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의 빛, 현대의학의 혁명적 개가조직분화과정에서의 세포 변형 방지 등이 풀어야 할 과제

황우석 교수 쾌거, 실용화까진 '아직도 먼 길'
수많은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의 빛, 현대의학의 혁명적 개가
조직분화과정에서의 세포 변형 방지 등이 풀어야 할 과제


5월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황우석 교수가 공하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줄기세포 배양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의 난자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해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난치병 정복을 위한 줄기세포 치료법이 실용화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윤리문제다.

윤리적 논쟁 헤쳐나가는 것이 최대 관건
미국 의회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예산 지원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생명 존중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윤리’가 근본적인 쟁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간복제 악용 우려 ▲잠재적 생명인 배아의 파괴 ▲난자 채취 적법성 등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난자 이용이다. 황우석 교수 팀이 성과를 올릴 때마다 황 교수 팀을 괴롭히며 항상 비판의 여지를 주던 바로 그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 팀은 줄기 세포의 역분화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이론적으로 보면 역분화 연구로 난자와 같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학계의 중평이다. 역분화는 수정란이 분화해 줄기 세포가 되는 것과는 반대로 줄기 세포를 역으로 분화 시켜 난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소와 같은 다른 동물의 난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난자(이종 난자)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난자의 세포질에 존재하면서 소의 일부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사람의 유전 정보에 혼합돼 또 다른 ‘키메라’가 나올 수 있어 새로운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낼 지가 윤리적 문제를 헤쳐나가는 관건이다.

5월19일 황우석 박사가 영국 런던 로얄인스티튜션에서 줄기세포연구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피츠버그 대학의 유전자복제연구 전문가인 제럴드 슈해튼 박사. <동아일보 제공>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수많은 난제들이 있다. 우선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 복제된 배아줄기세포가 원하는 대로 분화하는가 하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신체의 각 장기와 뼈 등으로 분화하기 전의 만능세포(원시세포)이기 때문에 자칫 척수에 이식된 줄기 세포가 원하는 기관이나 조직으로 순수하게 분화하지 않는다면 이식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척수에 이식된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가 아닌 다른 장기가 자랄 수 있다. 또 이 같은 조직 분화 과정에서 일부 세포가 변형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쥐와 같은 동물에 대해서는 이미 당뇨병, 백혈병 등에 대한 실험적인 치료가 행해지고는 있지만,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복잡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여성의 난자가 이용된다. 이 때 난자의 세포질에 있는 소량의 미토콘드리아가 복제된 세포에 그대로 남게 되는 것도 문제다.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자가 일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체세포가 복제된 줄기세포에는 난자 제공자의 유전자도 일부 섞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면역거부, 세포 변형 등의 반응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험실에서 위와 같은 검증이 끝났다 하더라도 영장류 동물실험에서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세계 최초의 기술을 응용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제일 가까운 동물에 대한 실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영장류 실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언제 실험이 이뤄질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일지

△2000년 8월 9일 - 황우석 교수, 배반포단계 체세포 복제
△2000년 8월 30일 -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교수, 배아줄기세포 국내 첫 배양
△2001년 11월 22일 - 정형민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교수, 배아줄기세포로 뇌신경세포 분화 동물실험
△2002년 3월 7일 - 박세필 교수, 소 난자 이용한 사람 배아 복제
△2002년 7월 19일 – 박세필 교수, 단성생식 줄기세포에서 기능성 심근세포 분화
△2002년 10월 31일 – 박세필 교수, 인간배아 줄기세포로 쥐 파킨슨병 치료
△2003년 1월 27일 – 박세필 교수, 인간세포 주입해 11마리의 '키메라 쥐' 탄생
△2004년 2월 12일 - 황우석 교수 팀,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로 배아줄기세포 배양
△2004년 10월 25일 - 황우석 교수 팀, 원숭이 배아복제
△2005년 5월 20일 - 황우석 교수 팀, 핵을 제거한 사람의 난자에 다른 사람(환자)의 체세포 핵을 넣어 환자 배아줄기세포 배양

특히 영장류 시설은 외부 공기와 차단되어야 하고 영장류의 크기에 맞춰 관리지침이 세워져야 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영장류 실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건에 맞는 영장류 시설을 지을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영장류 실험이 언제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영장류 실험이 끝나면 10여 명 안팎의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시작된다. 여기서 안정성과 효능이 검증되면 줄기세포 이식치료는 본격화하게 된다. 그렇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곳곳에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에 줄기 세포를 인체 조직 수준으로 키워서 장기이식 치료를 하려면 최소 5~1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전망이다.

효능·안정성 검증돼야 임상실험
미국의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 규제가 덜한 서부의 캘리포니아로 이동하고 있고, 독일에서도 줄기세포 연구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황우석 박사 팀의 연구 성과에 세계 각국은 적잖은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설 태세다. 이에 정부는 5월 26일 황 교수 연구팀의 교수 정원을 현재 3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다. 이제 황 교수 팀은 산을 빨리 넘어야 하는 과제 하나를 더 안게 됐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02 16:34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