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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학술원의 현주소, 홀대받는 한국의 석학들
창림 51년째 맞는 우리나라 학문의 최고 권위기구
열악한 재정으로 연구지원·대우 부끄러운 수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뒷편에 조용히 자리잡은 대한민국학술원(회장 김태길ㆍ철학). 올해로 창립 51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학문의 최고 권위 기구다. 어느 나라나 학술원 회원에겐 사회적 존경과 명예가 뒤따른다. 당연히 학문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이틀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학술원 회원의 자격은 평생을 바쳐 공부한 것은 물론, 학문발전에 대한 현저한 공적을 인정 받아야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학술원은 한국의 석학들이 모인 기구지만 그 역사와 사회적 대접을 살펴보면 일반인의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거니와 초라한 구석마저 없지 않다.

먼저 대한민국학술원이 제대로 된 건물을 갖게 된 것도 10년이 채 안 된다. 1954년 창립 당시는 사무실 한 칸도 없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 옛 서울대 문리대 강당에서 개원식을 가졌다. 이후 1959년 종로구 삼청동의 한 건물에 회관을 마련하고 10여 년 셋방살이를 했다. 학술원이 처음으로 독립적인 공간을 갖게 된 것은 1971년부터다.

당시 김종필 총리의 배려로 경북궁 내 석조전(문화재 관리국이 있던 자리)을 비워 오랫동안 학술원 건물로 사용했다. 그 덕인지 70년대에 김종필 씨는 학술원 명예회원이었으나 80년대 신군부 집권 이후 타이틀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학술원이 지금의 반포동으로 옮겨온 것은 1987년. 창립 33년 만에 제대로 된 자기 집을 갖게 된 셈이다.

회원들에 대한 대우 역시 선진 외국과 비교할 것도 없이 열악하다. 우선 회장단을 포함 모두 비상근이다. 국가지원이라곤 현재 월 120만원의 수당과 연 1,000만원이 안되는 ‘쥐꼬리 연구비’가 전부다. 과거에 연금 등 사회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없던 시절엔 고령의 일부 학자들은 수입이라곤 몇 푼 안되는 수당뿐이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나마 연금 지급 등으로 지금은 나아진 형편이라는 것. 회장이 되더라도 유급 비서를 두거나 전용차가 나온다든지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호사다. 한해 학술원 관련 총 예산이 40억원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학술원 회원, 기업 등서 출연해 만든 학술원 연구재단 기금(총 50억원)이 있지만 여기서 한 해 활용할 수 있는 돈은 4,800만원에 불과하다. 연구 기금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인 셈이다. 학술원 설립은 ‘대한민국학술원법’에 근거하지만 운영 지원을 위한 사무국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파견한 공무원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최소한의 활동만 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회원 146명, 임기 4년에 연임 가능
학술원 회원은 7월 15일 새로 선출된 14명의 학자를 포함, 현재 146명(정원 150명)이다.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 번 학술원 회원이 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연임이 계속돼 종신제에 가깝다. 회원 수는 1954년 창립 당시 50명에서 점차 늘어나 1988년 이후 정원이 150명이 됐다. 학술원의 역사가 51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회원이 된 학자는 300여 명에 불과하다.

현재 최고령 학술원 회원은 최태영 박사(법철학ㆍ상법)로 올해 105살이다. 그는 현재 서울 신당동 시니어스타워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령 탓에 외부활동은 안 하지만 여전히 책을 손에서 놓고 있지 않다. 그는 틈틈이 제자를 통해 구술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9살에 학술원 회원이 돼 역대 최연소 회원 기록을 가진 최호진 박사(91ㆍ경제사) 역시 저술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학술원 모태 격인 ‘조선학술원’을 창립한 유일한 생존 회원이기도 하다. 최 박사는 특히 지난해 ‘대한민국 학술원 50년사’를 정리하는 좌담에 나와 ‘조선학술원’에 얽힌 역사를 증언했다. 최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조선학술원은 해방 다음날인 1945년 8월 16일 YMCA 회관에 이병도, 백남운, 홍명희 등 당시 명망 있던 학자들이 모여 출범시켰지만 몇몇 학자들의 월북 사태에 이어 1년 만에 활동을 중단, 사실상 와해됐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학술원 창립 회원들은 이후 남쪽에선 ‘학술원’, 북쪽에선 ‘과학원’ 설립의 주체가 됐다고 한다.

또 학술원 회원 중엔 총리 등 주요 관직을 지냈던 인사들도 꽤 있다. 총리를 역임한 사람으로 이현재, 김상현, 이한기 씨가 있고, 부총리 출신으론 조순 씨와 김병노 초대 대법원장 등이 있다.

학술원은 우선 학계에 공이 큰 원로를 대우하기 위해 설립했다. 그러나 그 간 눈부신 국가 발전에 비하면 학문 분야의 정상, 국가 원로에 대한 대접은 여전히 낱颯척肉?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 정치권에서 ‘과거청산을 위한 기구를 학술원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는 공방으로 학술원의 정치적 이용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은 압축성장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여전히 척박한 우리사회의 정신문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만 남긴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학술원 신임회원 14명 프로필

대한민국학술원이 15일 제52차 정기총회를 열고 학술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14명의 학자를 신임회원으로 선출했다.

다음은 신임회원으로 선출된 교수와 주요 업적, 학위 대학. ▲조명한 서울대 명예교수(67ㆍ심리학)=서울대 박사ㆍ언어와 심리에 대한 연구 ▲오병남 서울대 교수(65ㆍ미학)=미국 일리노이 대학 박사ㆍ미학 분야 다양한 이론 전개 ▲이기석 서울대 교수(65ㆍ인문지리학)=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박사ㆍ동해 명칭의 역사적 정당성 연구 ▲이기동 동국대 교수(62ㆍ한국사)=서울대 석사ㆍ신라 정치 사회사 고증, 검증평가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68ㆍ한국사)=서울대 박사ㆍ조선시대 신분제 연구 ▲이성규 서울대 교수(59ㆍ동양사)=서울대 박사ㆍ중국 고대문헌에 나타난 한민족 연구 ▲김영한 서강대 교수(62ㆍ서양사)=서강대 박사ㆍ르네상스 연구 ▲윤능민 서강대 명예교수(78ㆍ유기화학)=미국 퍼듀대 박사ㆍ수소화금속 이용 유기합성 분야 ▲이익춘 인하대 명예교수(76ㆍ물리화학)=영국 런던대 박사ㆍ교차작용상수 도입 유기반응 메커니즘 구분·전이상태 구조 해석하는 정량적 기준 설정 ▲맹원재 뉴트리션 뱅크리서치 연구소 이사장(66ㆍ영양학)=미국 캘리포니아 다비스대 박사ㆍ동물 체내 기능성 물질 축적 위한 영양학적 조절기법 개발 ▲이충웅 서울대 명예교수(70ㆍ전자공학)=도쿄대 박사ㆍ통신시스템·영상신호처리분야 연구 ▲윤덕용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65ㆍ금속재료공학)=미국 하버드대 박사ㆍ다결정체의 비정상 입자성장에 관한 연구 ▲김정룡 서울대 명예교수(70ㆍ의학)=서울대 박사ㆍ간염 등 간질환 연구 ▲황병국 고려대 교수(58ㆍ농생명공학)=독일 괴팅겐대 박사ㆍ도열병에 대한 저항성 벼품종 개량, 고추병 저항성 연구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7-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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