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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 르포] 서울 성 역사박물관
우리시대의 섹스, 양지로 나서다
젊은이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성문화 보급 위해 설립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개관 기념 특강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서적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는 <즐거운 사라>다. 한류 스타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나 역시 문화 수출가인데 왜 여태 나는 전과자인가. 그리고 왜 아직도 한국에서는 <즐거운 사라>가 판매금지 조치를 받고 있는가.”

그만의 전형적인 포즈, 한쪽 손을 양복 겉주머니에 꼽고 조금은 어눌한 말투로 진행된 그의 특강에는 보이지 않는 힘, 바로 카리스마가 담겨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광수 연세대학교 교수의 특강 ‘성과 카타르시스’로 한국 최초의 성 박물관인 ‘서울 성 역사박물관(이하 성 박물관)’ 개막식이 지난달 열렸다.

<즐거운 사라>가 출간된 직후 구속되며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바 있는 마광수 교수는 ‘음지에 머물고 있는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로 개관한 성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해 본인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한국 사회의 성문화 변화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은 성문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규제하고 있지만 성범죄ㆍ낙태율ㆍ청소년 성문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국가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성문화 표현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스웨덴의 경우 성범죄율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성문화 표현물을 통한 카타르시스(그는 이 용어를 ‘정신적 정화’로 해석한 기존 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며 카타르시스가 그리스어로 ‘배설’을 의미하는 만큼 대리만족을 통한 성적 욕구 해소를 의미하는 ‘대리 배설’이라 주장했다)를 통해 성범죄율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스웨덴 방식의 성문화 표현의 자유 허용을 주장한 마광수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까지 털어놓으며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나는 이혼 이후 15년 가까이 전혀 성관계를 갖지 않고 있다. 이는 ‘절대로 돈 주고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마광수 교수는 “그 대신 글과 그림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탄생한 성문화 표현물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성적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성범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광수 교수의 특강은 사실 1시간 분량으로 준비됐지만 실제 강의는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그 이유에 대해 마광수 교수는 “내 특강 바로 다음 순서가 훌륭한 에로틱 아트 퍼포먼스라고 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특강 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고 설명한다. 그 만큼 에로틱 퍼포먼스에 상당한 기대감이 집중됐다.

성 퍼포먼스 "제약 많아 아쉽다"
퍼포먼스는 두 명의 에로배우가 펼쳐보였다. 사실 계획된 두 배우의 노출 수위는 전라였다. 하지만 아직 성문화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상, 법적 제재가 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노출 수위는 대폭 낮아졌다. 남자 배우는 팬티를 입었고 여자 배우는 팬티에 망사 무늬의 전신 스타킹을 입었다. 마광수 교수가 주장한 ‘성적인 카타르시스’가 이뤄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날 퍼포먼스에 참가한 두 에로배우는 재희와 지오였다. 두 배우가 펼친 퍼포먼스는 카마수트라 섹스 체위 가운데 12가지를 직접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많은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개관식에 참석한 관객이 상당수였지만 이들은 프로답게 거침없이 다양한 체위를 선보였다.

선보이는 체위마다 사회자의 자세한 설명이 더해졌다. 실생활에서 가능한 체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에로 비디오나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되는 변형 체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여성의 허리가 완전히 꺾어지는 변형 여성상위 체형은 일종의 묘기로 보일 정도였다. 사회자는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체위이나 에로비디오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체위”라?“여성 주도의 섹스에서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응용되고 있다”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퍼포먼스를 마친 에로배우 지오는 “좋은 의미의 행사였지만 제약이 너무 많아 아쉽다”면서 “법적인 규제로 인해 전신 누드가 아닌 전신스타킹과 팬티를 입어야만 했고 보도진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얼굴을 가면으로 가려야 했다”고 얘기한다.

신촌 현대백화점 뒤에 위치한 깨끗한 새 건물 3,4층에 마련된 성 박물관에선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성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 미국, 스페인, 네델란드 등의 국가에는 섹스박물관이 존재해왔고 이를 통해 다양한 성관련 문화유물이 보존되어 왔다. 반면 이제야 비슷한 개념의 박물관이 생긴 한국 사회의 경우 이름조차 ‘서울 섹스박물관이 아닌 ‘서울 성 역사박물관’이다.

성 박물관에는 기자신앙에서 비롯된 각양각색의 남근 모형, 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춘화, 몸을 뒤섞은 남녀의 형상을 재연한 도자기 등 50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과거 유물만 있는 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성관련 기구들도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성 관련 유물도 엄연한 문화유산
서울 성 역사박물관의 설립자인 원명구 관장은 평생에 걸쳐 성관련 유물을 수집해 왔다. “모두가 엄연한 문화유산인데 성을 도외시하는 우리 사회는 남근석을 마치 음란물 보듯 하는 경향이 있다”는 원 관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 둘 수집하기 시작했고 비싼 것은 수 천 만 원가량 하는 것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원 관장이 생각하는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 올려 이중적인 얼굴의 한국 사회가 좀 더 열린 공간이 되어가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그는 3층에 강의실을 만들어 다양한 특강을 개최하고 건강한 성문화 토론의 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박물관이 갖는 정적인 이미지에 동적인 젊은이들의 성문화를 더해나가고 싶다고.

“한국 사회는 아직도 성에 대해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음담패설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원 관장은 “3층 강의실과 휴게실은 남근석을 비롯한 전시물 사이로 테이블을 배치했다. 이런 성관련 전시물들 사이에서 젊은이들이 건전하게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성 역사박물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며 한국 사회의 성문화 개선에 어떤 역할을 이바지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시도 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야하고 저속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속으로는 갈망의 대상인 성,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 건전한 성문화를 접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성 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


조재진 자유기고가 sms9521@yahoo.co.kr


입력시간 : 2005-07-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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