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인사·재정·제도 3대 혁신과제 다룰 위원회 구성, 자체정화 나서
한국불교, 이번엔 진짜 개혁하나 조계종, 인사·재정·제도 3대 혁신과제 다룰 위원회 구성, 자체정화 나서
불교중앙박물관 공사 잡음, 불국사 경내 불법 골프장, 문화재 보수비 유용 의혹, 해외 원정 도박ㆍ골프…. 무소유 정신의 실천과 중생교화를 위해 출가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일부 승가의 도덕적 해이로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부처님오신날을 보낸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제 몸 추스르기에 나선다. 조계종(총무원장 법장스님)은 15일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미진했던 종단의 개혁 과제들을 정리해 종무구조 혁신 작업의 닻을 올릴 ‘종무구조 혁신위원회(혁신위)’를 조만간 구성키로 했다. 종단내 잡음이 정점에 달했던 4월이후 한 달여가 지나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불교계의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내부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도 좋지 못한 모양새임을 감안해 부처님오신날이 끝난후 개혁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한 참선의 의미 혁신위가 중점을 두고 있는 개혁사업은 인사, 재정, 제도 혁신의 3대 부문. 인사혁신에서는 경륜과 능력보다는 문중(파벌)과 학연에 의해 이루어지던 중앙종무기관의 기존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위주의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구축할 예정이다. 총무원 기획실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길 거부했지만, 구상 중인 새 인사 시스템의 틀은 중앙조직뿐만 아니라 본말사주지 인사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문화 연대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경주 불국사 경내 불법 골프장설치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호법부(법무부 격)가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불법 설치한 골프장을 원상 복구하는 차원에서 그친 것은 호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찰로 더 많은 돈이 유입되는 것도 당연지사. 그 동안 불교계를 어수선하게 했던 대부분의 사건들 중심에는 돈이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혁신위에서 불교계 전반에 걸쳐 불거지고 있는 재정관련 비리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재정혁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고지원사업의 경우 종단 내에 ‘불사심의위원회(가칭)’를 두어 자체적으로 면밀한 점검을 통해서 승인을 득한 사업만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령화하는 작업과 사찰운영에 신도들의 참여를 확대해 보다 투명한 사찰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종단에서 실시하는 정기, 부정기 감사에 한해 신도단체 추천 회계인력이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전 불사에 걸쳐 외부 인사가 참여해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재정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종무행정 책임·권한 분산작업도 병행
이번 불교계의 개혁ㆍ쇄신 계획의 일환으로 구성되는 종무구조혁신위원회가 6개월 정도의 한시적인 조직이라면, 이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할 예정인 ‘불사심의기구(가칭)’는 영구적으로 존속되는 조직이다. 문화재와 환경 관련 문제를 함께 다루게 될 이 기구는 기존의 성보보존위원회와 환경위원회의 업무를 합쳐 놓은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 기구가 설치되면 불법 골프장 설치나 거액의 문화재 보수비용 횡령과 같은 비리는 근원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각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불사를 사전 심의하여 종단의 승인을 얻은 후에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사후에도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도들 삶의 의지처가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승려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조계종의 개혁 조치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종단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평신도들의 의견 수렴 코너를 개설하는 등 제도 개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승가사회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력시간 : 2005-05-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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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