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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05 미스코리아 眞 김주희
"사랑 나눔이 진정한 행복이잖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가교 역할 하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의 한국대표미인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을 대표할 최고 미인이 탄생했다. 영예의 주인공은 김주희(25ㆍ연세대학교 문리대 영문학ㆍ신문방송학과 졸) 씨. 그는 7월 2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 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2005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가슴 졸이는 경쟁 끝에 빛나는 ‘진(眞)’ 왕관을 차지했다. 김 씨를 만나 미스코리아 선발에 이르기까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술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는 김주희 씨. 그럼에도 그는 이태백이 되어야 했다고 한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으로 수없이 마음 속으로 술잔을 비웠고, 집과 도서관을 왕복해야 했던 ‘다람쥐’였다.

지루하다 못해 비루하기까지 하던 일상이 그렇게 이어지길 1년 여. 그 따분함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옮겨갈 때쯤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졌다. 지난 5월 31일 미스코리아 서울 예심 통과부터 7월 2일 본선대회 진 당선까지 불과 한달 정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이 먹고 무슨 주책이냐.’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지원했다는 말을 한 후 집에서 들은 첫 반응이다. 그가 지원서를 낸 것은 다섯 달 동안의 다이어트로 10kg의 살을 털어낸 기념식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무료한 수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여겼지 당선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동네 미장원 아줌마만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출전을 권유했다.



방송 아나운서가 꿈인 영문학도
‘미의 여왕’으로서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대답이 좀 엉뚱했다. “수화를 배울 겁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소통케 하는 언어니까요.” 대학교 3학년 때 교내 수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후배의 초대로 동아리 정기발표회장의 관람석에 우연히 앉은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온화한 동작 하나하나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모습에 매료됐던 거죠. 지금은 ‘사랑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 간단한 동작만 할 수 있지만 차츰 익혀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을 거예요.” 이야기 도중 실제 수화를 해 보이기도 했다.

꿈은 방송 아나운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그 동안 이 분야 채용 시험에 수차례 지원했지만 열번 남짓 고배를 마셨다. 언론계를 거쳐 학계로 진출해 커뮤니케이션학 강단에 서는 게 희망이다. “면대 면이 아닌, 인터넷과 휴대폰 등 수 많은 통신 장비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일수록 사소한 말에도 오해가 쉽게 생기는 법이죠.” 그런 오해를 방지하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수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겠다는 다짐의 연장인 셈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봐요, 언론사(아나운서) 시험 준비도 틈틈이 할 테지만, 대학원도 진학해서 복수 전공한 신문방송학에 관해 이해의 깊이를 더할 겁니다.”

영문학도인 그가 신문방송학에 관심을 두고 그 길을 준비하고 있는 데에는 중학교 때부터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약하면서 맛본 방송의 묘한 맛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 그것은 보람과 함께 스릴 넘치는 일이죠.” 그리고 여기에는 생산자로서가 아닌 소비자로서의 경험이 밑절미가 됐다.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끼고 살았죠. 무료하기 그지 없던 생활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였는데, 같은 길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방송을 들으면서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 그 누구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런 라디오 방송 진행도 욕심나요.”

늘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
어느 인터뷰에서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친절한 부연이 이어진다. “나날이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날마다 잘못을 고쳐 덕(德)을 닦음에 게으르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죠.” 그는 자신을 하루하루 새롭게 하는 방법으로 독서와 일기를 꼽았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대화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미니홈피에 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돼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죠.” 자신에게는 너그럽지 못한 그의 깐깐함 때문이기도 했다. 대신 밖으로는 소탈했다. “꼬르륵거리는 배 때문에 얘기를 할 수 없어 그러는데, 뭐 좀 먹고 얘기하면 안될까요”하는 식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원해 미스 코리아 진에 당선됐다는 현실이 아직 믿기지 않은 표정이지만, 한국의 미를 대표해 활동해야 할 앞으로의 1년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자기가 만난 자아는 우연히 만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오래도록 꿈꿔오고 이루고 싶었던 자아’라고 했거든요.”

“대회를 오랫동안 준비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외모가 부족하고 말주변이 달리는데도 이렇게 커다란 영예를 차지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2남 1녀 중 막둥이로 태어난 그가 늘어놓은 겸사다. 과연 그럴까. 본선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 하는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금껏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만큼 받은 사랑을 돌려 주고 싶다”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베푸는 사랑을 하겠다”고 또박또박 답하던 ‘참가번호 8번의 김주희’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외모만 똑 부러지는 게 아니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07-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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