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
'황우석'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휠체어를 타고 떠난 여행. 이미영씨는 자유를 꿈꾸고 있다.

황우석 박사 팀이 치료용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연예인 강원래씨처럼 휠체어에서 혹은 병상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이 개발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은 요즘 ‘황우석’ 이름 석자에 가슴 뭉클해 하는 것은 물론, 잠도 쉬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까페에는 많은 환자나 그 가족들이 ‘줄기세포희망’ ‘줄기세포를 기다리며’ 등의 모임을 결성해 줄기세포 치료법과 관련한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그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또 황우석 교수 후원회 홈페이지에도 줄기세포 치료법의 임상실험에 동참하고 싶다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그 중 몇몇의 사연을 살펴봤다.

올해 스물 일곱의 이미영(가명) 씨. 7년 차 ‘휠체어 드라이버’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갑자기 쓰러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돼 진료를 받던 중 숨이 멎어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사판정을 받았다. 의사들은 깨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지만, 40여 일 후 깨어났다.

그러나 1급 장애인 하반신 마비가 왔다. “병원에서는 모든 수를 다 썼으니, 이대로 살 각오를 하라고 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학교 친구들과 전국 각지로 자전거 여행을 다녔는데,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지 7년. “가수 강원래씨가 TV에서 줄기세포 치료법이 개발되면 자신도 예전처럼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강원래씨랑 조건이 비슷한 저도 걸을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내 글을 쓰게 된 거죠.”

"나와 주위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국문학 전공이던 그는 재기에 성공해 올 초 국가 공무원으로 정식 발령을 받아 근무 중이다. “뇌사 상태에서 깨어난 제가 걷는 것까지 바란다면 큰 욕심이겠지만, 혼자서는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저를 7년 동안 뒷바라지한 언니와 엄마에게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저에게서의 자유를요.”

줄기세포 치료법 개발만을 고대하고 있는 또 다른 환자 김경일(가명ㆍ24) 씨. 그는 소아당뇨로 불리는 1형 당뇨 환자다. 전체 당뇨 환자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이 병을 앓고 있는 그에게 황우석 박사의 이번 소식은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다. “3년 전에 갑자기 당뇨가 왔습니다. 지속적인 관리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성인 당뇨와 달리 췌도가 망가져서 꾸준히 인슐린 주사를 맞는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무리해도 피로가 몰려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몸만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김 씨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는 “김 씨는 자가면역으로 인해 췌장세포가 망가진 것이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의 1차 대상이 된다”며 “완벽한 정상인으로의 생활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까페 ‘줄기세포 희망’에는 이 외에도 수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이 올라 와 있다.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다들 전화로 많이 울었습니다. 언젠가는 울음이 아닌 함박 웃음을 웃을 날이 오겠죠.”, “황우석 박사가 무엇에 성공했다 안 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척수 장애인들이나 많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준다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임상 시험을 거쳐 실용화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과도한 희망을 경계하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전문가들도 학계의 검증과 동식물 실험, 임상실험 등 실용화 단계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앞으로 많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난치병과 싸우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황우석 박사 팀의 연구성과는 그 자체로 희망이 되고 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02 16:25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