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어렸을 적, 옛날 살림살이는 이랬단다"향수의 공간으로 남겨진 부엌, 사라진 생활문화 엿보기
[박물관 문화기행] 떡부엌살림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 옛날 살림살이는 이랬단다" 향수의 공간으로 남겨진 부엌, 사라진 생활문화 엿보기
가장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어느새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생활문화들이 있다. 연세 지긋한 관람객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는 향수의 공간으로,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들에게는 웰빙 바람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는 전통 떡과 퓨전 떡등 우리 먹거리의 조명을 통해 옛 사람들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떡부엌살림박물관(www.tkmuseum.or.kr)을 찾아가본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떡부엌살림박물관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윤숙자(57) 관장이 지난 2002년 1월 개관한 곳이다. 박물관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떡부엌살림박물관에서는 우리네 전통 떡 문화와 더불어 부엌살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생활문화를 다룬 것이 특징이다. 윤 관장이 지난 20여 년간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틈틈이 수집해 온 부엌살림, 떡 문화와 관련한 소장품 2,000여 점 중 선별한 생활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잊혀져간 부엌살림, 우리 밥상 되살려내는 노력 이와 더불어 설날, 추석, 단오, 동지, 유두 등 한국에서 그 의미를 중히 여기는 날에 전통적으로 즐겨 먹었던 시절 음식의 실물 모형들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초파일에 차려 먹었던 느티떡과 비빔국수, 도미찜, 어채, 미나리강회 등 조그만 소반이 가득 채워지도록 상 위에 번듯하게 차려진 모습은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되어 군침을 돌게 한다. 이처럼 실감나는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전통 밥상 문화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에게는 더없이 새로운 것이다. 더불어 예전에 전통 밥상을 접해본 관람객들에게는 추억의 밥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전통 떡부터 퓨전 떡까지 다채로운 떡 박물관 떡박물관에서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찐떡, 친떡, 지진떡, 삶은떡 등 크게 네 종류로 나뉘는 떡의 종류를 접할 수 있다. 먼저 찐떡은 멥쌀이나 찹쌀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안친 뒤 김을 올려 익히는 것으로 무시루떡, 국화병, 느티떡, 두텁떡, 깨찰편 등이 있다. 한편 친떡은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찐 다음 절구나 안반 등에서 치는 것으로, 흰떡, 절편, 차륜병, 개피떡, 인절미, 단자류 등을 들 수 있다. 지진떡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빚거나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지고, 꽃잎이나 대추 등으로 장식하는 것으로, 전병, 화전, 주악, 부꾸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삶은 떡은 찹쌀 가루를 반죽한 것을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다음, 고물을 묻히는 것으로 경단, 대추단자, 잡과편, 오메기떡, 닭알떡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 떡이 우리 주변에 있었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전시물이 아닐 수 없다.
감칠맛뿐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떡의 매력
생활문화 체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박물관을 찾은 이들이 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한 편이다. 20인 이상 단체 예약 관람 시에는 1,000원만 추가로 내면 오색떡 꼬지를 맛볼 수 있고, 단체 관람객을 위한 떡 만들기 체험학습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오는 11월까지 서울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통음식 만들기, 팔도김치 만들기를 실제로 경험해 보는 ‘어린이 전통 식문화 체험학습’도 실시한다. 두 박물관을 관람한 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박물관 1층에 있는 떡 카페 질시루에도 들러보자. 떡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양의 갖가지 떡, 떡 샌드위치와 같은 퓨전떡, 너무 달지 않고 배가 든든한 떡 케이크 등이 입맛 까다로운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입력시간 : 2005-06-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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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