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중년 "내짝은 누구일까"매주 3회 만남의 기회 제공, 일주일에 200여쌍 데이트로 발전

[이색지대 르포] 재혼을 위한 싱글들의 파티
설레는 중년 "내짝은 누구일까"
매주 3회 만남의 기회 제공, 일주일에 200여쌍 데이트로 발전


이혼률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이미 이혼률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있는 요즘 현실에서 더 이상 이혼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세인들의 인식은 아직도 변화하지 못하고 이다. 뿌리 깊은 한국의 유교 의식으로 인해 이혼에 대한 세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편견의 골짜지 안에 머물러 있다.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이혼이라는 현상은 이미 일반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특별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으로 인해 이혼자들의 재혼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동반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매주 3회씩 이혼 내지는 사별로 혼자가 된 남녀들을 위한 파티가 열리는 특별한 공간이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인 H사에서 운영중인 B 바에서 열리는 재혼을 위한 특별한 파티 현장을 들여다봤다.

법적으로 혼자인 사람만 출입
양재역 부근에 위치한 B 바는 재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매주 3회씩 파티를 열어 재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곳에는 매번 파티마다 2백여명 이상이 몰려들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5월 19일에도 7시를 전후해 2백여명의 중년 남녀가 몰려들었다. 40대와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30대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연령과 직업군을 초월한 다양한 이들이 이곳 파티를 찾고 있다는 게 커플매니저들의 설명이다.

파티라고 해서 색다른 게 있는 것은 아니다. 20대 초혼 대상자를 상대로 한 파티의 경우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지만 이곳은 단지 만남만을 주선해줄 뿐이다. 30여명의 커플매니저가 바의 이곳저곳에 배치돼 즉석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는 것. “우리 회원들은 물론이고 비회원들에게도 B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H사 관계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적당한 사람과 합석시켜 드리고 있고 현장에서 마음에 드는 분이 있으면 즉석 만남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입구에서 벌어지는 신원조회다. B바의 경우 정식 회원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회원들의 경우 이미 신원 관계 자료가 모두 확보되어 있기 때문. 비회원의 경우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자료를 갖고 와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별다른 자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현재 자신이 솔로임을 밝힐 수 있는 자료만 있으면 된다. 재혼을 위한 자리인 만큼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된 이들만 출입이 가능한 것.

“간혹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한다”는 한 커플매니저는 “이미 오랜 기간 별거중이라 사실상 솔로인 분들이 이곳을 찾아오기도 하는데 법적으로 혼자인 분들로 입장을 제한해 그런 분들은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까다로운 입장 절차가 다소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신뢰를 갖게 도와주는 장치가 된다. 두 달에 한번 가량 이곳을 찾는다는 회사원 김모씨(42 남)는 “저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만남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내게 이곳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에게 B바가 오아시스라면 복잡한 입장 절차는 오아시스의 수질을 보장하는 정화시설 같은 곳이다.

초반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의 어색함이 동시에 수십여개의 테이블에서 피워 오른 탓일까. 커플매니저들의 발길이 분주하지만 어색함이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B바의 파티 입장료는 회원 2만원, 비회원 5만원으로 이를 내면 칩을 받게 된다. 이 칩을 가지고 음료와 식사를 구입하는 방식인데 술은 잔술만을 판매해 과도한 음주의 폐해를 방지하고 있다.

“이곳은 만남의 공간일 뿐”이라는 한 커플 매니저는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여기서 나가 각자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고 얘기한다. 또한 이 커플매니저는 “채 30분이 지나기 전에 함께 나가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해준다.

커플매니저 적극 소개로 어색함 덜어
실제 7시 40분 경 두 테이블이 비워졌다.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녀 두 쌍이 5분 간격으로 B바를 빠져나간 것. 여전히 어색한 모습이지만 무언가 모를 설렘을 엿볼 수 있다.

8시에 가까워 가면서 본격적인 테이블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 소개받은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의 경우 커플매니저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를 소개받는다. 적극적인 이들의 경우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이성을 지목해 커플 매니저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자영업자인 강모씨(45세 남)는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 몇 번을 고민하다 찾게 됐는데 다시 20대가 된 듯 떨리는 기분이 든다”며 “오늘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얘기한다. H사 정식 회원으로 B 바에는 두 번째 방문이라는 회사원 이모씨(39세 여) 역시 “혼자서 애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같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어 좋다”고 얘기한다.

“일주일에 6백여명 가량이 이곳을 찾아 최소한 2백쌍 정도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H사 관계자는 “70~80% 가량의 성공률로 이는 여타 결혼관련 이벤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라고 얘기한다. 한 번에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 어떤 이들이 주로 찾는지를 묻자 관계자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라며 “이제는 이혼이 특정한 사람이 아닌 우리 이웃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혼에 대한 편견을 버려 달라는 얘기.

그렇다고 2백 쌍이 모두 재혼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H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만큼 재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만남의 기회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제비 또는 꽃뱀으로 불리는 이들이 이 파티를 활동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회원의 경우 법적으로 미혼인 경우에는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이들의 경우 상대방에게 커플매니저가 소개에 앞서 “회원이 아닙니다”라고 얘기하며 자세한 신상 정보가 없음을 귀띔해주는 것 외에는 보호수단이 없다.

진지한 만남이 원칙
이런 의문에 대해 H사 관계자는 “B바를 오픈한 것은 지난 3월이지만 다른 장소를 빌려서 비슷한 행사를 해온 게 벌써 8년째”라며 “그동안 단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까지 오겠냐”며 항변한다.

최소한 진지한 만남이 아닌 엔조이를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관계자는 “그런 의심은 모두 이혼에 대한 선입견과 무지에서 나오는 질문일 뿐”이라며 “아직까지는 이혼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아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엄청난 용기를 갖고 오시는 분들이다. 한번 올 때마다 엄청난 고민이 필요한 데 다만 엔조이를 위해 찾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되묻는다. 구조적으로 20대가 자주 찾는 나이트클럽의 부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설명.

남녀의 만남이 있고 술이 있는 자리라인 만큼 어떤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B 바 역시 이런 사고 위험성에는 다소 노출이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가끔 그런 손님이 계시지만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는 게 커플 매니저의 설명. 이를 위해 우선 조금이라도 음주를 한 이들은 입장이 불가능하다.

또한 바 안에서 파는 주류 역시 잔술로 최소한만 제공해 음주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커플매니저 30명이 계속 바 이곳저곳을 오가며 분위기를 살피는 것 역시 상황 대처를 위한 준비에 해당된다.

“이혼률이 높아질수록 재혼을 해야 하는 이들도 많아지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을 위한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H사 관계자는 “이제 서서히 이런 공간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외롭게 지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행복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재혼을 꿈꾸는 이들의 건투를 빌었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6-08 16:34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