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들어온 토익, 높은 응시료·비싼 로열티 등 문제점 많아텝스·플렉스 한국형 영어시험으로 입지 다져, 평가시험 공신력 높여야

[토익무용론…왜?] 한국産 영어검정시험을 키워라
25년 전 들어온 토익, 높은 응시료·비싼 로열티 등 문제점 많아
텝스·플렉스 한국형 영어시험으로 입지 다져, 평가시험 공신력 높여야


토익(TOEIC) 시험이 입사 시험에만 국한된 영어능력 시험은 아니다. 특수목적고 진학과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에서도 지원자의 영어 능력을 대변한 지도 오래다.

여기에 사법, 행정, 외무고시 등의 고등고시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시험에서도 영어시험의 자리를 토익이 꿰차고 앉았다. 텝스(TEPS)나 토플(TOEFL) 등의 공인 시험 성적도 유효하지만 토익의 대중성을 감안하면 텝스, 토플은 여전히 열세다. 국내에서 치러지고 있는 영어능력검정 시험에는 이 세 시험 외에도 국내외 기관이 주관, 시행하고 있는 G-TELP, LATT, FLEX, PELT, IELTS 등 여러 영어능력검정 시험이 있다.(표 참고)

2004년 한해 170여만 명의 인원이 응시한 토익 시험의 전형료(3만4,000원)만을 놓고 봐도 영어능력시험 시장은 연간 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전형료가 영어시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새 발의 피다. 영어 교재비와 학원 수강비를 포함하면 수 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응시자의 영어 능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익의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력과 무관한 점수 올리기 요령 만연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각 기업의 인력 채용단계서 토익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대변하 듯, 가장 대중적인 토익 시험의 점수가 실제 영어 구사능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9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고서도 외국인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게 그 예다.

대학뉴스 통계에 따르면 토익 공부가 실제 영어 구사 능력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학생은 10.7%에 불과했다. 토익 점수는 처음 응시자의 경우 평균 481점, 2회 553점, 3회 563점, 4회 이상 응시자는 622점으로 시험을 거듭할수록 일정 수준까지는 점수가 오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험 요령을 익히고, 답을 골라내는 훈련을 하면 영어 실력과는 무관하게 점수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많은 학원에서 시험 요령을 ‘전수’하는 강좌 하나씩은 갖추고 있을 정도다.

다음으로 토익의 비즈니스 영어가 보편적인 영어능력을 중시해야 하는 대학 입학 시험과 고등고시,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국가차원의 시험에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토익의 이름이 시사하듯, TOEIC(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은 일본 기업들이 해외 일본 상사원들의 영어숙달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 의해 1979년 빛을 보게 된 시험이다. 국내에서는 1982년 YBM 시사영어사의 비영리 재단 법인인 국제교류진흥회가 도입해 관련 직장인들의 비즈니스 영어능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25년 동안 출제 방식과 문제 형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사회 전반의 영어능력 척도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외대어학원 김태옥 부장은 “적절한 영어능력 검정 시험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시험은 토익이 거의 유일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영어와 무관한 분야에서도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며 “중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춘, 텝스(TEPS)나, 플렉스(F-LEX) 같은 시험이 일찍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한국의 영어능력시험 시장에서 누린 압도적인 지위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높은 응시료에 대한 불만이 많다. 현재 토익 응시료는 3만4,000원이다. PELT(실용 4~6급) 2만원, TEPS 2만8,000원, F-LEX (읽기/쓰기) 3만원보다 높다. 방문, 우편으로만 시험 취소를 받던 것을, 작년 7월말 온라인상에서도 시험취소를 가능케 해 상황은 나아졌지만 시험을 취소하는 데서도 불합리한 점들이 몇 군데서 관찰된다.

취소의 70% 이상이 시험 전일(토)과 당일(일)에 몰리는데도 우편ㆍ방문 취소는 시험 당일까지 받으면서 인터넷을 통한 취소는 시험 직전 수요일 자정까지 제한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출제 기관이 미국 ETS인 탓에 발생하는 로열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확한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응시료의 10%정도가 ETS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170만 명의 음쳄美?기준으로 하면 약 70억원이 로열티로 지불된 셈이다.

토익이 영어시험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누림으로써 이를 주관하는 YBM시사 학원(국제교류진흥회)은 학원 운영과 교재 시장에서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마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토익 참고서들이 빠지지 않고 오르는 사실을 상기한摸?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까닭에 일각에서는 영어 시험 시장에서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토익 시험을 사설학원이 실질적으로 주관함으로써 공공성을 띠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폐단에 따라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텝스(TEPS)를 개발해 1999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그 응시인원도 1999년 4만5,000여 명에서 2001년 9만3,000여 명, 2003년에는 18만여 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평가원도 1999년에 삼성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플렉스(F-LEX)를 시행하고 있고 2005년부터는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문제를 개발, 시행하고 있다.

무분별한 영어열풍과 교육열 재고돼야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자국 형편에 맞는 시험을 일찍이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는 이웃 일본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 일본은 1963년 일본영어검정협회에서 일본인의 영어능력 측정을 위해 STEP(The Society for Testing English Proficiency)를 개발해 매년 150만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으며, 1998년까지 총 4,750만 명이 응시한 일본의 대표적인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정착했다.

총7단계로 구성된 STEP은 유치원부터 일반 기업체까지 다양한 사회계층의 영어능력을 측정해 대학입학과 취직 및 승진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비즈니스 영어시험에 초중고, 공무원 취업 준비생까지 매달리는 우리나라와 큰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중국도 정부기관인 ‘전국대학영어 4, 6급 고시위원회’가 중국 자체 영어능력 평가 시험인 CET(College English Test)를 20년 전에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연 3~4회 시행되고 있는 CET의 한해 응시자는 200만 명 이상. 대학생과 일반인의 영어 능력과 공공단체 및 기업에서 필요한 영어구사력을 평가하는 CET는 중국의 대학들이 졸업요건으로 CET 4급 취득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으며, TOEFL을 대신해 해외 유학에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장태엽(42) 교수는 “보편적인 영어능력이 아닌, 비즈니스 영어실력을 검정하기 위해 개발된 토익 시험에 전 국민이 ‘올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영어 열풍과 함께 앞뒤 안 가리고 자식에게 영어교육을 시킨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며, 이 같은 병폐를 없애기 위해서 “텝스나 플렉스가 한국형 영어시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마당에 국가 차원에서 또 하나의 영어시험을 만들기 보다는 이들 시험의 출제와 평가에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나 평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영어평가시장의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5-26 15:15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