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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이번엔 진짜 개혁하나
조계종, 인사·재정·제도 3대 혁신과제 다룰 위원회 구성, 자체정화 나서



간화선 지침서 편찬에 참여한 선승들과 조계종 집행부 스님들이 봉정법회를 올리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 공사 잡음, 불국사 경내 불법 골프장, 문화재 보수비 유용 의혹, 해외 원정 도박ㆍ골프…. 무소유 정신의 실천과 중생교화를 위해 출가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일부 승가의 도덕적 해이로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부처님오신날을 보낸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제 몸 추스르기에 나선다.

조계종(총무원장 법장스님)은 15일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미진했던 종단의 개혁 과제들을 정리해 종무구조 혁신 작업의 닻을 올릴 ‘종무구조 혁신위원회(혁신위)’를 조만간 구성키로 했다. 종단내 잡음이 정점에 달했던 4월이후 한 달여가 지나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불교계의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내부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도 좋지 못한 모양새임을 감안해 부처님오신날이 끝난후 개혁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한 참선의 의미
혁신위서는 11월로 예정된 정기종회(정기총회 격)까지 모든 개혁 과제들을 정리, 종단의 합의 과정을 거쳐 정기종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리된 과제들은 종회에서 종법령이 제ㆍ개정되면 연말에 가서야 구체화 될 전망이다. 13~14명 선으로 구성될 이번 혁신위는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집행부만이 아니라 재가신도단체, 본말사 등 모든 단위의 승가 단체 대표, 외부(정부)의 전문가들까지 망라돼 이전과는 차별화 된 조직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혁신위가 중점을 두고 있는 개혁사업은 인사, 재정, 제도 혁신의 3대 부문. 인사혁신에서는 경륜과 능력보다는 문중(파벌)과 학연에 의해 이루어지던 중앙종무기관의 기존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위주의 인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구축할 예정이다. 총무원 기획실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길 거부했지만, 구상 중인 새 인사 시스템의 틀은 중앙조직뿐만 아니라 본말사주지 인사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문화 연대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경주 불국사 경내 불법 골프장설치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호법부(법무부 격)가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불법 설치한 골프장을 원상 복구하는 차원에서 그친 것은 호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찰로 더 많은 돈이 유입되는 것도 당연지사. 그 동안 불교계를 어수선하게 했던 대부분의 사건들 중심에는 돈이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혁신위에서 불교계 전반에 걸쳐 불거지고 있는 재정관련 비리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재정혁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고지원사업의 경우 종단 내에 ‘불사심의위원회(가칭)’를 두어 자체적으로 면밀한 점검을 통해서 승인을 득한 사업만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령화하는 작업과 사찰운영에 신도들의 참여를 확대해 보다 투명한 사찰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종단에서 실시하는 정기, 부정기 감사에 한해 신도단체 추천 회계인력이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전 불사에 걸쳐 외부 인사가 참여해 보다 공정하고 깨끗한 재정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종무행정 책임·권한 분산작업도 병행
혁신위는 종단의 많은 부정들이 종무행정의 집중에서 나온다고 판단, 종무행정의 책임과 권한을 분산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각 업무담당부서와 담당자의 역할, 권한을 분산시켜 책임 있는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본말사들도 일정 권한을 가지게 돼 종헌종법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이고 보다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도 기대된다. 특? 총무원에서는 웰빙 바람과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교인구의 증가에 각 본말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포교에서도 일정부분 성과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불교환경연대등 불교단체 대표들이 12일 서울 조계사 만해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계종 교단의 각종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이번 불교계의 개혁ㆍ쇄신 계획의 일환으로 구성되는 종무구조혁신위원회가 6개월 정도의 한시적인 조직이라면, 이와 함께 조속한 시일 내에 설치할 예정인 ‘불사심의기구(가칭)’는 영구적으로 존속되는 조직이다. 문화재와 환경 관련 문제를 함께 다루게 될 이 기구는 기존의 성보보존위원회와 환경위원회의 업무를 합쳐 놓은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 기구가 설치되면 불법 골프장 설치나 거액의 문화재 보수비용 횡령과 같은 비리는 근원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각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불사를 사전 심의하여 종단의 승인을 얻은 후에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사후에도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도들 삶의 의지처가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승려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조계종의 개혁 조치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종단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평신도들의 의견 수렴 코너를 개설하는 등 제도 개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승가사회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 상임대표
"불교계 자정 능력 되찾아야"

"머피의 법칙(하려는 일마다 잘 안되고 꼬이는 현상)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불미스러운 일은 언젠가는 생기게 마련이죠. 종단이 잘 운영될 때는 다 필요 없겠습니다만, 모든 제도와 규정들은 그 같은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제정돼야 합니다. 일종의 안전 장치들이죠."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56) 상임대표는 불교계 내에서 연이어 터진 일련의 사건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아쉬움으로 입을 뗐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1998년 조계종 폭력사태 이후 이듬해 3월 종단 자정 차원에서 1,000여명의 재가자들이 나서 조직한 단체이다.

그는 최근 다시 터지는 조계종내의 비리들은 종단의 자정능력과 관리 능력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감증, 패배주의, 무기력증이 팽배해서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3의 손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할 수 있죠." 호법부ㆍ호계원이 있지만, 정치적 성향으로 일부 변질돼 종단 자정 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속화하고 있는 조계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수행정진보다는 종회 의원 등 감투 쓰기에 더 관심을 두는 현상이 여전합니다. 종단 선거 때마다 이는 잡음은 조계종이 그 만큼 세속화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사판(사찰관리)에 치우친 현 불교가 이판(진리 탐구, 수행)으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승복차림의 스님들이 은행, 경찰, 세무서로 볼일 보러 다니는 것도 보기 좀 그렇지 않습니까." '수행'이 스님들의 출가 동기라면, 사판은 재가자들에게 위임하고 최종 결정권, 감독권만 가져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종단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고 밝혔다. 그 동안 승려 중심으로 운영돼온 조계종이 불교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의혹들을 풀기 위해 구성한 조사특위에 승가 외 재가신도 대표들을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지금 불교가 뒤뚱거리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한번 지켜 보세요."



정민승 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05-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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