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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한문점자책 펴낸 시각장애인 조재훈씨
"세상과 소통하는 빛이 됐으면"
모든 한자 6점 점자에 부호 4개 이내로 표기, 시각장애인 교육에 새 전기 마련




시력을 상실, 세상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문자매체는 절대적이다.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교육, 정보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시각장애인에게 문자라는 창구는 매우 불충분하다. 한글과 함께 우리 문화와 생활의 한 축을 이루는 한자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까닭이다.

현재 국내 시각장애인은 전국적으로 17만 6,000명(2005년 3월 기준)으로 이들 중 특수 교육을 받는 이는 1,7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규 한자 교육과정은 거의 없어 시각장애인의 생활수단인 안마, 지압, 침술 등 한자가 필수적인 이료(理料) 교육은 불충분한 상황이다.

사정이 그러한 데는 표준화되고 공인된 한자점자 교재가 정식으로 채택되지 않은 게 가장 큰 배경이다. 하지만 올 2월 국내 처음으로 일반 중학교 1학년 과정의 한문을 점자화한 교재가 나오면서 시각장애인 교육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교재를 개발한 사람은 그 자신 시각장애인인 조재훈(65) 씨다. 조 씨는 83년부터 한자점자 연구에 착수, 수 차례 연구서를 발간하고 이를 현장교육에 활용하면서 이 같은 땀의 결정체를 만들어냈다.

조 씨는 21살 때인 1961년 직장인 주물공장에서 쇠를 녹이던 중 불발탄인 탄피가 터져 양쪽 시력을 잃었다. 생활고까지 겹쳐 여러 차례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남 보란듯이 잘 살겠다”는 오기가 발동,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왔다.

1962년 맹학교에서 점자공부를 시작해 67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료 과정에서 배운 침, 안마, 지압 등의 기술을 갖고 사회로 나섰다. 하지만 생활안정과 신분보장 등의 어려움으로 교사가 되기로 하고 79년 특수교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 80년부터 교단에 섰다.

1983년부터 한자 점자 연구
조 씨는 83년 서울 한빛맹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중등부에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때부터 한자 점자 연구에 전념, 85년 한자 점자의 원리를 발견한 후 2년 뒤인 87년 국내 최초로 ‘상용한자 묵자본(눈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수기(手記)로 만들었다.

이후 91년 교육용 한자와 상용한자를 점자 부호화하였고, 13만자의 한한(漢韓) 대사전을 약 2만자로 축약한 한문점자 옥편 1차 묵자본(92년)과 2차 증자본(93년)을 냈다. 그 외에 한문 점자 천자문 묵자본(92년)도 펴냈다.

조 씨의 한자점자 옥편은 점자의 기본형인 프랑스 루이브레일의 6점 점자를 원형으로 하여 모든 한자의 기본이 되는 부수와 획수를 살리고 한자 제자의 원리인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 등 6서의 뜻을 살린 데 특징이 있다. 그래서 모든 한자를 6점 점자에 부호 4개 이내로 표기할 수 있게 했다. 조 씨의 탁월한 연구성과는 대만에서 공부하던 독일인 유르겐 고흐츠가 조 씨의 자료를 갖고 런던대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국외서도 인정받고 있다.

조 씨는 향후 계획을 묻자 “컴퓨터 프로그램이 개발돼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의 비시각장애인들과도 의사소통, 정보교환, 학문발전이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씨는 1992년 단국대 교육대학 특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99년에는 한빛맹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부인인 시각장애인 손순화(63) 씨는 38년간 서울맹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장애인 교육에 헌신, 2002년 한국일보 교육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사진=박철중 기자


입력시간 : 2005-07-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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