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놀이공간?… "본전 뽑아요"특급호텔 스위트룸 버금가는 시설, 럭셔리한 이벤트 즐기는 그들만의 장소

[이색지대 르포] 모텔의 화려한 변신
다양한 놀이공간?… "본전 뽑아요"
특급호텔 스위트룸 버금가는 시설, 럭셔리한 이벤트 즐기는 그들만의 장소


지난 2074호를 통해 이색지대 코너에서 ‘대학가 모텔촌’ 르포 기사가 개제된 이후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이메일을 받았다. 역시 가장 많은 이메일은 어디인지를 묻는 내용이었으나 모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언급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당시 기사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모텔촌의 변화를 언급한 내용이었지만 여전히 모텔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이었다는 게 독자들의 공통된 반응. 이런 반응과 동시에 모텔에 대한 달라진 시각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줄을 이었다.

사실 ‘불륜의 장소로나 여겨지던 러브호텔로 대변되던 도심 외곽의 모텔이 새로운 놀이문화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독자들의 제보는 기자에게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과연 2005년 6월, 한국 사회의 모텔 문화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테마별로 꾸며진 특색있는 객실
달라진 모텔의 모습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세태를 가장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영화를 통해서다. 최근에는 모텔이 주된 소재인 영화 <연애술사>가 개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찍힌 몰래카메라 동영상이 나돌고 있음을 발견한 남자 주인공 지훈은 어떻게든 그 범인을 잡고자 한다. 그래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 여인 희원을 찾아가 둘이 함께 갔던 모텔을 순례하게 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런 줄거리로 인해 영화는 두 남녀의 모텔 순례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영화 내용보다 더 놀라운 사안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텔에 있다. 어지간한 호텔 스위트룸을 능가하는 시설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영화 속 모텔의 모습은 그 동안 알려져 있던 모텔과는 전혀 다른 모습니다.

확인 결과 영화 <연애술사>에 등장하는 모텔은 대부분 실제 운영중인 곳들로 요즘 달라진 모텔 문화를 선도하는 유명 업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연애술사>에 등장하는 모텔은 크게 세군데다. 대구에 위치한 ‘호텔 3f10’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조아텔’ 장흥점과 수원점이 주된 촬영 장소였다.

특히 대구 ‘호텔 3f10’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대단하다. 2개의 VIP ROOM, 14개의 DELUXE ROOM, 6개의 DRIVE IN ROOM, 10개의 SEMI-DELUXE ROOM 으로 이뤄져 있다. 총 32개의 룸이 완비된 ‘호텔 3f10’은 각각의 방마다 콘셉트를 정해 각기 다른 인테리어를 꾸며 놨다. 영화 <연애술사>에 등장하는 VIP ROOM인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아! 먼로여’는 각각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다. 이는 다른 룸도 매한가지. ‘조선남녀상열지사’ ‘장밋빛 인생’ ‘매혹의 바이올렛’ 등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진 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각 룸의 콘셉트에 맞는 테마의상까지 준비되어 있어 새로운 분위기 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 먼로여’ 룸의 경우 바람에 치마가 올라가는 장면으로 유명한 마릴린 먼로의 사진 속 치마가 준비되어 있다. 이 룸을 찾는 여성 고객은 그 자리에서 마릴린 먼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에 위치한 DRIVE IN ROOM의 경우 차량이 2층에 위치한 개별 주차장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직접 몰고 개별 주차장에 주차하면 바로 모텔 룸에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전국 체인망의 무인시스템 모텔
전국적인 체인점을 갖고 있는 조아텔의 경우 무인시스템을 도입, 한국 모텔 문화를 새로 썼다. 요금 결제부터 모든 서비스가 무인 시스템으로 가능하니 남의 눈치 보는 게 꺼려져 모텔을 찾기 힘들어하던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대구의 ‘호텔 3f10’을 비롯해 최근 유명세를 얻고 있는 모텔들이 조아텔의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곧 대부분의 모텔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조아텔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룸은 가장 위층에 자리 잡은 룸이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위치적 장점을 활용해 테라스에 야외 욕조를 설치해 외국에서나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놓을 것. 어지간해선 예약이 필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들 모텔의 경우 영화 <연애술사>를 통해 유명세가 더해졌을 뿐, 더 뛰어난 모텔도 상당수라는 게 모텔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과연 모텔 마니아들은 이런 신개념 모텔을 어떻게 생각할까. 9만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다음 카페 ‘모텔 가이드’에서 그들의 솔직한 모습을 접해봤다.

기본적인 느낌은 ‘정말 성에 대해 개방적이구나’하는 점이었다. 스스럼없이 모텔 이용 후기를 올리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특히 여성 회원들이 후기를 많이 올리는 편이었다, 모텔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느껴볼 수 없었다.

뛰어난 시설은 이제 모텔의 필수 요소가 된 듯하다. 벽걸이 TV에 홈시어터는 물론이고 월풀 욕조에 최신 기종 컴퓨터까지 완비되어 있다.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 에어컨이나 뛰어난 청결상태, 그리고 충분한 음료수와 향 좋은 원두커피 정도는 기본이다. 게다가 대구 ‘호텔 3f10’과 같이 다양한 콘셉트 룸을 완비해 놓은 모텔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 4시간에서 6시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대실의 경우 3만원 정도의 최저가부터 시작해 8~9만원까지 다양하다.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식 모텔의 경우 5~6만 원가량이 평균가로 룸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1~2만원씩 가격이 올라간다. 그리고 숙박료의 경우 대실료에 2~3만 원가량이 더해진다.

월풀 욕조·와인서비스 등으로 차별화
영화관람, 인터넷, 와인 등을 활용한 간단한 술자리 등 다양한 놀이문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니다.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모텔을 찾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모텔 안에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기는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욕조와 관련된 후기가 많았다. ‘욕실에 TV가 있어 너무 좋았다’ ‘남친(남자친구)이 팔을 다쳐 함께 월풀 욕조 등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거품 욕조가 마음에 들었다’ ‘예약 손님에게만 제공되는 선물이라며 건네받은 와인을 들고 남친과 욕조 안에 들어가 있으니 너무 행복했다’ 등등.

후기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모텔의 경우 회원들의 후기마다 답글을 달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몇몇 모텔은 이런 카페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며 할인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다음 카페 ‘모텔 가이드’의 운영자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서의 모텔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의 모텔은 단순히 ‘즐기기’ 차원을 뛰어넘어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도 있는 복합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카페 운영자는 “예전엔 모텔이 오로지 성을 위한 장소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아니다. 쉽고 편하게 숙박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실눈부터 뜨고 보지는 말아 달라”고 얘기한다.

또한 ‘모텔 가이드’ 회원 가운데 70% 가량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라는 그의 설명에 따라 최근 달라진 모텔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은 반드시 연인끼리 모텔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남자들끼리 찾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여자 서너 명이 모텔을 찾아 자그마한 파티를 갖는 경우가 차츰 많아지고 있다고. 이 정도 되면 모텔에 대한 기존 관념이 뿌리째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텔의 기본적인 용도가 성과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 이런 달라진 모텔 문화를 무작정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요즘 젊은 세대의 달라진 성문화에 대한 이해가 뒤따른다면 반드시 삐딱한 시선으로 볼 사안 역시 아니다. 어차피 그 판단은 당사자들이 해야 하는 몫일 테니 말이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7-06 17:17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