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업주들을 당하랴"경찰 단속 '시늉'에 업주 자제 '화답'… 성매매특별법 유명무실강남일대 윤락업소 완벽방어태세 갖추고 '오늘도 성업중'

[이색지대 르포] 무늬만 남은 성매매 단속
"어느 누가 업주들을 당하랴"
경찰 단속 '시늉'에 업주 자제 '화답'… 성매매특별법 유명무실
강남일대 윤락업소 완벽방어태세 갖추고 '오늘도 성업중'


누군가 말했다. 아무리 매서운 칼날일지라도 길어야 6개월이면 무뎌질 것이라고.

‘9·23 사태라’ 불리던 성매매특별법의 여파 역시 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집창촌은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대부분 재개발 사업이라는 더욱 큰 현안에 맞닥뜨린 상황임을 감안하면 타격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은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기존 법체계와 달리 이용자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부분이 성매매 특별법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한 성매매 특별법은 업주와 고객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만큼 단속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물론 업소 측의 확실한 방지책으로 인해 단속 사례는 흔치 않지만.

분명 성매매 특별법 실시 이후 경찰 단속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예방주사만 있다면 단속 역시 아무런 위험이 따르지 않는 다는 게 업주들의 주장. 막강한 예방주사 앞에 무기력해진 경찰 단속의 실태를 살펴보도록 한다.

■ 의례적 단속…영업은 계속된다
지난 해 9월 22일 밤 11시 30분 경 전국 집창촌에는 경찰 병력이 우르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성매매 특별법’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

별다른 단속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존재 가치는 일반인들이 업소는커녕 집창촌 초입에도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끔 오가는 이들은 조용한 집창촌을 취재하기 위해 나온 기자들뿐이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11월 중순 이후 경찰 단속은 ‘무늬만 남은 호랑이’에 불과했다. 심지어 집창촌을 취재 중인 기자는 호객행위에 성공해 업소로 손님을 데려가는 업주가 순찰중인 경찰의 격려하는 모습까지 목격했을 정도다.

물론 손찰중인 경찰은 업소에 들어가는 손님들을 보고도 본채 만채 할 뿐이었다. 일정 수준에서 경찰과 업주 사이에 묵계가 오고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 이런 행태를 두고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줬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반면 강남 테헤란로 주변 안마시술소는 9·23 사태와는 무관하게 성업을 계속했다. 장안동 남성휴게텔 역시 의례적인 단속만 이뤄지고 있을 뿐, 영업은 계속됐다. 이는 대딸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집창촌과 달리 다른 윤락업소들은 구역 자체에 대한 단속이 불가능하다.

결국 가가호호 기습 방문하는 형식으로 단속이 이뤄져야 하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대한다. 네트워크 체계를 확보한 업소들은 단속이 시작되는 동시에 이를 타 업소에 알렸고 경찰 단속 효과는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었다.

“성매매 특별법 초기에는 타서에서 지원 나온 경찰들이 단속에 투입돼 어려움이 많았다”는 장안동 S 남성휴게텔 업주는 “하지만 한 달 동안의 특별 단소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관할서 경찰들 위주로 단속이 이뤄져 충분히 방어해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 CCTV 각종 첨단장비로 단속 피해가기
업소들의 준비 체계 역시 나날이 완벽해진다.

계단부터 업소 전체를 방어할 수 있는 CCTV 설치는 기본이고 각 방마다 스피커를 설치해 방송을 통해 단속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심지어 성매매 흔적인 콘돔과 정액을 감출 수 있는 분쇄기까지 등장했다. 사실상 룸에 좌변기만 설치돼 있어도 흔적을 버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는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 경찰 단속을 완벽히 방어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낸 뒤 손님을 받고 있다는 얘기. 이로 인해 이용객들은 성매매 특별법의 공포를 잊고 윤락 업소 출입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윤락업소 관련 기자들이다. 특정 업소에 대한 기사가 보도될 경우 관할서의 표적 수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업주 측이 취재를 일체 거절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취재에 적극 협조하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이색지대’ 코너에서 소개된 업소 가운데에도 경찰의 표적 단속 대상이 된 곳이 적지 않다.

네티즌들이 ‘이색지대’ 코너에 남긴 댓글을 보면 ‘해당업소를 홍보하는 글’이라는 비난이 난무하지만 사실상 ‘기사화는 곧 단속대상화’를 의미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의지가 없는 의례적인 단속만 거듭하던 경찰이 최근 독?마음을 먹고 단속에 나선 것. 최근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서비스를 받던 회사원 임모씨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참 애무를 받고 있는 데 갑자기 잔잔하던 음악이 경쾌한 곡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아가씨가 빨리 팬티를 입으라고 얘기했다. 단속이구나 싶은 데 정말이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행히 성행위까지 이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다행이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누구나 겁을 먹기 마련. 잠시 시간이 흐른 뒤 경찰이 방으로 들어왔고 아가씨는 임씨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었다.

다행히 임씨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업주와 아가씨는 모두 적발됐다. 그런데 단속된 이유를 묻자 ‘성매매 특별법’이 아닌 ‘의료법’ 위반이었다.

맹인 안마사가 아닌 일반인이 지압이나 안마 등을 시술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 성매매 특별법에 따른 단속이 어렵게 되자 경찰은 의료법 위반을 이용해 우회적인 단속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 가장 큰 피해는 윤락여성
물론 이렇게 해서라도 성매매 현장은 적발되어야 한다.

다만 문제점은 이런 단속은 성매매 특별법의 본래 시행 의도와는 전혀 상반된 방향이라는 점이다. 성매매 특별법은 윤락 여성을 피해자고 규정해 이들을 보호하는 대신 업주와 고객을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법 위반으로 단속이 이뤄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는 바로 피해자인 윤락 여성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더욱 어처구니없는 경찰의 단속 방침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 ‘음란퇴폐사범 수사실무’라는 문건의 내용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경찰 단속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검찰청에서 일선 검찰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해 검찰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현장투입조'가 손님을 가장해 업소에 들어가되 다른 손님이 별로 없을 경우 직접 실제 성행위까지 해서 증거확보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손님으로 가장한 ‘현장투입조’와 ‘현장기습조’로 구분해 단속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이는 엄연히 함정 수사에 해당된다.

게다가 사전에 정한 신용카드로 이용 요금을 계산해 증거를 확보하고, 보안유지와 단속의 효율성을 위해 가급적 경찰 수사관은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행정공무원으로 단속반을 편성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의 단속은 ‘윤락행위방지법’에서 가능한 방식이지 ‘성매매특별법’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손님까지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의 특성에 따라 현장투입조 역시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이런 방식의 함정 수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3월부터 9월 사이에 한시적으로 적용된 방식이었을 것”이라며 “성매매 특별법이 업주나 손님뿐만 아니라 단속기간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얘기한다.

물론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여성단체와 검찰이 함께 만든 새 수사 매뉴얼에서는 이런 방식의 단속방식은 제외됐다. 그런 뒤 경찰의 단속은 업소의 준비체계를 따르지 못한 채 도태돼 ‘의료법 위반 단속’이라는 우회방법까지 등장한 것이다.

분명 성매매특별법은 사회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 획기적인 법안이었다.

그러나 시행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번 법규는 ‘유토피아’를 꿈꾸던 이들의 이상적인 도덕규범 정도로 마무리되어가는 양상이다.

시행 당시 큰 목소리를 냈던 여성부와 여성단체, 그리고 단속 주체인 검경은 ‘단속’이라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6-22 16:22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