올려달라고 했지만 거절 당했다”며 동생의 서러움을 전했다.

DJ측근으로부터 받은 생호라지 지원 통장사본. SBS TV 제공.

김 씨는 어릴 적 기억도 하나 끄집어 냈다. “어머니가 시켜서 예닐곱 살 때부터 김 전 대통령 집에 가서 생활비를 받아온 적이 있다.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어머니의 강력한 요구로 서너 달에 한 번씩 갔다 왔다.”또 “1988년 이사할 때 김홍일(金弘一ㆍDJ의 장남) 의원에게서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이 8,000만 원이었는데 3,000만 원은 김 의원이 대줬다”고 말했다. “정대철 전 의원의 어머니 이태영 씨에게서도 생활비를 도움 받았다”면서 “한번은 어머니와 함께 가서 받았고 두 번째는 혼자 가서 받았으며 이런 사실은 정 전 의원도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김 씨는 “어머니는 2000년 6월 한밤중에 난리를 치고 갑자기 죽었다”고 했다. SBS는 당시 김씨 어머니 자살사건였侍聆杉?경찰이 제기한 의문을 짤막하게 전했다. “우리(경찰)한테 먼저 신고가 온 게 아니고 고위직 모 인사한테 먼저 전화가 왔다.”“내가 듣기로는 막강한 쪽이었다.”

특별한 직업도 수입도 없는 김씨는 현재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쳐서 시가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그는 “한 채는 김홍일 의원의 도움으로 구입했고, 다른 한 채는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曺豊彦) 씨가 사준 것”이라고 말했다.

SBS 의 인터뷰 요청에 김홍일 의원은 거절했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대철 전 의원도 면회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조씨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 씨를 아는지, 도와준 적이 있는지”라는 물음에 “나는 미국 시민이 된 지 20년이 됐고 이런저런 소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이야기를 끊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진승현 시 측의 일방적 얘기만 듣고 보도"
"국정원 특수사업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

김 전 대통령 측은 일단 부인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20일 “퇴임 후에도 민족과 국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방송에 나온 국정원 관계자들조차 국정원의 (개입) 문제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데도 진승현씨 측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이것이 과연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라고 할 수 있는지 정말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특수사업비 명목으로 진승현에게서 3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국정원이 이 정도의 돈을 만들지 못해 일개 벤처 기업가한테 손을 벌렸겠느냐며 SBS의 주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 정성흥 전 과장의 개인 비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1년 11월 진승현 게이트 검찰 조사과정에 관여했던 한 법조계 인사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성홍 전 과장이 (진씨에게서 돈을 받은 개인 비리를) 그렇게(DJ의 숨겨진 딸의 입막음을 위한 특수사업으로) 호도했다”면서 “DJ의 숨겨진 딸에게 돈을 주기 위해 진씨를 끌어들인 게 아니고 진씨를 끌어들여 (일을)하다 보니 돈 일부가 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 때문일까,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곳은 국정원이다. “정 전 과장이 말한 특수사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아는 바도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정성홍 전 경제과장이 3억 5,000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았고, 재판과정에서 ‘특수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태도도 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정성홍 전 과장이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사용처는 공소유지와 무관하며 이미 종결한 사건이기 때문에 재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도 “당시 진씨의 돈이 국정원 간부들을 거쳐 DJ의 숨겨진 가족에게 갔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이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힐 때가 아닌지, 국민들은 관련자들의 ‘참된 용기’를 기대하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는?

20대의 젊은 사업가 진승현씨가 금융 재벌을 꿈꾸며 불법대출과 주가 조작을 일삼으면서 시작된 사건.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정보원 간부들과 정치인을 끌어들이면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했다.

진승현 게이트'의 실체는 금융감독원이 2000년 11월 MCI 코리아 부회장이었던 진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진씨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열린금고와 한스종금, 리젠트종금 등에서 2,300여 억원을 불법 대출 받았으며 리젠트증권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진씨로부터 3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은 돈의 용처에 대해 "'특수 사업'을 하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그 '특수 사업'의 실체를 둘러싸고 추측이 난무했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수사는 종결됐다.

SBS는 '특수 사업'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작업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권력, 그리고 숨겨놓은 자식들

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제시 잭슨 목사.

이번 ‘DJ의 숨겨놓은 딸’ 파문으로 역대 권력자 등의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간 알려진 동서고금의 유명 인사들의 ‘숨겨진 자식’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세계적으로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1996년 아버지 장례식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일화가 유명하다. 이 딸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정부가 낳은 딸로, 미테랑이 대통령 재직시 매일같이 만나면서도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다가 장례식장에서야 비로소 그렇게 불러 세상에 알려진 경우다.

미국의 독립선언문 기초를 작성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서른 살 연하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둔 사실이 두 세기 동안 묻혀 있었다. 본처와 사별한 뒤 재혼을 하지 않고 프랑스 대사 시절부터 노예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것. 또 미국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도 최근 혼외정사와 사생아 문제가 드러나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김영삼(YS) 전 대통령때도 이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YS가 대통령 재임시절 친자확인 소송에 휘말렸던 것. 이 소송을 낸 사람은 가네코 가오리(43ㆍ한국명 주현희)씨의 모친 이경선(70)씨로, 2000년 ‘LA 선데이저널’ 발행인 연훈씨와의 인터뷰에서 “1993년 가을부터 김 전 대통령 퇴임 직후까지 김기섭 실장으로부터 모두 23억원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1970년 벽두, 개통된 지 얼마 안 되는 강변도로에서 미모의 26세 여인 정인숙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이 미스터리한 죽음과 관련, 갖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이제는 청년이 된 정씨의 아들 정성일씨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만 빼고 높은 자리는 거의 다 해본 정일권씨가 아버지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DNA 검사를 해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도, 정일권씨는 정성일씨의 한을 풀어주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2001년 초에는 탤런트 손지창(35) 씨가 1970년대 최고의 아나운서로 명성을 떨쳤던 임택근(75)씨가 자신의 생부며, 가수 임재범(42)씨가 는 이복 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04-27 17:05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